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Q

절차탁마Q 8월 9일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08-04 19:06
조회
106
니체의 1부를 읽었습니다. 어...... 스피노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헤맬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ㅋㅋㅋ;; 스피노자의 기하학적 글쓰기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지 않으면 뒤에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평소에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냥 넘어갔던 저로서는 읽기의 중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니체는 순서를 밟으면서 읽을 필요는 없지만, 뭐랄까 거대한 바다에 던져진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지, 각각의 편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엮이는 것 같은데 그건 또 뭔지 모르겠습니다. 장자 내편 읽을 때와 아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번에 채운쌤하고 얘기하다가 니체는 미친 천재 같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그때 채운쌤은 니체는 미친 게 아니라 미치기 직전의 상태(하하 이 표현이 맞나요?)라고 하셨습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것은 아니지만 그 광기를 계속 들여다보는 지점인 것이죠. 이런 니체를 통해서 맨 정신으로 꽁꽁 싸맸던 우리 자신을 깨부수는 것이 이번에 해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결국 또 읽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겠네요.)

채운쌤이 이번 공통과제에서 공통적으로 느끼신 것은 니체의 말을 그대로 가져와서 다짐하듯이 썼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가 되자’, ‘자신을 경멸하자’ 이런 식의 다짐은 니체의 사유를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이런 비유들이 어떤 사유를 통해서 나오는지 자의적으로라도 분석해야 하는 것입니다. 채운쌤이 마음 편히 읽으라고 하신 건 니체의 개념과 딱 맞지 않더라도 비유들을 해석해보라고 하신 것 같습니다.

니체는 대부분 상반된 두 개의 가치를 연결해서 비유합니다. ‘적과 벗’, ‘하나의 다양성’, ‘뱀과 독수리’ 등등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랑과 경멸입니다. 니체는 경멸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때 그가 경멸하는 대상은 자신이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온갖 환(幻)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환을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갑니다. 쉽게 말하면 살던 대로 살아가는 것이고, 환을 만들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무능력한 존재라는 것이죠. (이 부분에서는 항상 일정한 방식으로밖에 변용하지 못하는 인간이 가장 무능력하다고 했던 스피노자와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니체가 말하는 최후의 인간(인간말종, 쪼다)은 환을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그만큼 갈 때까지 갔음을 비유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기독교의 신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확보했고,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자 이번에는 진화론을 통해서 자신의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은 인간에 대한 통찰보다는 자신의 지위를 정당화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바꾼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니체는 인간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아마도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었던 자신의 환을 깨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 궁금한 것은 짜라투스트라와 군중의 관계입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산에서 10년을 살다가 내려와서 군중들에게 위버멘쉬를 말합니다. 하지만 군중들은 짜라투스트라의 말을 광대의 묘기와 비슷하게 취급해버립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죽은 광대를 묻은 다음에 이제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길동무를 찾아 떠나는데, 그때 그의 여정을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책 전반적으로 나오는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가 그것을 풀 수 있는 열쇠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재밌었던 비유는 ‘뱀과 독수리’였습니다. 뱀은 매순간 대지의 진동을 느끼는 존재고, 독수리는 누구보다 높게 비상하는 존재입니다. 대지에 머물면서도 누구보다 높게 비상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더 이상 연민을 가지지 않고 길동무를 찾으러 가는 짜라투스트라와 연관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다음 주에는 2부의 <춤에 부친 노래>까지 읽어 오시면 됩니다. 이번에도 마음 편하게 써 오시면 됩니다.(만 전혀 편하지 않네요. 하하하....) 장마다 얘기하고 있는 핵심화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비슷한 주제를 얘기하는 장과 연결해서 다양하게 이해해서 써 오시면 됩니다. 간식은 정수쌤과 금란쌤께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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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08 21:02
    한 주동안 호두를 먹으며 사유를 부탁하신 채운샘의 당부를 안고 집에 돌아온지도 벌써 일주일이네요....그 동안 하루도 빼지않고 호두를 복용하고 복용했건만 사유라는 것이 그렇게 복용한다고 되는 건 아니쥐라...다시 내일 수업 듣기 전 가방을 챙깁니다. 한 주동안 내 읽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발제글을 출력해 챙깁니다...내가 만든 환에 작은 금이라도 가는 사유를 하는 그 날까지 반복되는 일상이 되는 과정입니다. 내일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등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