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한창 시원한 날을 보내고 계신가요? 아직 한낮에는 더운 기운이 있지만, 밤이 되면 확실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요. 그런데 내일부터는 또 다시 폭염이 시작된다는 얘기가 있네요... 그래도 이번 달까지만 버티면 선선해질 것 같아요. 여름을 ‘버텨야한다’고 생각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허허.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힘냅시다~!

 

다음 주 공지할게요. 《의식과 본질》 10~12장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10장 발제는 민호, 11장은 (작은)지은 누가, 12장은 정옥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 시간 후기는 민호가 정리해서 올려줄 거고, 다음 시간 후기는 윤희쌤께 부탁드릴게요.

무더운 여름보다는 그래도 선선한 가을이 책 읽기 좋은 계절이죠. 좀 더 선선해지면 점심시간에 창경궁으로 산책도 가죠. 그럼 이즈쓰 도시히코와 팀세미나에 박차를 가하시고, 다음 시간에 봬요~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쉬운 공지. 몇 주 째 이어진 채운쌤의 당부는 모두가 머리 아파하는 지점이라 생각하고 따로 정리하지 않겠습니다. ^^;;

채운쌤이 ‘에어컨 권력’을 얘기하신 게 기억에 남네요. 생각은 물적 토대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날씨가 더워지면서 전국적으로 에어컨 설치가 활발해졌죠. 그런데 에어컨은 처음에 노동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생산됐습니다. 더운 날씨 노동자들이 더욱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쇄소에서 종이가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 등등으로 에어컨이 이용됐죠. 실제로 에어컨이 보급됨에 따라 생산성도 높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19, 20세기 에어컨을 사용하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는 한창 에어컨이 보급되지 않은 열대지방에 대해 ‘게으르다’, ‘참을성이 없다’, ‘미개하다’라는 담론이 형성됐다고 합니다.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해가 뜨면 더워서 일하지 않기 때문에 게으르다. 그런 게으름이 저들과 우리의 기술 발전 차이를 만들었다. 저들의 게으름은 곧 미개함이고, 여름에도 열심히 일하는 우리는 부지런하고 곧 문명국이다.’ 이런 생각인 것이죠. 에어컨의 보급은 노동 생산성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아열대지방 사람들은 더위를 잘 못 느끼는데, 오히려 온대지방인 미국 사람들이 더위를 더 많이 탄다고 합니다. 에어컨의 보급이 더위를 견디지 못하는 신체를 만들어낸 것이죠. 미국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모두 에어컨이 설치돼있다는 얘기가 좀 섬뜩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채운쌤은 에어컨의 도입과 더불어 제왕절개 시술의 도입이 전반적으로 화(火), 목(木) 기운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 것과 연결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확실히 80, 90년보다 지금 연예인 지망생들이 많아졌고, 사주를 보면 화나 목처럼 발산하는 기운을 사람들도 통계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 이유는 예전과 달리 날씨를 가리지 않고 일을 치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더워서인지, 동의보감(혹은 관습)을 따랐는지 아니면 일을 하지 않아서 힘이 남아돈 것인지(?) 주로 겨울에 일을 많이 치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에어컨이 도입되자 더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왕절개 수술이 확산되면서 출산 시간도 비슷해졌습니다. 병원은 주로 병원입장에서 일하기 편한 오전 10시~오후1시 사이에 집도한다고 합니다. 에어컨과 제왕절개라는 기술이 시행됨에 따라 다음 세대의 기운 자체가 아예 새롭게 배치된 것이죠. 기운 자체가 이전과 새롭게 배치되니 그에 따라 전반적으로 사고도 달라지면서 아예 새로운 시대를 산다고 느끼게 된 것입니다.

에어컨 권력은 사물이 그 자체로 정치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즉, 우리의 관념이 형성되는 데에는 물적 조건과 기술이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즈쓰 도시히코의 《의식과 본질》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관념을 형성하는지 계속 질문하고 점검하게 하는 훈련이 될 것 같습니다. 약 3천 년 이전 주역부터 시작해서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본질을 규정하는 다양한 철학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자신은 어떤 의식을 형성하는지 보는 게 이번 책을 읽는 여러 목표 중 하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