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너스

비기너스 시즌 4 두 번째 시간(5.26)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20-05-25 11:34
조회
81
“프로이드에 대한 나름의 해석에서 파생된 라이히적 모델(Reichean model)이 있습니다. 이 모델은 문제가 전적으로 해방에 달려 있다고 상정합니다. 그것은 욕망, 두근거림, 금기, 억압, 그리고 내면화로 도식화해볼 수 있습니다. 이 모델에서는 금기들을 철폐함으로써, 즉 개인의 자아를 해방시킴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서는 윤리의 문제가 완전히 실종되어 버렸다고 생각합니다.”(푸코, 〈자유의 실천으로서의 자아에의 배려〉, 103쪽)

푸코는 ‘해방’과 ‘자유’를 동일시하기를 거부합니다. 종종, 무언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저는 ‘이것만 끝나면 자유로워질 거야’, ‘이 국면만 지나면 다시 내 페이스를 찾을 수 있겠지’ 같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우리는 종종, 아니 자주 지금 여기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상태,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는 장해물들이 제거된 상태로서 자유를 상상하죠. 돈 있으면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 그런데 이러한 의미의 자유는 언제나 수동적인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것을 회피하거나, 그게 아니라도 그것이 해결된 다음 순간을 꿈꾸게 되니까요. 이러한 의미의 자유는 이상하게도 안정, 평온함, 안락함 등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급진적인 해방의 실천도 해방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한 결국 어떤 불화도 고통도 없는 평화의 상태를 지향하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자유는 언제나 의존적인 것일 수밖에 없는데, 외부의 조건이 갖춰져야만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푸코는 해방 대신에 ‘사려 깊고 신중한 자유의 실천’을 고민합니다. 푸코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주체의 문제에 천착합니다. 데카르트 이후 주체철학에서 ‘주체’는 주어진 것으로 간주됩니다. 진리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인식주체에게 부여되어 있다고 간주됩니다. 따라서 이제 합법적인 절차를 따르기만 하면 주체는 진리에 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서 배제되는 것은 바로 ‘영성’이라는 테마입니다. 푸코가 말하는 영성이란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주체가 자신에게 필요한 변형을 가하는 탐구 실천, 경험”을 뜻합니다. 즉 데카르트적 순간 이전에는 언제나 진리에의 접근과 그것을 위한 지기변형이 일체를 이루고 있었으나, 그 이후로는 둘이 분리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실천은 인식을 적용하는 것의 차원에 국한되고 맙니다. 인식과 실천, 인식과 윤리의 문제가 모두 분리되는 것이죠.

자유의 실천이란, 결국 자기 진실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푸코는 ‘주체’를 주어진 것으로 보는 관점을 거부하는 한에서 주체의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보통 그의 연구를 지식, 권력, 주체의 세 시기로 구분하는데, 사실 각각의 시기에 푸코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우리는 어떻게 지식의 주체로 만들어지는가?’(지식), ‘힘의 행사하고 또 어떤 힘에 복종하는 주체로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무엇인가?’(권력), ‘우리는 행위의 주체로서 어떻게 스스로를 형성하는가?’(주체)였다고 합니다. 푸코에게 주체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주체화 과정의 산물)이었고, 이러한 관점 속에서 그는 우리가 어떠한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며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주체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기배려’, 즉 인식 주체가 행하는 자기 변형의 실천이라는 문제가 푸코에게 다가오게 됩니다. 자신의 품행이 특정한 방식으로 인도되는 조건에 대한 이해 속에서 행위의 주체로서 스스로를 형성하기 위한 실험과 훈련을 수행하는 것. 족쇄로부터 풀려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도덕과 자기 진실의 주체가 되는 것. 이것이 푸코가 말하고자 했던 자유의 실천인 것 같습니다.

첫 주부터 공지가 너무 늦어버려 죄송합니다. 이번 주에는 지난 주에 읽은 1982년 1월 6일 강의를 복습하시고, 1982년 1월 13일 강의를 읽어 오시면 됩니다(~115쪽까지). 물론 중간에 풀리지 않는 부분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부분, 핵심적이라고 생각한 부분 등을 꼼꼼히 메모해 오셔야 하구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 1

  • 2020-05-26 14:08
    윤리의 문제를 실종시키지 않고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지난 시간에 대담집을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주체의 해석학> 읽기는 '자유'라는 문제로 곧바로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드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