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1학기 10주차 공지 '신이 아닌 양태의 세계'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4-16 16:34
조회
109
어느새 1학기 마지막 주가 코앞입니다. 해놓은 것도 없는데, 벌써 1학기가 끝이라니요...! 2학기부터는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하는데, 근심걱정이 한가득입니다... ㅠㅜ 그래도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하며, 일단 눈앞에 놓인 과제부터 충실해야겠어요.

다음 주에는 해야 할 게 좀 많습니다! 우선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을 마저 읽으시고, 이와 관련해서 들뢰즈의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악에 관한 편지들〉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에티카는 2부 정리39(70쪽)까지 읽어 오시면 됩니다.

과제는 우선 2학기에서 진행할 ‘내가 만난 스피노자’의 개요를 써 오시면 됩니다. 채운쌤은 ‘이대로 쓰면 될 정도로 해와야 한다’고 전하라 하셨는데,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하. 그리고 들뢰즈의 책을 참고하면서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에게 각각 윤리적 지점을 정리해오시면 됩니다. 가령, 스피노자에서는 개체의 윤리적 실천지점은 자유, 능동과 수동의 문제와 연관됩니다. 라이프니츠에서 개체의 윤리적 실천지점은 어떻게 제기되는지 총 정리하는 느낌으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간식은 진아쌤께 부탁드릴게요~!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는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결국 개체의 실존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서 극명하게 나뉘는 것 같습니다. 에티카 2부 정리13의 주석에서 스피노자는 “한 물체가 동시에 여러 방식으로 작용하고 수용할 수 있는 그 능력에 의해 다른 물체들보다 우월할수록, 그 물체의 정신은 동시에 여러 가지 것들을 지각할 수 있는 그 능력에 의해 다른 정신들보다 우월하다고 말하겠다. 그리고 어떤 물체의 작용이 그 물체 자신에게만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작용하기 위해 그 물체와 함께 협력하는 다른 물체들이 더 적어지며, 그 물체의 정신은 그만큼 더 판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우월한 물체’와 ‘우월한 정신’이 등장하는데요. 우월한 물체란 “동시에 여러 방식으로 작용하고 수용할 수 있는 그 능력”을 갖고 있는 물체인데, 이는 곧 “작용이 그 물체 자신에게만 의존”하는 물체입니다. 정신의 우월함도 물체와 똑같은 원리로 규정됩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것들을 지각할 수 있는 그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우월한 정신인데, 이는 “판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얼핏 모순돼 보이는 ‘우월한’에 대한 규정은 개체의 실존 속에서 보면 전혀 모순돼지 않습니다. 스피노자는 1부 정리28과 2부 정리9에서 양태와 양태로서의 정신을 다른 양태, 정신과의 연관 속에서 실존한다고 말합니다. 즉, 우리는 다른 것들과의 연관 속에서 실존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의 실존을 경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라이프니츠와 나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는 신뿐입니다. 라이프니츠도 온전한 의미에서 적합하고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신뿐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신은 만물을 그 자체로 인식할 수 있다’보다는 ‘양태는 다른 양태와의 관계 속에서 인식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좀 더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이 ‘정서’인 것도 변덕스럽고 갈등하는 양태의 삶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 아닐까 하네요. 개체가 우월한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다른 개체들과 함께 사는 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채운쌤이 말씀하신 대로, 라이프니츠를 통해 스피노자가 얼마나 독특한지 계속 느끼게 됩니다. 이유가 어찌됐든 라이프니츠는 외부세계의 신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개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이 계속 보이지 않았죠. 반면에 스피노자는 신을 얘기하면서도 결국 양태로 귀결됩니다. 양태의 실존에 대한 고민이 최우선적인 문제죠.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를 함께 따라간 덕에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비슷한 내용도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마무리는 이번 강의 시간에 잠깐 나왔던 마징가z와 로보트 태권v입니다. 데카르트적 마징가z와 스피노자적 로보트 태권v라 할 수 있을까요? ㅋㅋ 이런 식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분석해봐도 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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