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 회의록

7월 2일 회의록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0-07-06 11:02
조회
99
200702 회의록

참여자 : 건화, 혜원, 규창, 민호, 정옥샘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가?

건화 : 긴가민가하다. 도움이 되는 측면이 분명 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적 환경과 조건을 어떻게 볼지 질문을 제기한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지금 시대조건을 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인 질문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전에 근본적으로, 지난번과 같은 문제에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걸 해야 하는가?’ 코로나 비대면 시대에 왜 이걸 해야 하는가, 이걸 하고 싶은가? 이 논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세미나 하나를 이끌만한 주제를 만들고 문제의식을 잡는 건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문제를 가지고 어디를 공략해야 하는지 등등...

민호 : 동의. 다 각개전투였지 세미나를 해본 적이 없었다.

건화 : 공부를 하면서 습득하고 사후적으로 풀어내는 적은 있었어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걸 정교화 해본 적은 없었다. 그게 지난번 <고기로 태어나서>에서 크게 부각되었다. 지난번에 채운샘이 말한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을 읽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목차를 보았는데 괜찮았다. <프레카리아트~>는 너무 한 가지 문제에 파고 들어서 이 시선으로 보게 한다는 함정이 있다. 바우만의 책은 전체적으로 풀어주면서 시대 비평을 한다.
<프레카리아트~>는 서문의 반복이라 할 수 있어서, 우리와 딱 맞지 않는 이 책을 끝까지 파는 것보다는 다른 책을 읽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또 채운샘이 어제 피케티 책을 읽어보는 게 어떨까 하고 말했는데 나는 반대다. 불평등에 대한 연구인데 ‘빨갱이’ 유발 하라리 같은 책이다.

민호 : 그런데 어제 채운샘이 읽어보라고 한 이유가 뭔가?

건화 : 나름대로 큰 그림을 보여준다. 또 지금 코로나 시대와 관련해서 말한다. 우리는 코로나를 비대면과 미디어 얘기만 하는데 피케티는 경제적인 얘기까지 포괄한다. 그런데 의장 권한으로...(읽지 말자~)

정옥샘 : 그런데 이 주제나 텍스트를 왜 하기로 했는가?

건화 : 시의적절 문제가 있다.

정옥샘 : 고기로 태어나서 이후 세미나 주제로 이걸 정했나?

건화 : 그렇다. 클로즈업 주제다. 코로나 비대면 시대 이후의 우리의 품행. 그런데 중독이나 스마트폰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별로 와닿지 않았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행동경제학 느낌이고, ‘중독을 피하는 꿀팁’ 느낌이다. 아무튼 다른 사람들 생각을 듣고 싶다.

규창 : 먼저 문제의식을 잡고 가자는 건지?

건화 : 책을 바꾸자는 것이다. 문제의식을 잡기 위해서. 물론 책을 바꾼다고 문제의식이 생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 얘기를 해볼만한 세미나를 만들려면... <프레카리아트~>는 내용 따라가기에 바쁜 느낌이다.

규창 : 읽으면서 든 생각은 비대면 접촉이랑 관련해서 뭐가 문제일까, 사람들과 만나지 않는 것 자체만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멀티태스킹, 주의력 결핍을 말하고, 또 대면해서 친구를 사귈 능력이 없다는 얘기 같은 것. ‘랜선~’ 같은 것도... (까먹음)
비대면 접촉을 문제삼는 것도, 이게 더 쾌적하다기보다는 신체역량의 떨어짐으로 얘기를 할 수 있는 측면이 있겠다 싶었다.

혜원 : 이 책을 더 읽어보자는 건가?

규창 : 아니다. 이 책은 논의를 따라가기도 힘들고, 사이버 시간과 공간이 다르다는 주장도 딱히 그렇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책도 괜찮기는 한데, 기호자본이라는 게 궁금해지기도 하고. 인지노동이나 기호자본이 중요한 것 같기도 한데 개념 자체가 낯설어서 이걸 친절하게 설명해 줄 책이 읽으면 오히려 좋을 거 같다. 유투버 같은 것도 완전히 새로운 노동인데 이걸 어떻게 문제 삼을 수 있을까... 이 책 논의와 무관하게,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건화 : 이 사람은 사이버 시대나 공간 이걸 스피노자 같은 사람처럼 인간 존재와 신체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을 주기보다는...규창이가 근거 없다고 생각하는 건 이것 때문인 것 같은데, 사이버 시대나 공간에 대해 예를 들어주지도 않고 그렇기 때문인 것 같다. 뒤에 더 나오기는 하는데. 그런데 이 책은 논증하기보다는 시적으로 쓴다고 해야 하나? 이 사람 책의 흥미로운 부분은 역사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노동운동이나 프로그래머 같은 것. 의식과 경제적인 것을 분리하면서 작동될 수 있는 지식인 계급 등. 이것들이 어떻게 용해되었으며 지금 시대와 지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는 게 이 책의 핵심 같다. 본격적으로 사이버 시대와 공간을 연구한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이건 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열린 시공간인 것 같다. ‘불안정이 좋다’는 시대가 있고, 그게 먹히지 않는 시대가 있는 등. 어떻게 불안정을 자본주의가 안고 가는지 그런 걸 보여주며 영감을 주는 책. 일단 더는 읽지 말고, 필요한 사람은 5장을 보라.

민호 : 그럼 다음 책은 <고독~>인가?

건화 : 그걸 읽으면 좋겠지만, 일단 이 책에 대한 세미나를 하자.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 세미나

건화 : 우리는 정말 불안정한가?

혜원 : 그런데 우리는 안정/불안정을 느낄 정도로 ‘안정’을 아나? (쌍용자동차/짧은 근속)

건화 : 그래서 나는 코로나가 한 시대를 일단락 짓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진짜 놀랍지는 않는 것 같다. 코로나는 결과 같은 느낌이랄까.

정옥샘 : 나는 그렇지 않다. 불안정을 확인한다는 측면에도 분기점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 다음의 삶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경제는 생산과 성장을 기본으로 깔고 있었는데, 그게 멈춘 상태에서 어떻게 국가가 개개인의 소득을 보장하지? 이런 우려들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고지식한 경제 관념에 막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한 일을 10년 이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단위 자체가 무화되는 시대인 것 같다.

규창 : 확실히 신체가 다른 것 같다. 우리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어떤 사태에 대해 반응하는 것 같지 않다. 코로나가 어떻고, 연구실 운영이 어떻게 되고 등등. 내가 직장을 다닌다고 해도 딱히 앞으로 나의 삶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기 보다는 바랐던 것이 드디어 왔다는 생각이 들것. 재택근무를 얼마나 원했던가.

정옥샘 : 그런데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누군가는 정년퇴직을 하고 등등.

혜원 : 그런데 성장은 이미 멈췄고, 코로나는 계기 아닌가?

규창 : 누군가는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2,30대는 그런 불안하다 생각을 할까?

건화 : 그리고 우리는 큰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 70대의 생업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사회에 대한 동일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장 내가 먹을 게 없으면 문제를 생각하겠지만 거기까지 동일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미래주의도 이런 거 아닌가. 다다이즘 같은 것도 노동운동도 그렇고 거부할 때는 활력이 넘치는데 그 다음에 뭘 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다. 경기침체고 뭐고 내가 필요한 거 가지고 살면 된다, 사회가 발전해야 한다는 건 다 허구다 라고 하는 건 똑똑한데, 그 다음은 무력하다. 어쨌든 우리는 살아야 하는데.

규창 : 생각하는 게 세대마다 다른 것 같은데. 정옥샘 같은 경우는 시대가 안정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는 파편화 된 것이 너무 편해가지고 안되면 말고 하는 막장 생각을 하고. 그런데 연구실에서 1년을 살 때는 요구되는 사회 방식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실만 해도 달에 350인데 계산이 어떻게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을 아무리 해도 내년에도 안 되겠는데 싶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긴 든다.

건화 : 이런 관점에서 기본소득 같은 걸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정옥샘 같은 경우는 생산해서 받는다에 위배된다. 그런데 사회의 경제 관점을 완전히 넘어가야 기본소득 담론이 받아들여지는 것. 우리에게는 한편으로 불안정성이 아니라 그 다음에 뭘 할지 생각하게 된다. 기본소득 받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냐는 아니다. 기본소득은 한편으로 사회의 한 명이 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책임감을 갖게 된다.

규창 : 오히려 해준 게 뭐냐는 원한감정이 생긴다.

건화 : 사회에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생각도.

정옥샘 : 이번 인천공항 사건 같은 것도.

건화 : 그들은 다 모든 것을 시험처럼 생각한다.

=세미나 주제 변경

규창 : 그럼 주제를 아예 바꿔보자. 기본소득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기본소득에 대한 불안감은 ‘게을러 지는 거 아니냐’ 라는 말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반론을?

건화 : 코로나 관련해서 제일 와닿았던 것은 재난지원금. 미디어는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지 아직 와닿지 않는다. 차라리 경제문제가?

정옥샘 : 꽤 공감을 많이 불러 일으킬 것 같다. 우리 어머니는 돈을 여러 군데에서 받았다. 어떤 세대든 소득에 대한 것에 꽤 민감해진 것 같다. 소득,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들려온다.

규창 : 기본소득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사대강 안 했으면 20년 돌릴 수 있었다는 얘기가 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돈이 어떻게 쓰였느냐는 얘기도 함께 들린다. 연구실 운영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오는 활동비가 그냥 오는 게 아닌데. 우리가 그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정옥샘 : 연구실의 재정은 다른 선생님들도 계속 물어보신다.

규창 : 우리 안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문제가 전혀 멀지 않다.

건화 : 사실 우리는 받고 있다. 국가한테 안 받을 뿐이지.

규창 : 가끔 드는 생각인데, 채운샘이 손을 떼면 지금 받는 것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지금은 받으면 각자 알아서 쓰는 건데, 만약 우리가 그만큼 재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우리 생활을 위해서라도 공유되는 부분이 많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소득 문제가 많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원 : 그럼 고독이 아니라, 다른 책을?

건화 : 갑자기 피케티?

규창 : 정수샘이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이성적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소득이라는 느낌. 우리 각자의 소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점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의미.

정옥샘 : 칼 폴라니?

건화 : 생각해보니 경제가 우리의 약한 고리이긴 하다. 혼자 살면서 돈이 없는데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이런 질문에 대해 (저번 세미나에서) 할 말이 없더라.

민호 : 길드다 같은 경우도 그런 공부를 한 게 아닐까.

정옥샘 : 문탁이 담론을 제시하는 방식은 돈 얘기나 이런 걸 많이 오픈하는 편이다. 원래 만들었을 때부터 돈 문제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편.

규창 : 그래서 게시판에 공개해서 복을 이야기한다.

건화 : 이거 하면 길드다가 경험이 많으니까 발제를 해달라는 요청을 할 수도 있겠다.

규창 : 실제로 500만원으로 해보기는 했으니까.

혜원 : 그들은 회계를 굴려야 하니까 뭔가를 만드는데... 우리가 기본소득의 가장 나쁜 예 아닌가?

건화 : 좋은 주제 같다. 우리의 가장 약한 고리. 채운샘이 웬만한 주제는 다 꺼내 주는데 경제에 대해서는 제기하지 않는다.

정옥샘 : 채운샘의 문제 중 하나다.

규창 : 사주가...

정옥샘 : 채운샘 있고, 연구원 있고, 사람들이 와서 교육받는 이 단순한 구조에 대한 얘기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건화 : 그렇다. 우리가 학원과 비슷한 것 같다.

정옥샘 : 이 구조가 확장되고 풀어지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규창 : 비슷한 것일 수도 있는데, 채운샘이 공부를 총괄하고 계시는데... 모든 세미나가 채운샘 감독 하에서 이루어지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채운샘에게 검증받지 않으면 굴러갈 수가 없다. 그런데 이후에도 이런 피라미드 형은 안될 것. 이 일당독재가 되지 않아야 굴러갈 수 있는 것.

정옥샘 : 비기너스 같은 세미나가 고무적으로 보이는데, 채운샘 없이도 반장과 선생님의 의지로 굴러간다. 그런 게 확장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화 : 채운샘도 그 모델로 계속 가려 하시는 것 같다.

민호 : 컨펌 받는 걸 채운샘이 하시지만, 일종의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규창 : 일종의 훈련이겠지. 그걸 따라가서 나중에는 필요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 우리가 알아서 채운샘 욕심도 끊어 내야하고... 생산을 한다고 하면 이렇게 되어야 할 것 같다.

혜원 : 일종의 다른 시스템? 다른 기획?

건화 : 그때 갑자기 2021년 규문을 발표할 수도 있지.

혜원 : 규문각 공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고.

그럼 책은?

규창 :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책으로는 하승수가 있는데, 예전에 봤을 때는 너무 맞는 얘기 뿐이라. 그렇다고 크로포트킨을 보기에는...

민호 : 크로포트킨이 그런 얘기도 했어요?

규창 : 무상주탁과 기본소득.

민호 : 그럼 이런 걸 한 나라가 있어요?

정옥샘 : 북유럽이 그렇겠지.

건화 : 기본소득을 그냥 하고 말고가 아니라, 기본소득이 전방위적으로 다른 관계맺기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 피케티는 기본소득을 넘어서 자본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에게 자본을’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25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사회가 종잣돈을 준다’ 같은 것. (성인 소득의 50%). 1억 2천.

규창 : 약간...자본주의 포퓰리즘 같은데.

건화 : 허경영!? 어쨌든 뭘 읽을지 생각해 봅시다.
= 다음 회의(화)까지 읽기로 한 책 : 지그문트 바우만, <왜 우리는 계속 가난한가> 절반.
= 기본소득은 경제적 차원의 품행의 예속을 벗어나기 위한 것. 한편으로는 국가의 충실한 부품이 되는 세대와 파편으로 살아가는 세대. 그런 사이에서 코로나가 터졌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세대에게 작동하는 담론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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