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4월 25일 10주차 후기

작성자
이재복
작성일
2021-04-30 20:58
조회
113


그치는게 스탑이에요? 그치는게 스탑 맞지 않나... 근데 아니었다. 대학의 지어지선(止於至善)을 예로 설명해주시며 유지, 지속의 뜻이라 하셨다. 말에 끄달리지 말라.

이번 시간에 치우침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다. 내주위에 주식에 빠진 사람이 둘 있다. 요즘은 특히 공모주에. 어제 있었던 sk관련 공모주에 가족, 친척, 친구들 주식계좌까지 될 수 있는대로 빌려서 투자하는 걸 봤다. 저게 치우침이구나. 너네는 주식에 치우쳐 있으니까 주역을 좀 공부하고, 나는 주역에 치우쳐 있으니까 주식을 조금하고. 이것이 치우침에 대해 중심을 잡는 방도는 아니다. 근데 지금 내가 치우침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딱 요정도 이다.

 

나는 주역을 어떻게 대하고 있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주역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수업을 듣고, 달달 외우면 뭐 나도 군자가 되겠지라는 생각도 있고, 세상의 이치가 다 담겨 있다고 하니 주역을 배워 세상에 통달해 집안에서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이건 무슨 치우침이라고 해야 하나? 우상에 대한 치우침이라고 해야 하나..치우치는 게 병이 된다고 한다.

부처, 주역에 나오는 군자, 성인은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을 잡아주는 북극성 같은 존재라고 한다. 북두칠성이 북극성이겠지 하고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사이에 있는 것이 북극성이라고 한다. 무턱대고 군자가 되겠다고 하는 것과 북극성을 바라보며 나의 치우침을 이동해가며 중심을 잡아 가는 것은 전혀 다르겠지? 운동에서도 각각의 동작에 무게중심이 엉뚱한 곳에 실리면 다치기 쉽다. 그리고 무게중심이 내 외부에 있으니 조그만 충격에도 나는 크게 흔들린다. 주역의 괘사 효사 하나 하나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내 태도가 어디로 치우쳐 있는지, 내 마음이 얼마나 모가 났는지 내 말은 어떤지 중심을 요리조리 잡아가는 북극성으로 대하자. 효가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를 단정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고 이 상황 이 자리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지를 자기가 판단해야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택산함(澤山咸)

상호교감, 감응의 괘다. 젊은 소남 소녀의 감응의 괘 정도로 봤는데, 이게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러니 감응을 못하면 되는 일이 없다. 뭔가 다 막혀있는 기분. 스피노자 얘기를 해주셨다. 사람은 물건, 날씨, 사건, 사물과 만나면 신체적 차원의 변이가 일어나고 정서도 일어나고 하는데 자기를 고수하는 인간은 변용이 안 된다고. 온몸에 시멘트를 바르고 있는 사람은 나였다. 내 신체가 콘크리트 덩어리에 눈만 뜨고 숨만 쉬고 있는 듯 그려졌다. 배추벌레만도 못한 거지. 괘로 표현하면 딱 천지비괘이다. 위에는 양효 셋인 건괘 아래는 음효 셋인 곤괘, 음양이 50 : 50 으로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고집. 근데 재미난 것은 여기서 아래 위 효 하나씩을 이동하면 택산함 괘가 된다. 상체에 콘크리트처럼 있는 상구효를 삼의 자리로 이동해서 치우친 내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고, 하체에 있는 육삼효를 상육의 자리로 옮겨 외부에 대해 열려 있는 신체가 된다면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이다. 감응의 때에 군자가 자신을 비워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택지췌(澤地萃)

땅 위에 물이 있는 상으로 사람이 모이는 괘이다. 땅에다 물을 부어 보면 알지만 땅위에 물을 모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리고 감응을 못하는 사람은 사람을 모을 수도 모임에 참석하기도 힘들다. 이런 점에서도 감응이 모든 인간사의 시작인 것 같다. 모임에는 강한 중심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그 주변도 함께 강해진다는 말도 와 닿았다. 감응을 해야 모이고 모여야 감응을 할 수 있고. 감응이든 모임이든 중요한 것은 자기 바름을 지속하는 것. 자기 바름을 지속하지 않으면 치우치고.

지금 나에게 바름이란, 하기로 마음을 낸 것은 포기하지 말고 하기, 분별로 사람 미워하고 증오하지 않기, 진솔하게 말하기.

지금 나의 치우침은 내부는 허약하고 외부로 의존 또는 막히고.

 

북극성을 보며, 덜 치우친 신체로 5월에 뵙겠습니다.

 

 
전체 2

  • 2021-05-01 17:08
    자기를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치우친 신체가 아닐까 싶어요. 방학 잘 보내시고 좀 더 유연하게 만나도록 해요~!

  • 2021-05-04 09:15
    선생님 본인을 위해, 무게 중심을 잡고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쓰신 후기처럼 읽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줄곧 반성하고 계시지만ㅋㅋ 뭔가 경쾌한 느낌? 홈페이지에서 자주 뵙고 싶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