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5월 16일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5-10 12:28
조회
127
<우주변화의 원리>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처음 펼쳐 들었을 때는 몰랐죠. 이렇게 어려운 책일 줄은...=_= 이번에 읽은 <우주변화의 원리> 총론에서는 동양적 세계관을 서양철학 비판을 통해 설명합니다. 이 책에서는 모든 것을 변화로 설명합니다. 이때 기초가 되는 것은 기(氣, 에너지)입니다. 이번에 세미나를 하면서 기가 참 특이한 개념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는 물질도 정신도 아니면서 두 측면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맑으면 정신적인 에너지가 되고 탁하면 물질적인 차원이 되지요. 우주의 변화가 형체를 이루는 원리를 이해할 때 이 기(氣)의 개념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안 그러면 우리는 계속 신체와 정신을 나누고 또 실체화 시키기 때문입니다.

채운샘 강의에서는 에너지의 차원에서 병을 상상하는 것과 실체적 신체를 상정하고 병을 상상하는 것은 다른 결과를 도출한다고 하셨죠. 이 이야기를 들으며 '우주변화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단지 형이상학적인 문제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병과 치유 상태를 따로 생각하고, 나쁜 것(병)을 없애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사고방식은 비단 몸과 병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맞닥뜨리는 다른 문제들에서도 같이 흐릅니다. 문제상황을 만드는 인자가 따로 있고, 그것을 제거하면 된다고 말이죠. 우주변화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어느새 우리 몸과, 정치적 지평까지 이어집니다.

<우주변화의 원리>에서 말하는 것은  본체와 작용이 구분되지 않는 세계입니다. 나와 나의 운동이 구분되지 않는 세계. 이렇다면 운동을 설명할 때 비로소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걸 병에 대입해 보면, 고통을 소거하고 진정한 '나'로 거듭나는 게 아니라 고통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세계관을 이해한다면 어디 탓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그 자체로 결여 없는 존재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번 시간에 읽은 괘 중에 화천대유는 결여 없는 상태, 풍요로움을 누리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 괘를 읽으면서 우리는 좀 더 많이 벌어들이고 쌓아 놓을 궁리만 하지 어떻게 누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역사상 전례없이 풍요로운 시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세상을 풍요롭게 느끼기보다는 더 큰 풍요로움에 대한 결여로 파악하고 탐심을 멈추지 않지요. 화천대유는 상괘는 불, 하괘는 하늘을 상징합니다. 하늘 위에서 비추는 불은 모든 것을 남김없이 비추고 명확하게 파악하는 성질이 있지요. 이때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자신이 누리는 풍요로움입니다. 이 정도 풍요로움은 분명하므로 더 이상 탐하지 말라. 이것이 화천대유가 전하는 지혜이지요. 그리고 풍요로움을 분명하게 인식한 사람은 그것이 자기만의 것이 아님을 알기에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습니다. 풍요로움을 그 자체로 결여 없이 누리는 지혜!

다음 시간에는

<주역> 중화리(重火離), 화뢰서합(火雷噬嗑)괘 읽어옵니다.
<우주변화의 원리> 4장 1절 '상(象)'(173~191쪽), 8장 1절-1 '태극도설'(371~383쪽) 읽어옵니다.
<원형과 무의식> '정신의 본질에 관한 이론적 고찰' 끝까지 읽어옵니다.

후기는 은정샘
간식은 소정샘, 지산샘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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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1 08:06
    인간을 구성하는 것이 수많은 정보의 교환이다, 라는 지난 강의가 인간을 다시 사유하게 만들었어요. 시몽동이 던져준 이야기도 이와 비슷했다고 생각되구요. 우주변화의 원리는 여기에 시간을 개입시켜 동양적 사유로 풀어준 것 같아 더 기대가 됩니다.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이를 바탕으로 주역의 상생변화를 해석하는 것이겠지요. 공부를 할수록 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