페르시아

소생 후기_09.06

작성자
혜림
작성일
2018-09-10 11:10
조회
76
이번 주, 소생은 2달여간 이슬람에 대한 철학 분야의 책을 읽고 총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전 세미나에는 글쓰기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하고, 강의 시간에는 주제에 대한 코멘트와 『의미의 깊이』 6장과 관련해서 수피즘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글쓰기 주제 잡기

각자 잡은 주제들은 그동안 공부한 범위에서 풀 수 없는 거대한 주제이거나 공부하는 영역 밖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긴 한데,  막막한 주제를 잡고 접근하려 하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채운 샘께서는 이슬람의 ‘난민 문제’나 ‘여성 문제’와 같이 손에 잡힐 것 같은 문제부터 출발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슬람이란 덩어리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슬람의 '무엇'을 알아보겠다고 뭉뚱그리지 말고, 이슬람을 공부하면서 가장 편견을 갖고 있던 것부터을 파보라고 하셨습니다.

종교와 철학을 배웠으면 ‘타자성’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9.11 이후의 세계는 이슬람이란 사회를 악의 축으로 보고 있는데,' 왜 이슬람은 악인 것일까?' , '이 시각은 어디서 온 거지?' 라는 질문처럼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문제를 자기식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겁니다. 자기 시선은 점검하지 않고 관찰자 입장에서 문제를 보려 하기 때문에 큰 덩어리의 주제만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더불어 내가 생각하는 배치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배운 내용에 대한 생각의 스케치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없으면 글이 공허하고 자기가 이 문제를 왜 쓰는지 본인도 모르게 되니까요.

수피즘, 신비적 차원에서 실천적 차원으로 이해하기

수피즘은 이슬람 신비주의입니다. 신비주의는 공통적으로 ‘로고스 중심주의’를 해체하는 힘이기 때문에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해체한다는 것은 로고스(말,이성)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다른 차원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피즘을 단순히 신비한 학문으로 보면 안되고, 철학적으로 이해하려면 수피즘의 무시간적 차원을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천사관'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는데 이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천사나 귀신은 모두 인간이 제정신이 아닐 때 볼 수 있거나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듣은 후, 사람들이 ‘천사’를 만들어 낸 이유를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와 이슬람에서는 공통적으로 '천사'가 신과 인간이 아닌 존재로 등장합니다. 강의안에 따르면 천사는 존재도 비존재도 아닙니다. 천사는 영원한 유동의 시공간, 즉 중력이 작동하지 않는 시공간에서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옥은 중력이 작동하는 시공간 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단테 신곡에 나오는 지옥은 서로가 강한 인력으로 끌어당기는 곳으로 표현됩니다.  인력이 작용할 때 사랑과 증오가 생기고 이것이 번뇌를 만들어 냅니다. 중력의 유무를 떠나서 인력으로 번뇌가 끊임없이 생기는 곳이 지옥이 되는 겁니다.  천사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중력 없는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을 집착이 없는 곳으로 만들면 번뇌가 사라진 천사의 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수피즘에서 ‘무화’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무화는 '내가 없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와도 달라붙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수피즘 철학은 무화라는 개념으로 인간을 벗어날 수 없지만, 신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설명합니다. 자기를 ‘흐름’으로 느끼는 상태, 절대 중심점이 소실된 상태가 될 때 인간과 신과 사이가 무화됩니다.   무화의 순간에 경험적 존재 질서가 작동하는 않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곧 천사의 세계가 상징하고 있는 바입니다. 이 세계에서는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식의 분별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수피즘이 무화되는 상태를 경험 할 수 있는 것은 꾸준한 몸의 수행을 통해 가능합니다. 몸을 훈련해서 몸의 장이 바뀌면 관념 자체가 다른 회로가 됩니다. 몸이 더 강한 자기장에 영향을 받으면 관념의 회로가 변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면의 힘을 중시하는 수피즘이 결국 매일 하는 것은 관념의 추구하는 게 아니라 자기 수행입니다.

이슬람을 비롯한 동양의 사고구조를 공부하면서 우리가  일방적인 사고만 하고 살았음을 몸소 느꼈습니다. 앞으로 읽을 <천일야화>가 논리와 비논리를 동시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래봅니다.

 
전체 1

  • 2018-09-11 08:56
    천사란 절대 중심점이 소실된 상태를 유영하는 존재였습니다. 띠용~
    신비주의 안에 들어있는 논리는 절대로 신비롭지 않군요. 자기 수행을 통해서 이끌어내고 체현하는 이슬람 종교의 여러 개념들이라니, 천일야화로 가는 길은 쟈미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