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NY

절탁 NY 2학기 6주차(6.12) 공지

작성자
나영
작성일
2021-06-05 23:56
조회
116
니체 세미나는 한 주에 과제가 세 개나 되어서 어떤 과제부터 시작하고 끝내야 할지도 고민이 됩니다. 1교시 과제 깔끔하게 먼저 끝내고 2교시 하고 3교시 쭉 이어지게 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안 되죠. 하루는 문서 세 개를 열어두고 과제를 한 적이 있는데요. 요리 못하는 사람이 음식 3개 동시에 하다가 얘는 타고 쟤는 쫄아들고 그 옆은 국물이 흘러넘치는 것과 같이 엉망진창의 상황이 연출되더군요. 그래도 구절을 그냥 뽑아만 오는 것과 한 구절을 읽고 짧게라도 글을 써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느낍니다. 같은 구절을 가지고 글을 써도 자기 고유의 색채가 입혀진 글이 탄생하니까요. 저에게는 그 차이가 굉장히 흥미로워서 공통과제를 읽을 때마다 글쓰기란 참으로 매력적인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1교시에는 <안티크리스트>를 읽고 기독교의 동정과 연민의 정을 중심으로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니체가 동정과 연민은 비판하는 점이 처음에는 좀 의아하기도 해요. 우리는 이게 해로운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오히려 연민의 감정 없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을 욕하죠. 니체는 이 감정들을 허무주의의 실천이라는 이유로 비판합니다. 몰락하게 두어야 하는 것을 보존하려고 하면서 삶의 본능과 충돌하게 됩니다. 동정의 감정이 생길 때 어떤 느낌과 의도인지 살펴야만 합니다. 누군가 짠하고 안쓰럽고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잘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정상성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지닌 채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안쓰러움이 연민과 동정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말이에요. 그렇다면 부처의 연민과 범인의 연민은 어떻게 다를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우선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 없이 무엇을 베푼다는 것은 상대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교의 자비는 자기 자신과의 수행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자신의 위치를 알고, 그래서 사려 깊게 베푸는 마음이 아닐까 싶었어요. 우주 만물의 이치를 아는 지혜와 깊이 관여된 불교의 자비와 함께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되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가치에 신성함을 부여할 때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겸허, 정절, 가난  등의 신성함(이라고 여겨온 가치들)이 삶에 많은 해악을 끼쳐왔다는 점에 니체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러한 가치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 힘의지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것을 원한다는 것, 욕망은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도요. 무엇을 욕망하는 나를 만들어 주체와 대상의 문제로 가져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욕망 역시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것이니까요. 이 문제는 여러 샘들의 에세이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어려움입니다.

주체와 대상의 문제는 2교시 에세이 토론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에세이를 쓰면서 공통과제를 쓰니까 에세이 문제의식이 공통과제에도 비슷하게 드러나더라고요. 나로부터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환상이라던가 어떠한 사물과 사건이 확고하게 존재한다는 생각에서요. 이런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을 힘의지 개념으로 살펴볼 수 있겠는데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정아샘과 경희샘이 더 풀어주실 거예요. 저는 자기가 쓴 글을 읽을 때 목소리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끼는데요. 오늘 경희샘의 에세이 낭독을 듣고 샘이 쓴 글을 스스로 읽어내기 힘든 이유를 여쭤봤어요. 생각이 너무 많고 무거워 감당하기 벅찰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공부한다고 다 떨쳐 낼 수는 없겠지만 샘의 고민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질 수 있기를, 그리고 글에서도 그걸 느낄 수 있기를, 에세이 같이 열심히 읽어가며 응원하겠습니다.

에세이를 쓸 때 기존의 나의 사유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구절을 찾는 게 우선되어야 합니다. 니체 철학 개념을 크게 가져와 문제화하는 일보다는 책에서 하나의 구절을 찾고 그걸 하나하나 해석해내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인용문이 쌓여 에세이가 완성되니까요. 주영샘의 우정 이야기도 차곡차곡 인용문과 해석이 쌓여가고 있어서 비록 저는 그렇게 쓰지 못하고 있지만 아무튼 뿌듯합니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샘들의 글을 보면 얼른 완성하여 배움을 나누어 주기를,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리게 되더군요.

저는 니체의 긍정으로 뭐라뭐라 썼는데요. 그래서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뭐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세미나요”라고 대답했는데 그럼 다른 거 말고 그 문제를 써야 한다는 코멘트를 받았습니다. 누가 세미나 2개 할래, 회사 2개 다닐래 묻는다면 회사 2개를 선택할 것 같아요. 세미나에서 도를 닦는 덕분에 분명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동양철학도 같이 공부하게 되는, 연구실의 동서양을 횡단하는 공부가 그 둘을 따로 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한 큐에 해결되는 공부란 걸 실감하는 중이거든요. 자기 발밑을 먼저 봐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공감되지만 그게 너무 발밑이고 현재진행형이라 숙고하지 않은 채 쏟아내게 될까 우려되기도 합니다만 뭐라도 쓰긴 해야겠죠. 아무튼 각자 받은 코멘트를 중심으로 계속 써보고 결과물은 7주 차인 6월 19일에 가져오시면 되겠습니다. 

<에세이 공통 코멘트>

1. 니체와의 만남

-니체를 만난 뒤 이전에 안 보였던 게 보이는 지점 혹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지점 찾기

-내가 니체로부터 훔쳐낸 무언가를 찾기(개념, 니체의 삶, 이야기 방식 등)

2. 문제 설정

-나의 모든 이야기는 다른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내 문제를 니체로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문제를 해석하는 힘으로 니체를 이용

-문제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제를 명료하게 보는 데까지 가보기

3. 글을 시작하는 방식

-우회로 만들기 : 나와 가장 가까운 것(바로 이게 내 문제) 또는 가장 먼 것(이건 나와는 너무 다름)에서 시작하는 글쓰기

-에피소드로 시작 : 압축적으로 드라마화 하기

-우화 가져오기 : 있을 법한 이야기를 가지고 쓰기(장자)

 

[과제 & 공지]

1. <안티크리스트> 50절(290쪽)까지 읽고 공통과제 쓰기

2. <악령> 2부 10장(중권 끝)까지 읽고 니체의 도덕, 힘의지와 결부시켜서 생각해 보고 싶은 구절 5개 골라오기

3. [내가 만난 니체] 에세이 피드백 반영해서 쓰기(에세이 토론은 없음)

4. 다음 주 간식 : 승현샘, 지안샘  
전체 2

  • 2021-06-06 16:02
    우리 조장님! 예쁜 나영샘 후기 잘 읽었어요. 조장 역할이 요즘 제일 힘들다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조장 역할을 넘 잘 하셔서 전혀 눈치도 못챘는데...
    조 샘들이 조장을하면서 글도 언어도 달라졌고 진행 잘 한다고 찬사를 보내고 있잖아요. 힘내시고요.
    제가 공부하면서 만난 조장님중에 최고이십니다.
    앞으로 협조 할 할께요.(협조란 세미나 시간 늦지 않기, 물건 가져오기, 약속잘지키기 등등)
    어제는 세미나 피드백 반영율 100퍼라고 조장님께 칭찬 받았다가, 갑자기 깨쳐서 당황스러웠었요. ㅎㅎ

  • 2021-06-07 08:59
    주영샘의 우정 에세이와 정아샘과 경희샘의 주체를 벗어나는 에세이가 기대됩니다. 저두 홍시를 좋아하는데요ㅎㅎ
    아, 요리 비유는 전적으로 공감됩니다.
    다르지만 또 비슷한 번뇌를 겪는 입장으로서 승연샘 댓글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