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에이징 세미나

4.22 몸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0-04-18 20:19
조회
68
<동의보감>은 신(神) 편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정(精)도 모르고 기(氣)도 잘 모르는데 신이라니? 앞부분을 조금 읽어 봤지만 역시 아리송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신'과 같은 의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신(god)'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도대체 신이란 무엇일까요? 이번 시간에 살짝 훔쳐본 <기초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신(神)은 신(神), 혼(魂), 백(魄), 의(意), 지(志), 사(思), 려(慮), 지(智) 등을 포괄한다. 이들간의 관계는 <영추, 본신>에서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질을 정이라 하고, 남녀의 정이 결합하여 생셩된 생명력을 신이라 하며, 신을 따라 왕래하는 것을 혼이라 하고, 정과 함께 드나드는 것을 백이라 하며, 사물을 주재하는 것을 마음이라 하고, 마음에 속에 기억하여 남겨 두는 것을 의(意)라 하며, 의를 오랫동안 지니고 있는 것을 지(志)라 하고, 지에 근거하여 사물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을 사(思)라 하며, 사에 근거하여 멀리 생각하는 것을 려(慮)라 하고, 려에 근거하여 만사를 처리하는 것을 지(智)라 한다"고 한 것과 같다."


'정신'이라고 하면 행동과 구분되는 의미에서의 생각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신(神)의 경우 생각하고 행동하는 과정 모두를 포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만' 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 결과가 시원찮을지라도 생각을 하고 그 결과 어떤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움직이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단지 머리 즉 뇌 뿐이 아닙니다. 오장육부가 모두 움직여 인간의 활동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이 오장육부는 인간이 자연을 분류한 체계, 오행에 하나하나 배속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뭔가를 열중해 생각하거나, 화를 내거나, 욕망을 가질 때, 그는 자연 안에서 온 몸을 다해 활동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신(神)은 오장에 하나하나 배속되어 있습니다. 심장의 신, 비장의 신, 담의 신, 뇌의 신 등등 모두 다른 모습으로 묘사되지요. 이렇게 보면 우리의 생각은 사실 내 고유한 것이 아니라 우리 오장의 신이 활동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있답니다.



어떤 선비가 책읽기를 너무 좋아하여 밥을 먹는 것마저 잊어버리곤 하였는데, 하루는 자줏빛 옷을 입은 사람이 앞에 나타나서 "공은 너무 사색하지 마시오. 그렇게 지나치게 사색한다면 내가 죽소"라고 하였다. 선비가 웬 사람인가 하고 물었더니, 그가 말하기를 나는 곡신(穀神)이오"라고 하였다. 그래서 사색하던 것을 그만두고 음식을 이전과 같이 먹었다고 한다.

무석 지방 유씨의 아들이 주색에 빠진 탓으로 병을 얻었는데, 항상 두 여자가 의복을 곱게 차려 입고 하늘하늘 허리까지 올라와 사라지곤 했다. 이에 의원이 말하기를, "이것은 신(腎)의 신(神)인데, 신기(腎氣)가 끊어지면 신(神)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밖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그렇게 살면 내가 죽는다'고 말하는 곡신의 말이 재밌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내'가 좋아서 행동하고 '내'가 우울해하고 그러다가 '내'가 살고 죽는다고 생각하며 오장육부나 우리가 먹는 음식은 그것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 반대일 수도 있다는 사실. 오장이 활동하고 사유하며 그 결과 '내'가 나타나는 것이라는 것을 <동의보감>은 갑자기 이런 이야기로 보여주는 것이죠. 이런 세계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생각도 우리와 다를 것입니다. 가령 생각이 많으면 비(脾)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보하거나 가라앉히는 약을 쓰는 식이죠. 이런 처방들은 평소 생각하는 정신질환이나 <의약에서 독약으로>에 나오는 사례들을 다시 보게 합니다. 특히 <의약에서 독약으로>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을 없애는 방식으로 처방되는, 혹은 그런 목적으로 개발되는 약이 사람을 어떤 지경까지 내모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프로작 처방으로 자살충동에 시달리거나 실제로 자살한 사례들은 정말 섬뜩합니다.

<의약에서 독약으로>에서 제기하는 사례들이 섬뜩한 이유는, 이것들이 단지 문화나 의학적 견해차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제약이 '기업'의 일이 되는 순간 사람 목숨과 1달러의 이윤이 손쉽게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포장과 성분만 살짝 바꿔서 매번 찍어나오는 약들을 의사의 처방이니까, 당장 증사를 완화해 주니까 괜찮다며 손쉽게 복용하고 말입니다.

토론을 하다 보니 약을 많이 먹지 않으려 해도 '골든타임'이라든가 '평소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에 자꾸 혹하게 되어 자꾸 약을 먹게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런 '지금이 아니면 더 나빠질 뿐'이라는 광고문구(?)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내 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가는 수밖에 없겠지요. <동의보감>을 읽어가며^^


다음 시간에는 <의약에서 독약으로> 15장까지 읽어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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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1 11:22
    <동의보감>을 통해, 뜻을 품고 행위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오장 육부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어요. 정신과 신체가 하나임을 이보다 잘 설명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또 <의약에서 독약으로>은 ' 제약이 기업의 일이 되는 순간' 기업의 이윤과 건강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은 계속 교환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상기하게 되었어요. 요즘 '생애 주기별 건강 관리'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데, 저도 토론에서 나온 '골든 타임'과 연관해 무의식적으로 이 문구를 수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