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12.15 니나노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12-18 12:29
조회
78
181215 니나노 후기

 

15일 니나노 시즌 1 끝났습니다. <현대사상>에서는 고고학에 대한 글을 읽는데까지 읽어나갔습니다. ‘모노(モノ)’라고 일컬어지는 사물과 인간이 조합해나가는 사회구조에 대한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이전 인류학은 언어에 천착해서 그 사회의 의식구조를 연구했는데, 그러다가 이제 ‘모노’에 관심을 돌려 존재론적으로 파고 들어가는 경향을 띠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지요. 인류학은 처음에 각종 민족지를 기반으로 어디에도 가지 않고 연구하는 ‘안락의자형’ 인류학자들이 있다가 그걸 비판하며 직접 현지로 가서 참여관찰하는 인류학자들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런 인류학자들이 관심을 둔 것은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인식구조를 파헤치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구조주의 사조입니다. 그러다가 그런 사조가 마치 이전의 ‘안락의자형’ 인류학자들처럼 언어만 파고들어가 현지 조사를 게을리 한다는 비판이 나오며 ‘모노’를 기반으로 정말 ‘사물은 무엇이고 인간은 무엇인지’ 파헤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존재론적 전회’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애초에 언어고 뭐고 없는, 토기와 유적을 기반으로 하는 고고학이 아마 인류학에 공헌할 수 있는 바가 있을 것이라 보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곧 올리겠습니다^^

사카구치 안고의 글을 읽는 시간에는, 안고의 ‘청춘’에 대한 글을 모조리 읽어버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습니다만...기왕이면 꼼꼼히 읽어보자는 생각에 한 글자씩 소리내어 읽은 결과 <어른들은 교활하다>와 <청춘론>을 읽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한정 선생님께서 2주간 자리를 비우신 틈을 타 선장 없는 배에 남은 선원들이 이렇게 저렇게 고쳐본 번역본을 읽고 대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수정사항은 정답이기도 했지만 기세등등하게 수정했던 것은 다시 빠꾸를 먹기도 했지요. 가령 ‘話にならないのに’을 저희는 ‘말도 안 된다’라는 의미로 생각했는데 사실 알고보니 ‘말할 것도 없다’는 뜻이었다든가... 정말 미묘한 차이로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 버리고 마는 일본어...ㅠㅠ 그래서 계속 공부해야 하는 것이겠고요.

안고의 <청춘론>은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것이 전부이고 그 외에는 없다’는 말로 끝납니다. ‘그렇지. 사는 게 전부잖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살아가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안고의 ‘살아가는 것이 전부’라는 말은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말하니까요. 삶은 마치 도박과도 같아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이기는 것 말고는 없다고 안고는 말합니다. 이때 삶은 국가라든가 이념에 의탁하지 않은 실질적인 차원이고요. 이점을 간과한다면 안곤의 말은 결과주의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양날의 칼 같은 글을 썼고, 그래서 번역도 어려운 것 같아요.

가령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결론이 안 났는데, 과연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요? 한번 생각해 보시길.

 
死ぬることは簡単だが、生きることは難事業である。僕のような空虚な生活を送り、一時間一時間に実のない生活を送っていても、この感慨は痛烈に身にさしせまって感じられる。こんなに空虚な実のない生活をしていながら、それでいて生きているのが精一杯で、祈りもしたい、酔いもしたい、忘れもしたい、叫びもしたい、走りもしたい。僕には余裕がないのである。生きることが、ただ、全部なのだ。

 そういう僕にとっては、青春ということは、要するに、生きることのシノニイムで、年齢もなければ、又、終りというものもなさそうである。

죽는 것은 간단하지만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공허한 생활을 살며 한 순간 한 순간 알맹이 없는 생활을 살고 있지만, 이 감회는 몸에 와닿도록 통렬하게 느낀다. 이렇게 공허하며 알맹이 없는 생활을 해나가는, 그러한 삶이 최선이다. 기도하고 싶고, 술에 취하고 싶고, 잊고 싶고, 외치고 싶고, 달리고 싶다. 나에게는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살아가는 것이 다만 전부인 것이다.

이처럼 나에게 청춘은 요컨대 살아가는 것과 같으며, 나이도 없고 또 끝도 없는 것이다.

 

안고는 공허하게 살지만 그것이 자신에게는 노력을 다한 것(精一杯)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기도하고, 취하고, 잊고, 외치고, 달리고 싶다. 여유가 없다. 라고 말하죠. 그럼 여기서 안고는 ‘달리고 싶지만 여유가 없다’라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달리고 싶기에 여유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그의 공허한 삶은 무엇이고 기도하고 술에 취하는 것은 같은 것일까 아니면 다른 것일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중간에 ‘그러나’가 들어가서 ‘알맹이 없는 삶을 살지만 그것만으로 최선이라 남들 다 하는 기도하고 취하고 잊는 것을 할 여유가 없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도하고 술에 취하고 싶은 것으로 꽉 차있는 여유없는 삶’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니나노 일본어는 수요일 오전으로 시간을 옮기고 포맷도 바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안고의 글을 계속 읽고 또 선생님 따라 조금씩 번역도 해보면서 배우는 방향으로 갈 예정입니다~ 다음 시즌도 함께 해요^^

 
전체 1

  • 2018-12-19 10:28
    히라가나도 모르고 시작한 세미나였습니다. 매주 바느질하듯 단어들을 기워가며, 선생님들 말씀을 새겨가며 바삐 공부한 것 같습니다.
    풍덩! 일본어의 바다에 빠지기? 아직 해변가에서 놀고 있습니다만. 위의 후기에서처럼, 미묘한 뉘앙스를 따라가면서 묻고 묻고 또 묻는 것이 진짜 외국어를 배우면서 익히게 되는 공부의 초식인듯 합니다. 그리고 나의 언어를 계속 의심하기. 아! 정말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