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생 러시아 1학기 8주차(12.26) 공지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19-12-25 08:19
조회
143
소생 러시아 1학기 8주차 (12/26) 공지

벌써 7회차 수업이 끝났습니다. 크로포트킨(1842-1921)의 자서전과 <상호부조론>을 시작으로 <전쟁과 평화>는 3번 걸쳐 읽기를 마쳤구요, <서양사>도 7부까지 모두 읽었습니다. 1학기 공부 과정은 일단 모두 끝이 났습니다. 꼼꼼하게 열심히 읽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전 1학기 과정이 선입견을 깨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크로포트킨과 아나키즘에 대한 편견이 깨어지고, 그저 옳은 말만 뱉는 성스러운 톨스토이라는 관념이 <전쟁과 평화>를 통해 깨어지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크로포트킨의 두 책은 그의 성향과 상호부조론이 나오기까지 그의 사상의 변곡점들을 자서전을 통해 보았구요, ‘아나키즘’과 그 사상이 중심이 된 ‘상호부조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크로포트킨 사상의 중요한 부분인 중심에 대한 거부, 자치, 자발성, 상호 부조의 우월성 등은 인류학과도 페미니즘과도 생태와도 접속 가능한 사상이었습니다. 공부를 더 확장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크로포트킨은 자연 법칙이자 진화의 요인으로 상호부조를 말합니다. 동물과 사람들에게 상호부조나 상호지원에서 얻어지는 힘이 있으며, 그것이 진화의 원리로 작동한다고 말하지요. 그는 상호 부조과 마찬가지로 상호 투쟁도 진화의 한 요인이지만, 상호 부조를 통한 진화는 한 개체가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최대한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합니다. 서로 돕고 연대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다른 윤리를 구성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인간사회의 근간이 되는 것은 사랑도 심지어 동정심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연대의식이다. 이는 상호부조를 실천하면서 각 개인이 빌린 힘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며 각자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과 밀접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각 인간마다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의 권리도 존중해주는 의식 즉 정의감 혹은 평등 의식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 폭넓고 필수적인 기반 위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 감정이 발전된다.” (크로포트킨, <만물은 서로 돕는다>, 17p)

<전쟁과 평화>는 안드레이의 죽음, 돌고 돈 피에르와 나타샤의 결혼, 나폴레옹의 퇴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전 쿠투조프에 아주 끌렸는데요, 1,2 권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었죠, 계속 진격만을 명하는 나폴레옹과 대비해, 그의 퇴각 명령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역설은 상호 투쟁 보다 상호 부조를 주장하는 크로포트킨과도 닿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피에르 베주호프의 변화입니다. 그는 결국 깨달은 자로 살아남는데, 저희 조에선 왜 안드레이가 아니라 베주호프가 깨닫게 되는가? 에 대하여 여러 얘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 베주호프의 인물상은 별로 되는 게 없는 사람입니다. 나폴레옹도 우상화 해보고, 프리메이슨에 기웃거리기도 하지만 결혼도, 재산도 결과로 이루어내는 것이 없는 좀 ‘찌질한’ 인간입니다. 그런 사람이 결국엔 깨닫는다는 것이 흥미롭다는 것이었죠. 그렇다고 피에르가 냉소적이지는 않습니다. 어떤 것을 추상화해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그의 변화에는 봉착함과 떠남의 반복만이 있을 뿐이죠. 그 과정이 깨달음의 과정이 아닐까, 처음 톨스토이가 데카브리스트 반란을 모델로 <전쟁과 평화>를 기획했다고 하는데, 그들의 미완의 투쟁과도 닮은 점이 있는 것같다는 얘기도 있었지요. 인용문은 여러 사람이 선택한 피에르의 깨달음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이 나에게 포로가 되기 전 상태로 남고 싶은지,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겪고 싶은지 묻는다면 나는 부디 다시 한 번 포로가 되어 말고기를 먹고 싶어요. 우리는 일단 익숙한 길에서 밀려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직 그 곳에서 새로운 좋은 것이 시작되지요. 생명이 있는 동안에는 행복도 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많은 것이 많은 것이 있어요.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하려는 말입니다.”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4권 442p)


                                                                                                                   톨스토이와      크로포트킨


그리고 채운 샘의 정리 강의가 있었는데요, 서양사는 다음 학기에 러시아사와 함께 묶어서 강의해 주기로 하셨구요. 이번엔 크로포트킨의 팜플렛 두 개를 읽었습니다. <청년에게 호소함>과 <질서에 관하여>입니다. <질서에 관하여>는 아나키에 대한 설명으로, 아니키즘을 무질서나 혼란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하여 질서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아니키는 원래 an과 archy로 무질서가 아니라 ‘무강권’의 의미이죠. 그러나 크로포트킨은 이 어원의 의미를 설명하기보다 사람들이 질서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재규정합니다. 읽으면 살이 짜릿짜릿해 옵니다. 질서란 “열에 아홉이 번듯한 지적 재능의 정당한 발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질서란, “가난과 기근이 사회의 일상 상태가 되는 것이다” 질서란 “아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몸파는 여성이다”.....


(인터넷에서 퍼온 자료 첨부해 놓겠습니다.)


<청년에게 호소함>은 1880년 『반역자』에 발표된 글이라고 합니다. 100여년의 시차가 있지만‘청년’의 감성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전 지금 읽어도 마음이 뛰었는데요, ‘집요하다’ ‘꼭 남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라는 ‘요즘’ 청년들의 반응은 흥미로웠는데요. 채운샘은 혁명은 감성이라고 정리하셨어요. 영식샘의 후기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다음 시간엔 서양사 정리 축제(?)가 있습니다. 서양사 시험의 양대 축 사오정과 팥쥐도 ‘함께’ 공부하기 위한 축제입니다. 먼저 사오정과 팥쥐의 인재 영입을 위한 5분 정견 발표와 역사 상식 뽐내기 시간이 있었는데요. 팥쥐는 4대 문명이 막 시작했고, 사오정님은 미케네 문명이 그리스로 채 넘어오지 못한 상태에서 끝났습니다. 진 팀이 이긴 팀에게 책 한권을 선물하기로 했는데, 어느 것도 좋다곤 하지만 내기는 이기는 맛이죠.

#공지합니다

*과제 있어요. 전쟁과 평화 선민샘의 코멘트 반영해서 10식지 정리하여 과제방에 올려주세요.

*각팀이 자료집 준비와 텍스트를 중심으로 여행지 선택과 동선을 체크하는 한주를 보낼 예정입니다. 이를 토대로 발표 준비를 잘해주시면 됩니다.

#간식은  호정샘, 혜원

#발표 준비로 수업은 1시에 시작합니다.

하루 미뤄 열흘간다고, 공지를 들고 열흘 온 거 같습니다. 공지가 늦어 죄송합니다.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                                                                                        톨스토이 가 말년에 구상한  공동체 마을 

지난 시간 푸쉬킨이 데카브리스트 반란으로 체포돼 시베리아에서 유형 생활을 하는 12월 당원에게 띄운 시를 올렸었지요. 이 시는 지난 주 푸쉬킨의 시 <시베리아에 보낸다>에 대한 오도에프스키의 답 시입니다.

푸슈킨의 시에 답함


                                                                                    오도예프스키


절묘한 현의 열렬한 반향은


우리들의 귀에 닿았다네


검을 향해 우리들의 손은 움직였으나


더듬어 찾아졌던 것은 다만 족쇄뿐이었다네


그러나 안심하게나 시인이여 쇠사슬을


자기의 운명을 우리들은 자랑으로 여기고


감옥 속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황제들을 비웃고 있다네


우리들의 슬픈 노고는 헛되이는 끝나지 않을 것이네


불꽃에서 화염은 타오르는 것이네


그리고 정교도인 우리나라의 백성들은


성스러운 깃발 아래로 모여들 것이네


우리들은 쇠사슬로부터 검을 단련하여


다시 자유의 불을 당기고


자유와 함께 황제에게 외칠 것이다


그러면 제민족은 기쁨의 한숨을 쉴 것이네

전체 2

  • 2019-12-25 11:31
    저두 <전쟁과 평화>에서는 개인적으로 쿠투조프에게 끌렸고, 또 크로포트킨의 <질서에 관하여>에 반했습니다.
    러시아 형님들의 매력에 하나씩 빠져들고 있네요 ㅎㅎ

  • 2019-12-27 20:48
    러시아 형님들. ㅋㅋ
    제 기행문의 제목은 '나타샤를 찾아서' 입니다. ^^. 정말 변화무쌍하신 욕망 덩어리, 러시아 오빠들과 언니들에게 반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