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2학기 3주차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5-16 01:14
조회
81
공지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2학기에 ‘내가 만난 스피노자’를 매주 한 페이지씩 쓴다고 했지만, 써야 할 페이지가 하나씩 더 누적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는데요. 다행히 ‘감을 잡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네요. 크읍..! 정옥쌤과 정희쌤은 방향을 좀 더 구체화해야 하지만, 일정에 맞게 글을 쓸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벌써부터 어떤 글이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특히, 진아쌤께서 ‘나의 그림’을 고민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어요. 가깝게는 그동안의 스피노자를 마무리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멀게는 정수쌤의 회갑논총이기도 합니다. ㅋㅋㅋ 생각보다 멋진 정수쌤의 회갑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다음 주에는 에티카 3부 정리11(96쪽)까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14장까지 읽어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트롱의 《개인과 공동체》는 502쪽~567쪽(~쇠락기의 군주정)까지 읽고 정수쌤이 발제를, 《정치론》 3~4장까지 읽고 정희쌤이 발제해주시기로 했습니다. 간식은 정희쌤께 부탁드릴게요.

간단하게 이번 시간에 나왔던 얘기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스피노자가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를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과 정서를 기반으로 정치를 이해한다는 점을 중심으로 얘기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은 반국가 정서가 강한 공동체인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는 국가의 안정과 평화를 얘기하지만, 저희는 진정한 정치를 국가에 대립하는 영역에서 찾아왔습니다. 국가가 안정과 평화를 위해 하는 일들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보다 지배계급에 대한 복종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애초에 개인과 공동체를 분리해서 사고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몸이 근육, 혈관, 장기 등의 부분의 운동들과 무관할 수 없듯이, 국가 또한 구성원들의 운동을 빼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스피노자가 제시하는 개인과 공동체의 얘기를 들으면서 저희들이 가지고 있던 국가에 대한 상을 돌아보게 되는데요. 주로 저희가 떠올리는 국가의 모습은 세금을 걷고, 질서를 위해서라면 탄압하는 등 시민들의 역량을 떨어트리는 집단입니다. 이것만 보면 국가와 시민은 대립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국가가 스스로를 유지하는 운동 없이 시민들은 살아갈 수 있을까요? 스피노자의 자연상태 개념으로 보면, 세금에 대한 여러 집단의 문제제기와 시위 같은 것은 부분의 운동들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은 공동체가 특정한 운동과 정지의 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운동과 정지의 비율 곧 다른 체제로 이행할 수 있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공부할수록 스피노자의 자연상태(와 자연권) 이론은 공동체의 운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개념이란 생각이 드네요.

청년세대 같은 경우에는 사실 기성세대처럼 ‘국가’에 대한 이렇다 할 상이 있지 않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국가보안법’ 같은 것의 악명을 듣긴 했지만, 기성세대처럼 ‘이데올로기’로 정치를 생각하지 않죠. 국가에 대한 감정이 형성될 세대적 경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좌우의 구분 같은 것도 딱히 ‘정치적’이라 느끼지 않죠. 하지만 스피노자가 정서에 입각해 정치를 이해하는 것처럼, 청년세대도 어떠한 정서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우리 세대만의 정치를 발명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선의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서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한데, 이제야 그 필요를 실감합니다. ^^;;

정서의 작동을 이해하려면 그것이 어떤 자장에서 구성되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뉴스들을 독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희쌤은 아들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박나래에 대한 남성들의 혐오’를 통해 자기만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어떤 뉴스를 봐도 대체로 시큰둥한데, 이건 정치적 무관심이라기보다 철학적 무지함이라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지금 세대에게는 고유한 담론이랄 게 없네요. 철학적으로 청년 담론을 만드는 게 글쓰기 과제인데 말이죠... 여러 모로 찔리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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