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화팀 6주차 후기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9-12-16 18:43
조회
103
이번 주에는 《전쟁과 평화》 2권 3부 ~ 3권 2부까지 읽고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늘 허덕이며 책을 읽다보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며 읽었더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물론 부질없는 생각이겠죠. 우선 톨스토이 맛을 본다는 마음으로 후루룩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피에르는 엘렌을 다시 맞아들이고 멘토를 만나 프리메이슨으로서의 삶에 매진하고자 하지만 맘처럼 되지 않습니다.

안드레이는 나타샤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지만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요. 그 과정에서 나타샤는 아나톨에게 이끌려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빠트리고 또 피에르를 비롯한 주변의 도움으로 그로부터 빠져나옵니다. 아우스터리츠 전투 때만 해도 정의감에 불타는 신참 경기병이었던 니콜라이는 어느새 일라인이라는 어린 장교의 멘토가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나폴레옹은 자신을 파멸로 이끌 러시아 원정을 시작했구요. 뭔가 오랜 세월동안 방영된 드라마를 보는 느낌입니다.

저희 조에서는 나타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톨스토이가 나타샤라는 인물을 통해 러시아적인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안드레이나 피에르와 같은 ‘정신적인’ 인물들과 달리 나타샤는 어떤 원초적인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등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공통적인 것은 나타샤는 일상과 현실, 자신의 감각에 깊이 뿌리 내린 인물이고 톨스토이가 바로 이 지점을 주목하고자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나타샤는 피에르나 안드레이 같은 인물들을 구원하는 존재로 드러나지만, 나타샤의 구원은 어떤 영적이거나 초월적이거나 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에르와 안드레이가 지니고 있는 일상을 살아가는 생명력을 일깨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나중에 나타샤는 생활력 넘치는 아줌마가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지점에 톨스토이가 영웅주의 비판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가 있지 않을까요? 톨스토이는 소수의 영웅들이 역사를 바꾸고 인류의 운명을 개척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반기를 듭니다. ‘나폴레옹’이나 ‘아우스터리츠 전투’와 같은 고유명들은 역사라는 무의식적이고 거대한 흐름에 인간들이 자의적으로 붙여놓은 ‘라벨’일 뿐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폴레옹처럼 자신의 의지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 빠져서, 세계를 자의적 인과에 따라 재단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에 갇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 조에서는 톨스토이가 눈여겨보는 인물들을 통해서 힌트를 얻어 볼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톨스토이가 이 독특한 소설 속에서 주인공 격으로 다루는 인물들(제 생각에는 안드레이와 피에르?)의 공통적인 특징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변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믿었던 것을 회의하고 자신의 신념을 스스로 해체합니다. 어떤 인물이나 이념 등을 숭배하거나 세상을 바꾸겠다는 환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계속 질문하면서 나아가는 자들.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는 프랑스 장교와 마주친 니콜라이의 모습에서 이런 태도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니콜라이는 프랑스 장교를 해칠 수 있는 상황에서 잠시 망설임으로써 ‘전쟁’이라는 상황, 러시아군과 프랑스군이라는 각자의 입장, 명예에 대한 환상 등이 규정하는 바로부터 벗어납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자신의 야심에 일방적으로 규정당하지 않는 안드레이, 자신이 지닌 부와 낭비와 사치를 좋아하는 기질에 일방적으로 규정당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궤도를 만들어가는 피에르에게서도 같은 삶의 태도가 보입니다.
전체 2

  • 2019-12-18 10:53
    톨스토이가 전쟁을 통해 영웅주의를 비판하는 대목은 이해가 되는데, 그 다음으로 생각이 이어지지 않더군요. 영웅주의를 비판하고 이제 뭘 하자는 건지... 여기서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가 등장한다는 얘기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명확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전쟁과 평화>를 쓴 톨스토이가 어떻게 공동체 운동으로 나아가게 됐는지도 궁금해지네요.

  • 2019-12-22 19:07
    정말 톨스토이는 나타샤나 피에르처럼 변화하는 인물에 애정을 담아 그리고 있는 것 같아요. 주인공이라 당연한건가..? 안드레이(는 죽지만), 나타샤, 피에르가 어쩐지 깨달음을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 깨달음을 또 비웃을 변화를 겪을런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