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2학기 5주차 공지 '힘관계 속에서 바라본 정치론'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5-28 15:43
조회
68
다음 주에는 ‘내가 만난 스피노자’ 중간 점검이 있습니다~ 에세이를 같이 읽고, 코멘트를 할 계획이기 때문에 에티카 강독 이후에 따로 토론하는 시간을 없습니다. 대신 최소한 절반 이상 진행된 물건을 가져오셔야 하고, 처음부터 다시 쓸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ㅋㅋ;; 채운쌤은 그 정도 쓰고 돌아가서 다시 쓰는 건 오히려 낫다고 하셨는데요. 다시 쓸 생각을 하면... 섬뜩하네요~ 어쨌든 모두들 파이팅입니다. 현정쌤이 제안하신 대로 서로 글에도 코멘트를 해보죠. 간식은 현정쌤께 부탁드릴게요~

 

스피노자는 《정치론》 서문에서 정서를 결함으로 간주하는 철학자들을 비판하고, 경험적으로 정서를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정치가를 보다 높게 평가하죠. 정치에 대한 이러한 시선은 마키아벨리로부터 왔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정치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이론이나 사변보다는 사물의 실제적인 진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행하지 않고,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을 행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군주는 권력을 유지하기보다는 잃기가 십상이다.”(109~110, 《군주론》)

스키피오가 실제로 증명했듯이, 도덕적으로 자비롭기만 한 사람은 권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도덕적인 통치자는 공동체의 분열을 야기하는 원인입니다. 마키아벨리가 ‘잔인해야 한다’,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안전한다’ 등을 얘기한 것은 권력은 도덕성으로 절대 형성·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키아벨리는 폭군을 비판합니다. 그러나 권력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획득했다는 점에서 비판하기보다 그가 폭력적인 방식으로만 권력을 유지하려는 것을 비판합니다. 폭력만 쓰는 군주는 공동체 구성원들로부터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고, 공동체의 분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키아벨리는 도덕성·폭력성의 잣대를 벗어나 온전히 역량(virtu)의 관점에 입각해 판단합니다.

점점 마키아벨리의 논의가 파격적이란 생각이 드네요. 게다가 마키아벨리가 군주의 역량을 얘기한 이유는 국가의 역량을 얘기하기 위해서입니다. 군주의 역량은 국가 역량의 일부분입니다. 국가의 안전과 평화를 구성하지 못하는 군주는 자신의 권력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군주 자신이 군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국가 역량을 증대시켜야 하고, 그것은 군주가 귀족·인민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수정할 줄 아는 유연함을 요구합니다.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을 위해 《군주론》 썼다고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보면 민주주의적인 요소도 함께 읽어낼 수 있겠네요.

읽으면 읽을수록 맹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맹자와 마키아벨리 둘 다 제후에게 정치를 유세했고, 권력 기반으로서 인민의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맹자는 공자의 논의를 받아 백성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의 군주’상(相)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조금 다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맹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군주가 마키아벨리처럼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구분하고 있는지도 아직 더 정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맹자에게는 저 두 가지가 겹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서요. 가령, 아무리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간도 우물에 빠지려는 갓난아기를 보면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든다거나 관계성을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인 양능(良能)과 양지(良知)가 내재됐다는 주장은 나름대로 이미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다’를 통찰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정리되지는 않지만, 나중에 맹자를 다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포인트가 생겼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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