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한강

[제물론] 4~6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5-08 22:29
조회
67
제물론 4장

瞿鵲子問乎長梧子曰 吾聞諸夫子 聖人 不從事於務 不就利 不違害 不喜求 不緣道 無謂 有謂 有謂 無謂 而遊乎塵垢之外 夫子 以爲孟浪之言 而我 以爲妙道之行也 吾子 以爲奚若
구작자가 장오자에게 말했다. “나는 우리 선생님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성인은 세상일에 종사하지 않고 이익에 나아가지 않으며 해로움을 피하지 않으며 기쁨을 구하지 않으며 의식적으로 도를 추구하지 않으니, 말하는 것이 없으면서도 말하는 것이 있고 말하는 것이 있으면서도 말하는 것이 없으니 이 세상 밖에서 노닙니다. 선생께서는 허무맹랑한 말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만 저는 묘한 도를 행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瞿鵲子: ‘놀란 까마귀’, 경박스러운 이름.
-夫子: 공자로 설정됨.
-不從事於務: 세상일에 종하지 않음. 務는 世務.
-緣道: 의식적으로 도를 행함.
-無謂 有謂 有謂 無謂: 주장(成心에서 나오는 말)이 없으면서도 있고 있으면서도 없음.
-以爲奚若: 어떻게 생각하는가? 若은 乎와 같음.

長梧子曰 是 皇帝之所聽熒也 而丘也 何足以知之 且女 亦太早計 見卵而求時夜 見彈而求鴞炙
장오자가 말했다. “이것은 황제가 듣고서도 의심할 말인데 공구 같은 자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또한 그대는 지나치게 성급하니 달걀을 보고서 새벽을 알리는 닭을 구하고 탄환을 보고서 새구이를 구하는 격이다.

-聽熒: 듣고서 현혹됨.
-太早計: 지나치게 빨리 계산함. 즉 성급함.
-時夜: 새벽에 시간을 알리는 새 소리.
-鴞炙: 새구이.

予 嘗爲女 妄言之 女以妄 聽之 奚 旁日月 挾宇宙 爲其脗合 置其滑涽 以隸相尊 衆人 役役 聖人 愚芚 參萬歲而一成純 萬物 盡然 而以是 相蘊
“내가 너에게 시험삼아 말해보겠다. 너도 시험삼아 들어보거라. 어떻겠는가. 해와 달과 같이 놀고 우주를 끼고 그것을 나에게 붙이고 도의 세계에 나를 두고 노예와 같은 사람도 존중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은 죽도록 일하고 성인은 어리석고 둔하여 만세의 이치에 통달하여 순수함을 이룬다. 만물은 그렇게 다하는 것이니 이로써 서로 내면을 두텁게 한다.

-妄; ‘망령되이’ 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시험삼아’.
-滑涽: 1. 도의 세계 2. 탁한 이 세상.
-蘊: 내면을 두텁게 함.

予 惡乎知說生之非惑邪 予 惡乎知惡死之非弱喪而不知歸者邪 麗之姬 艾封人之子也 晉國之始得之也 涕泣沾襟 及其至於王所 與王同筐牀 食芻豢而後 悔其泣也 予 惡乎知夫死者不悔其始之蘄生乎
“내가 어찌 삶을 기뻐함이 미혹되지 않음을 알고 내가 어찌 죽음을 미워함이 젊어서 고향을 떠나 돌아감을 모르는 것이 아님을 알겠는가. 여희는 예땅의 국경지기 딸이다. 진나라에 처음 가게 되자 눈물로 옷깃을 적시었는데 왕의 처소에 당도하여 왕과 넓은 침대를 함께 쓰고 소고기, 돼지고기를 먹자 이후 운 것을 후회하였다. 내가 어찌 죽은 사람이 처음에 살기를 바란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알겠는가.”

-弱喪: 젊어서 고향을 떠남.
-沾襟: 눈물로 옷깃을 적심.
-筐牀: 넓은 침대. (同牀: 왕과 함께 자는 여자들을 로비 대상으로 일컫는 정치 용어.)
-芻豢: 소, 양고기/돼지고기

夢 飮酒者 旦而哭泣 夢 哭泣者 旦而田獵 方其夢也 不知其夢也 夢之中 又占其夢焉 覺而後 知其夢也 且有大覺而後 知此其大夢也 而愚者 自以爲覺 竊竊然知之 君乎 牧乎 固哉 丘也與女 皆夢也 予謂女夢 亦夢也 是其言也 其名 爲弔詭 萬世之後 而一遇大聖 知其解者 是 旦暮遇之也
“꿈에서 술을 마신 사람은 아침이 되면 슬피 울고 꿈에서 슬피 울던 사람은 아침이면 사냥하러 간다. 막 꿈을 꾸면 꿈인지 알지 못한다. 꿈속에서는 또한 꿈을 점치다가 깨어난 이후에 그것이 꿈인 줄 안다. 또 이치를 크게 깨달음이 있어야 그 이후에 이 세상을 사는 것이 큰 꿈임을 알게 되는데 어리석은 자는 자신이 깨어 있다고 여기며 똑똑한 체하며 그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군주여, 신하여 하니 어리석구나. 공구와 나는 모두 꿈이고 나는 너를 꿈이라고 하니 또한 꿈이다. 이런 말을 그 이름하여 수수께끼라고 한다. 만세 후에 한번 그 해답을 아는 대성인을 만난대도 아침 저녁으로 사이에 마주치는 것에 불과하다.

-覺: 잠에서 깨어난다고 할 때는 ‘교’라고 읽음.
-固: 고루함. 어리석음.
-弔詭: 속이는 것. 수수께끼.
-旦暮遇之: 아침 저녁 사이에 짧게 만날 정도로 드물다.

旣使我與若 辯矣 若 勝我 我不若勝 若 果是也 我果非也邪 我勝若 若 不吾勝 我果是也 而果非也邪 其或是也 其或非也邪 其俱是也 其俱非也邪
我與若 不能相知也 則人 固受其黮闇 吾誰使正之 使同乎若者 正之 旣與若 同矣 惡能正之 使同乎我者 正之 旣同乎我矣 惡能正之 使異乎我與若者 正之 旣異乎我與若矣 惡能正之 使同乎我與若者 正之 旣同乎我與若矣 惡能正之 然則我與若與人 俱不能相知也 而待彼也邪
가령 내가 너와 논쟁한다면 네가 나를 이기고 내가 너에게서 진다면 네가 참으로 옳은 것인가 내가 과연 그른 것인가. 내가 너를 이기고 네가 나에게 진다면 나는 과연 옳은 것인가 네가 과연 그른 것인가. 아니면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한쪽이 그른 것인가. 아니면 모두 옳거나 모두 그른 것인가.
내가 너와 서로 알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은 참으로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내가 누군가로 하여금 바로잡게 한단 말인가. 너와 같은 자로 하여금 바로잡게 할 것인가. 이미 너와 같은데 어찌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나와 같은 자로 하여금 바로잡게 할 것인가. 이미 나와 같은데 어찌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나와 너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바로잡게 할 것인가. 이미 나와 너와 다른데 어찌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나와 너와 같은 자로 하여금 바로잡게 할 것인가. 이미 나와 너와 같은데 어찌 바로잡을 수 잇겠는가. 그렇다면 나와 너와 그 사람 모두 서로 알 수 없으니 다른 것에 의지해야 하는가.

-正: 바로잡음. 나뉜 의견으로 하나로 만듦.
-黮闇: 혼란에 빠짐.
-待: 의지하는 것. 장자는 의지하는 것이 있는 有待의 차원과 의지하는 것이 없는 無待의 차원에 대해 말한다.

何謂和之以天倪 曰是不是 然不然 是若果是也 則是之異乎不是也 亦無辯 然若果然也 則然之異乎不然也 亦無辯 化聲之相待 若其不相待 和之以天倪 因之以曼衍 所以窮年也 忘年忘義 振於無竟 故寓諸無竟
이런저런 주장이 서로 의지하는 것은 의지하지 않는 것과 같다. 천예에서 조화하고 맡겨진 연을 따라 그대로 맡기는 것이 이것이 하늘로부터 받은 수명을 다하는 방법이다. 무엇을 천예에서 조화한다고 하는가? ‘옳음을 옳지 않다고 여겨보고 그런 것을 그렇지 않다고 여겨보는 것이다. 옳음이 과연 옳다면 이 옳음이 세속 세계에서 옳지 않다고 하는 것과 다른 것임은 변론의 여지가 없다. 나이를 잊고 의를 따지지 않게 되면 경계 없는 곳에서 자신을 펼치니 그렇기 때문에 경계 없는 곳에 맡긴다.’

-化聲之相待 若其不相待 和之以天倪 因之以曼衍 所以窮年也 何謂和之以天倪 曰是不是 然不然 是若果是也 則是之異乎不是也 亦無辯 然若果然也 則然之異乎不然也 亦無辯 忘年忘義 振於無竟 故寓諸無竟 이 순서로 해석해야 함.
-是不是: 1. 옳음과 옳지 않음을 함께 본다. 2. 옳지 않음을 옳은 것으로 여겨본다.
-倪: 分과 같음. 도는 각기 다른 곳에 드러난다는 의미의 分
-無竟: 무하유지향과 같음.
제물론 제5장

罔兩 問景曰 曩 子行 今 子止 曩 子坐 今 子起 何其無特操與 景曰 吾 有待而然者邪 吾所待 又有待而然者邪 吾 待蛇蚹蜩翼邪 惡識所以然 惡識所以不然
곁그림자가 그림자에게 말했다. “조금 전에 그대가 가다가 지금은 그대가 멈추었고 조금 전에 그대가 앉았다가 지금은 그대가 앉았다. 어찌 그다지도 일관성이 없는가?”
그림자가 말했다. “내가 의지하는 것이 있어서 그런가? 내가 의지하는 것이 또한 의지하는 것이 있어서 그런가? 내가 뱀의 배 비늘과 매미의 날개에 의지하는가? 어찌 그런 본질을 알겠는가. 어찌 본질이 아닌 것을 알겠는가.”

-형체와 그림자/상대와 나: 같이 움직이지만 대의 관계가 없는 관계.
-蛇蚹: 뱀의 비늘.
-蜩翼: 매미 날개.
-所以然: 그러한 바. 본 원인.
제물론 제6장

昔者 莊周夢爲胡蝶 栩栩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蘧蘧然周也 不知 周之夢 爲胡蝶與 胡蝶之夢 爲周與 周與胡蝶 則必有分矣 此之謂物化
옛날에 장주가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 가벼이 나비처럼 날아다니니 스스로 기쁘고 뜻에 맞아 자신이 장주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얼마 있다가 깨어나니 둔한 장주가 되었다. 알지 못하겠다. 장주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에서 장주가 된 것인가. 장주와 나비는 반드시 구분이 있다. 이것을 사물의 변화라고 한다.

-栩栩: 가볍게 날아다니는 모양.
-喩: 기뻐하는 모습.
-適志: 뜻에 맞음.
-蘧蘧然: 무게가 있는 장주가 되는 모습.

 

 

드디어 [제물론]이 끝났습니다. 천뢰와 지뢰를 논하던 것에서 장자와 나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경까지 갔네요. <장자>에서 자연은 스스로 펼쳐지는 것이기에 그 주재자를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장자>에서 크게 중요하게 드러나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것을 논하다가 세월 다 간다가 오히려 [제물론]의 핵심 같기도 하고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자연, 이 스스로 펼쳐지는 세계와 간단없이 살아갈 것인가가 아닐까요.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