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소니 《즐거운 학문》 8주 공지

작성자
건화
작성일
2018-02-21 11:26
조회
89
벌써 《즐거운 학문》을 다 읽었네요! 지난 시간 함께하지 못한 분들도 어디에선가 읽고 계셨으리라 믿습니다ㅎㅎ 이번에 읽은 5부 후반부는 앞부분과는 또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뭐랄까, 앞에서 니체가 인식과 신앙, 과학, 도덕 등에 관해 정색을 하고 설명하는 듯 보였던 것에 비해 이번에 읽은 후반부에서는 좀 더 개별적인 문제들을 다양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가장 재밌게 읽었던 구절은 370절 “낭만주의란 무엇인가?”였습니다. 니체에 따르면 “예술과 철학은 항상 고뇌와 고뇌하는 자를 전제로” 하는데, 고뇌하는 자에는 항상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삶의 지나친 충만성으로 인해 고뇌하는” 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삶의 궁핍으로 인해 고뇌하는 자들”입니다. 니체의 이러한 구분은 철학과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창조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 굶주림인가 아니면 풍요로움인가?” 니체에 따르면 이것이 그가 모든 개별적인 경우들에서 제기하는 질문입니다.

370절을 읽고 긍정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긍정’이라는 단어는 힘이 센 것 같습니다. 제 경우 그 말을 듣는 순간 식물의 새싹이나 열정 넘치는 순수한 청년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젊음, 건강, 행복, 성장 등등의 단어들이 함께 떠오르는 거죠. 그런데 니체가 보여주는 긍정의 이미지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것은 ‘부정’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로서의 긍정은 아닙니다. 긍정은 파괴, 해체, 오염과 대립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자체로 파괴, 해체, 오염의 과정이기도 한 삶을 해석해내는 방식에 달려있습니다. 삶의 궁핍으로 인해 고뇌하는 자는 생성 변화하는 삶에 의미가 결여되어 있음에 신음할 것입니다. 그런 자들이 상상하는 것이 바로 모든 부정성의 바깥에 있는 긍정성이겠죠. 그렇다면 삶의 지나친 충만성으로 인해 고뇌하는 자들은 어떤 자들일까요? 지난 시간에 얘기 나왔던 그리스인들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삶을 달관한 현자가 아닙니다. 매번 자신의 운명에 좌절하고 쓰러지겠죠. 그러나 이들의 놀라운 점은 자신들의 비극적인 운명, 찢겨진 실존의 배후에서 어떤 의미나 섭리를 찾으려들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이 모든 비극이 실은 신들의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이들이 보기에 삶은 다른 무언가에 의한 정당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 자체로 충만한 유희였던 것입니다.

삶의 지나친 충만성으로 고뇌하는 자들은 매번 우연에 걸려넘어지고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언정, 그러한 반복을 비겁하고 나태하게 겪어내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를 원망하고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삶을 견뎌내야 할 무엇으로 평가절하지는 않을 수 있겠죠. 또 흥미로웠던 것은 니체가 “고정돈 영원을 향한 열망, 존재를 향한 열망이 창조의 원인인가, 아니면 파괴, 변화, 새로운 것, 미래, 생성을 향한 열망이 그 원인인가에 주목”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니체의 철학이 ‘생성의 철학’이라고 할 때, 그것은 니체가 ‘생성’과 ‘변화’를 그 자체로 ‘선한 것’, ‘좋은 것’으로 여겼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니체의 철학에서 생성과 변화란 추구해야 할 목적이라기보다는 모든 것이 근거를 두고 있는 법칙에 가깝지 않을까요? 파괴와 변화에 대한 의지와 영원에 대한 의지는 삶에 대한 긍정의 표현일 수도 부정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372절을 생각해보면, 이데아를 말했던 플라톤이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모든 초월성도 부정하는 우리보다 훨씬 더 커다란 긍정과 건강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싶습니다.

* 공지 : 다음 주에는 제가 숙제방(http://qmun.org/?page_id=4251&uid=4314&mod=document)에 올려놓은 뤼디거 자프란스키와 레지날드 홀링데일의 니체 평전을 읽고 a4 용지 1장 분량의 글(이번 주 텍스트를 읽고 혹은 한 학기동안 《즐거운 학문》을 읽고 느낀 것, 새롭게 생긴 질문 등에 관한)을 써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다다음시간(3/12)은 에세이 발표가 예정되어 있으니 간단하게 어떤 주제로 에세이를 쓸지 생각해오셔야 합니다. 간식을 미쳐 못 정했네요. 문자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주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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