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2학기 4주차 공지 "스피노자와 마키아벨리의 공통된 문제의식"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5-22 17:10
조회
87
다음 주에는 읽을 게 그리 많지 않네요! 에티카 3부 정리27(109쪽), 《군주론》 15~17장까지 읽어오시면 됩니다. ‘내가 만난 스피노자’는 계속 써 가시고, 5주차(6월 2일) 때 중간점검할 예정입니다. 공부도, 글쓰기도 순풍을 탄 것 같습니다. 간식은 진아쌤께 부탁드릴게요. 그럼 스피노자와 즐거운 한 주 되시고, 다음 주에 뵐게요!

스피노자와 마키아벨리의 공통된 문제의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현정쌤께서 후기로 써 주셨으니, 저는 간단하게 소감만 남겨볼게요. ㅎ

텍스트를 어떤 문제의식 속에서 읽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말이 있듯이, 흔히 마키아벨리의 철학을 ‘군주를 위한 정치학’으로 독해합니다. 반면에 스피노자는 마키아벨리의 정치에서 군주, 귀족, 인민 간의 역학관계를 읽어냅니다. 그리고 마키아벨리가 정치에서 군주의 역량과 때(운명)를 매우 강조했다는 데 주목하죠. 마키아벨리와 스피노자의 공통점은 인민의 마음이 바로 권력의 토대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스피노자의 정치론에 저희가 매료된 지점은 주권의 형성이었습니다. 홉스와 달리, 스피노자는 주권을 권리를 양도하는 계약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마음에 따라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는 전쟁의 모델 속에서 바라봅니다. 군주(통치자)의 역량은 언제든지 배반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으로만 발휘됩니다. 억압될 수 없는 대중의 역량을 목격했다는 점에서 스피노자와 마키아벨리(여기에 더해 맹자까지!)는 비슷한 문제의식 속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저는 《군주론》의 이야기들이 싱겁게 읽혔습니다. 하지만 강의(+뒤풀이)까지 들은 결과, 마키아벨리가 강조하는 군주의 역량(virtu)을 공부하는 사람의 접속역량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장자를 가지고 기획한 세미나의 시즌1을 마쳤는데요. 시즌2 신청자가 없어서 고민입니다. 연초에는 절차탁마 동양반이 폐강됐네요. 이렇게 기획했던 프로그램에 신청자가 없는 걸 볼 때마다 세미나 기획이 고민됩니다. 사람들이 오가는 것은 ‘때’를 탈 수밖에 없고, 중요한 것은 내가 공부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것이 대립될 때, 그래도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누는 것부터가 잘못됐습니다. 사람들을 끌어당기지 못하는 세미나는 수정돼야 합니다. 물론 아무리 수정한다고 해도 세미나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것은 ‘때’죠. 그러나 ‘때’를 어떻게 겪고, 다시 세미나를 조직하는 것은 공부하는 사람의 역량입니다. 사람들이 마음을 주지 않는다고 ‘이것도 그런 때이려니...’ 하고 손 놓는 권력자가 없듯이, 세미나 신청자가 없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세미나를 조직하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야죠. 어쨌든 세미나에도 마키아벨리가 말한 역량(virtu)과 운명(fortuna)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마냥 심심하게만 읽힐 것 같진 않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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