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08.02 절탁Q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7-07-28 20:54
조회
169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시작되었습니다―만, 제게는 지난 수업이 니체 첫 시간이라기보다는 스피노자 마지막시간인 것만 같았습니다^^; 제때 끝내지 못하고 괜한 민폐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ㅠㅠ). 도저히 2주라는 시간이 더 주어졌다고는 보이지 않는 초라한 글이라 자괴감이 많이 들었는데, 선생님들의 정성스러운 코멘트 덕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에세이 발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동사서독 에세이 시간에 채운샘께서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해 완벽히 타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은 (자기 자신과 만나는 것이기도 하기에) 소중한 일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씀을 바로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재미없다’는 코멘트였습니다. 아마 글의 내용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와 닿는 게 없다는 지적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재미가 없을까, 그건 아마도 글 쓰는 저부터가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한 채로 에세이를 썼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재미를 못 느꼈을까요. 아마도 압박감과 의무감에 사로잡혀, 정작 물고 늘어져야 했던 문제는 방기하고 제 것이 아닌 말들을 늘어놓기에 급급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부딪쳐야 할 문제를 회피하는 동안은 결코 기쁘게, 그리고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행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글 안에서 무기력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대신 글 자체를 통해 저의 무기력함을 드러내고만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저는 쓸데없이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어이없게도 문제를 회피하는 길을 걷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다음에는(언젠가는?) 부디 가볍게 정면돌파 할 수 있길…….

제 일기는 이쯤 해두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시음(?)해 보았는데요, 수업 중에 함께 읽은 글에 나오는 것처럼 니체에게는 니체 고유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굳이 수업 중 읽었던 텍스트(『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 中 「철학자 니체의 삶」)의 비유를 빌려서 말하자면, 스피노자의 어려움은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일에 비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밀하고 고원한 스피노자의 사유를 좇아가는 일은 우리의 머리를 쥐나게 하지만, 적어도 저 멀리 보이는 안개 너머 어딘가에 스피노자라는 봉우리가 있으리라는 짐작은 할 수 있죠. 그에 비해 니체의 어려움은 그의 다양성에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채운샘은 니체에게 모든 것은 비유이며 상징일 수 있다고 하셨죠. 그러니까 비유와 상징이 가리키는 원관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비유와 상징들이 만들어내는 리듬, 힘, 선율 자체가 니체 글의 모든 것이라는 뜻이죠. 저희 조 토론 중에도 도대체 광대는 무엇을 의미하며, 줄 타는 광대를 떨어뜨린 광대는, 시체는, 시체를 묻지 않는다는 것은, 노인은, 뱀과 독수리는 …, 하는 식의 누구도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채운샘의 답(?)은 ‘마음대로 읽어라’였습니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마음대로 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마음대로’라는 것도 자신이 부딪치고 있는 지점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겠죠. 채운샘은, 니체는 사유하고 있는 자에 의해서만 읽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니체의 파편들을 조립하기 위해서는 니체 자체를 통해 우리 자신을 만나는 일이 요구될 것 같네요. 저한테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공지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를 읽고 그 중 인상 깊은 글 하나를 골라서, 니체가 그 글 안에서(물론 1부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인간적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에 관한 글을 써오시면 됩니다(분량은 한 페이지 이상입니다^^). 간식은 정수샘과 금란샘께 부탁드렸습니다.

* 아래는 채운샘이 강의 중에 언급하신 참고할 만한 책 목록입니다.

(참고)
『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 - 김진석 외
『니체』, 『니체의 니힐리즘』 - 마르틴 하이데거
『니체의 철학』 - 질 들뢰즈
『니체의 악순환(영원회귀의 체험에 대하여)』 -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전기/평전)
『니체』 - 뤼디거 자프란스키
『니체, 그의 삶과 철학』 - 레지날드 J. 홀링데일
『니체를 쓰다』 - 슈테판 츠바이크
전체 2

  • 2017-07-28 21:13
    ㅋㅋㅋ 건화가 제대로 한방 맞은 모양입니다. 제가 그렇게 때려도 꿈쩍도 않던 눔이 말이죠.^^ 하이데거, 들뢰즈, 클로소프스키는 '참고문헌'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고, 니체에 관한 중요한 연구들인데 안타깝게도(!) 번역이 되어 있다고 소개해드린 것입니다. 지금 당장 저걸 참고하시려고 하면 지옥불에 빠지십니다.ㅋㅋㅋ 처음 읽는 거니까, 우선은 짜라투스트라를 '가볍게' 여러 차례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가 필요하시면, 박찬국, 백승영, 고병권, 이진우 등등 여러 선생님들의 책을 알아서 보시면 됩니다. 강의하면서 읽을 만한 책들은 그때그때 말씀드리지요. 한 학기 또 신나게 공부해보아요~!^^

  • 2017-07-30 08:38
    새로운 학기의 시작은 지난 학기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스피노자가 페이드 아웃되면서 니체가 페이드 인 됩니다. 가끔 오버랩되기도 하고요. 이번 학기는 시도 읽고 음악도 들으면서 굳어진 몸을 좀 풀어보려고요. 재밌게 공부하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