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너스

비기너스 시즌3 열한 번째 시간(4.7)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0-04-05 12:08
조회
63
이번에 함께 읽은 서동진의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는 여러모로 푸코의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푸코의 개념과 문제의식을 그대로 접목한 책이죠. 저는 이 책이 정말 재밌었는데, 그 이유는 저자가 단지 푸코의 개념 하나를 빌려와서 한국사회에 대한 사회학적인 분석을 시도하거나 푸코의 문제의식을 한국의 상황에 단순 적용하는 것을 넘어서, 정말로 ‘푸코적인’ 분석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가령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주체의 형성을 분석하며 ‘인적자본론’을 비판하는 대신에 인적자본론을 둘러싼 담론의 공간, 그 담론적 질서들을 열어 보여줍니다. 이때 우리는 피상적으로 특정 이론과 그 주창자들을 비판하고 그에 대한 손쉬운 대안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유와 실천이 구성되어온 조건을 이해하도록 추동됩니다.

또 서동진은 주체성에 대한 분석을 엄밀하게 푸코적인 의미에서 수행하는데, 이는 ‘자아 정체성에 관한 사회이론들’에 대한 비판을 함축합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이론들은 “주체성의 형성에 관한 분석을 주체성의 재현에 관한 분석으로 환원”(27쪽)합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러한 분석들을 익히 접해왔습니다. 가령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무한경쟁 시대에 사람들은 각자도생을 신념으로 삼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수정하며 새로운 조형적인 자아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식의 분석들. 이러한 분석들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저자가 지적하듯, 이는 ‘주체성’을 반성하는 의식적인 자아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형성하는 이미지 정도로 축소시킵니다. 그래서 주체화의 과정이란 의식적 주체들이 주어진 조건으로서의 사회의 변화에 반응하고 거기에 적응하여 스스로의 자아 이미지나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과정과 등치됩니다. 여기서 ‘사회’에 무게를 싣게 되면 우리는 주체성을 생산구조의 효과로 보는 속류 마르크스주의에 빠지고, ‘자아’를 강조할 경우 우리는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의 영토에 갇히게 될 것입니다.

서동진은 “정체성의 계보학은 인간에 영향을 미치는 실천들과 그런 실천들을 뒷받침하는 특정한 존재 영역과 사유체계 내에서의 인간 행위를 설명해야만 한다”(27쪽)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사회와 자아를 각각의 항으로 나누고 그 결과로 주체성의 문제를 인간의 내면세계의 차원으로 축소시켜버리는 대신에 주체를 주체로 생산해내는 담론적·비담론적 실천들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때 우리는 우리를 억압하거나 불안에 사로잡히게 하거나 스스로를 착취하도록 하는 사회나 구조를 표적으로 삼아 사회구조의 개선이나 개혁에 우리의 구원을 내맡기게 되는 대신에, 우리의 실천과 사유가 이루어지는 무의식적 지평(‘특정한 존재 영역과 사유체계’)을 이해하고 대항적 품행을 발명할 여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는 지금까지의 공부를 복습하고 ‘푸코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려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주에는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를 끝까지 읽고 공통과제를 (꼭! 메모라도!) 써 오시면 됩니다. 간식은 난희샘과 미현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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