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역사팀 6주차 후기

작성자
윤순
작성일
2019-12-17 20:00
조회
92
소생-러시아 역사팀 후기/ 영화 -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2019.12.17./윤순

소생에서 이번 주 읽을거리에는 마침 『종횡무진 서양사』의 1805년부터 시작되어 1812년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서 퇴각하는 러시아-프랑스 전쟁(나폴레옹 전쟁)이 범위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막대한 양으로 놀라울 정도인 톨스토이의 장편 소설 『전쟁과 평화』를 엄청난 속도로 읽는 중입니다. 이러한 텍스트들과 어울리는 영화인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2009년)이 이번 주 역사시간에 보게 될 영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주최 측(?역사팀)^^에서 현재 소생-러시아 멤버들에게 어떤 자료가 도움이 될지를 깊이 고민한 결과이겠지요. 저에게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주요 배경은 톨스토이가 죽기 전 1년 정도 그가 살고 있었던 야스나야 폴랴나(자택)와 부인과의 불화로 집을 떠나자마자 병에 걸려 치료를 위해 내렸던 아스타포보 기차역 역장사택입니다. 영화를 함께 본 후, 토론에서 모두들 이 영화는 톨스토이의 아내인 소피아의 관점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라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톨스토이가 살던 집이 아닌 외지에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것에 대하여 우리는 그의 아내인 소피아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톨스토이 부부는 서로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는 관계로 그려지고 있지 않습니다. 열세 명의 자식(여섯 명은 어렸을 때 죽었지만)을 두었던 이들 부부는 실제로 긴 시간동안 함께 살았고, 톨스토이의 작품 활동에서 그의 아내인 소피아은 역할은 컸을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톨스토이, 그의 딸 타치야나와 함께 주요 인물들인 톨스토이주의자들인 체르트코프, 발렌틴, 비류코프 등은 톨스토이의 아내인 소피아와 톨스토이 작품들의 저작권(돈)때문에 대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하게 남편이 죽고 난 후에 톨스토이의 아내인 소피아가 많은 돈을 혼자 갖고 싶어서 남편인 톨스토이를 괴롭히고 있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지 않습니다. 남편인 톨스토이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생활을 꾸리며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아내이자 한 가족의 엄마인 소피아의 모습도 담고 있습니다. 톨스토이 또한 자신의 신념(톨스토이 공동체, 민중을 위한) 때문에 아내와 타협하지 못하지만, 남편과 가장으로서의 역할도 고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서로 이해하려 하지만, 결국 톨스토이는 아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민중에게 주겠다는 계약을 체르트코프와 함께 모의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톨스토이는 아내 소피아와의 마찰을 심화시키고 결국 평생 살았던 야스나야 폴랴나를 떠나는 것으로 자신의 대의를 지키고 죽어갑니다. 이 톨스토이의 결정을 방해했던 존재인 소피아는 저작권(나중에 되찾긴 하지만)뿐만 아니라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깁니다. 요즘 소생에서 함께 읽고 있는 『전쟁과 평화』는 소설이지만 등장인물을 통해 또는 직접적으로 작가의 신념을 서술하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래 인용은 영화에서 톨스토이와 소피아가 왜 대립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습니다. 유한한 인간 존재의 한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베르크는 아내를 보면서 모든 여성을 어리석은 존재로 생각했다. 베라는 남편 한 명만 보고 그에 관한 견해를 전체로 확대하며, 남자들은 전부 이성을 자기들의 전유물로 여기면서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오만하고 이기적인 자들이라고 생각했다.(『전쟁과 평화』 2권 431쪽)

베르크와 베라(나타샤 언니)는 상대방에 대해 서로 결혼할 만한 조건이 된다고 판단합니다. 이들은 외적으로 서로 존중해 주는 관계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결혼해서 함께 살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하기 보다는 자신의 아내와 남편인데도 ‘여자는 유치하지’, ‘남자는 뭘 모르지’와 같이 일반통념이라는 잣대로 자신의 배우자를 규정합니다. 이러한 규정 아래에서 자신의 협소한 관념으로 남편이나 아내 뿐 아니라 남자 전체, 여자 전체를 마주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합치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톨스토이와 소피아는 평생을 함께 했지만, 마지막까지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부부는 관계에서 자신의 욕망을 서로에게 강요합니다. 결국 톨스토이는 아내와 평생을 함께 했고, 아직도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지만, 아내와 함께는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없음을 알고 소피아를 떠납니다. 어떻게 마지막에 톨스토이는 공동체를 위한 대의(민족에 대한 사랑)가 사적인 감정(가족사랑)보다 더 중요하다고 확신할 수 있었을까요?
전체 1

  • 2019-12-18 11:00
    마지막 질문은 풀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윤순쌤이시라면 또 어떻게 이야기를 만드시겠죠? 하핫.
    영화 안에서 톨스토이와 소피아의 관계를 지금 서구의 전형적 부부관으로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저는 그래도 톨스토이와 소피아 사이에 끈끈한 애증 비슷한 게 있었을 거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전쟁과 평화>라는 대작을 공동으로 완성한 셈인데 그 관계에서 어떤 것이 생겼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도, 그 이후 둘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됐을지는 대략 상상이 됐습니다. 그리고 제임스 맥어보이는 참 잘생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