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즐거운 학문] 5부 후반부 후기

작성자
크느
작성일
2018-02-23 14:02
조회
73

지난 시간에는 [즐거운 학문] 5부의 남은 부분을 마저 읽었습니다. 저는 370장 “낭만주의란 무엇인가?”와 372장 우리는 왜 관념론자가 아닌가”가 기억에 남는데요. 372장은 토론시간에도 활발하게 논의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370장에서는 니체가 새롭게 명명한 ‘디오니소스적 염세주의’가, 372장에서는 현대인들의 감각의 피를 갉아 먹는 좀비같은 철학적 ‘이념’들, 즉 범주들, 형식들, 언어들에 대한 비판이 특이했습니다.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은 두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철학자들이 구축해 놓은 ‘이념’을 통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느끼는 감각을 통해서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입니다. 전자의 방식에서 니체는 이들의 삶을 세이렌의 노래소리가 울려 퍼지는 바다에 비유합니다. 때문에 삶이라는 대양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서 이들은 ‘삶의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보편자들의 육체적 ‘감각’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개별자의 감각을 통해 세계가 구성되는데 이러한 철학은 불가지론과 결부되어 비판받기도 합니다.


니체는 [즐거운 학문] 372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삶이 음악인 한, 참된 철학자는 더 이상 삶의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었으며, 삶의 음악을 부정해야 했다. ―모든 음악은 세이렌의 음악이라는 것이 철학자의 오랜 미신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바로 이와는 정반대되는 판단을 (그 자체로서는 마찬가지로 잘못된 것일 수 있는) 내리려는 경향을 보인다. 요컨대 모든 면에서 빈혈증 환자의 외관을 지니고 있는 이념은 그러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감각보다 더 고약한 유혹자라는 것이다. ―이념은 항상 철학자의  “피”를 빨아먹으며 살아왔고, 철학자의 감각을, 더 나아가 심지어, 사람들이 우리를 믿어준다면, 철학자의 “심장”도 먹어치운다. 이 과거의 철학자들에게는 심장이 없다.⋯⋯ 그대들은 그 배후에서 오랫동안 모습을 숨겨온 흡혈귀가 감각부터 먹어치우기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해골과 그 달가닥거리는 소리만 남기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는가? ―이 말로 내가 지칭하고자 하는 것은 범주들, 형식들, 언어들이다.⋯⋯”


과거의 철학자들은 자신의 “이념의 제국”을 견고히 하기위해 감각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런데 니체에 의하면 오늘날 우리의 인식의 과정이 전보다 더 ‘견고해진 이념’으로 인해 “점점 더 관념론적으로 해석되는 탈감각화”가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더욱 견고해진 “범주들, 형식들, 언어들”이 개별자들의 감각을 하나씩 지워가는것 입니다.


“⋯⋯아마도 우리 현대인들은 플라톤의 관념론을 필요로 하기에는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감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372장의 이 마지막 구절은 우리에게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이 범주와 형식과 언어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니체의 이러한 지적은 저의 일상에도 적용이 됩니다.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범주들 형식들 언어들이 나의 행동을 규정하고 관념을 형성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감정까지도 지배하게 되고 극단의 경우 염세주의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생기는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니체의 처방이 370장에서 언급한 강자의 염세주의, “디오니소스적 염세주의”가 아닐까요⋯.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