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주차 역사팀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11-18 14:53
조회
108



이번 역사 퀴즈는 본격적인 서양사의 스타트지점, 그리스 문화를 다루었습니다. 페르시아 전쟁, 마라톤 전투, 살라미스 해전, 트로이, 펠레폰네소스 전쟁 등등 많은 전투가 벌어졌고 또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이 퐁퐁 샘솟는 서양 문명의 뿌리 그리스! 물론 민주주의도 빼놓을 수 없지요. <종횡무진 서양사>를 읽으며 이렇게 한줄한줄 중요한 지명과 인명이 나오는 역사현장이 또 있을까 싶었답니다.

먼저 시험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출제자로서 시험문제가 너무 쉬운 것은 아닌가, 이대로 우리 소생 세미나 재정이 반토막이 나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습니다만, 자체적으로(?) 난이도 조절이 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그리스를 배신한 사람의 이름을 쓰라고 했을 때 '이럴 때는 가장 비열한 인간을 쓴다!'고 했던 반응들이 재밌었어요. 알키비아데스...나름 그리스에서 날리던 미소년이었다는데 암기하는 맥락에 따라 '비열의 화신'이 되어버렸군요^^;;; 또 마라톤 전투를 써야 하는데 '마! 까지만 기억나!' 라고 헀던 호정샘의 반응도 재밌었습니다. 나름 거저 주는 문제였는데...문제를 맞추게 하는 것도 출제자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군요.




산책 시간에도 열띤 역사공부~!


(혜원조) 토론 시간에는 아무래도 그리스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과거 저의 교과서적인 서양사 공부에 따르면, 그리스 민주주의는 페르시아 전제정이라는 거대한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과 같은 이미지였습니다. 페르시아 전쟁은 민주주의의 정의와 우수성(?)을 보여준 전쟁이었고요. 그런데 그렇게 태초부터 정의롭고 공정한 것은 있을 수가 없죠. <종횡무진 서양사>에서 짚어준 그리스 민주주의는 간단히 말하면 '시민층이 부유해져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귀족정으로 운영되던 그리스였지만, 전쟁을 통해 시민들의 권한이 많아져 신분 개념이 흐릿해졌다는 것이죠.

또 철학이 발달한 것이 민주주의가 발달해 '더 말을 잘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었다는 설명도 재밌었습니다. 특별히 뛰어난 사람들이 아니라, 단지 저들보다 더 치밀한 논리를 펼치고, 더 호소력 있는 웅변을 할 수 있어야 하는 필요에 따라 발달한 철학이고, 또 평등이라는 것. 이건 중심이 꽉 잡힌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고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아무리 전국시대이고, 제자백가 시대라고 해도, 계속해서 왕과 중앙을 향한 유세술이 발달된 것 같거든요. 그리스에서 쉽게 신분개념이 희박해지고,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아무래도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듯 험준하고 척박한 곳에서 소규모로 뭉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의 영향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명에서 동/서양을 나눈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종횡무진 서양사>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헬레니즘 문명의 성립까지였습니다. 신라까지 연결될 수 있는 헬레니즘 문명의 범위를 생각하면, 우리는 '서양사'를 읽고 있지만 단순히 '서양=유럽사'라고 볼 수 있을까요? 또 우리가 이번에 가려는 러시아는 사실 영토 대부분이 아시아에 걸쳐 있는데, 이들의 역사는 '서양'이라고 바로 말할 수 있을까요? 갑자기 동서양을 너무 무 자르듯 나누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창조) 원체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다보니, 자연스레 대화는 역사 공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더군요. 저번에 호정쌤이 ‘생각보다 재미있더라’라고 얘기해주셨고, 이번에는 ‘지도를 보면서 공부하니까 더 쏙쏙 들어온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 유럽이 생각보다 매우 작은 지역이어서 김빠진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재밌게 역사 공부하신 쌤들 덕에 토론도 나름 생기 넘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민주주의가 의식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역사를 공부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시대 간의 차이를 무마하는 시선인 것 같아요. 지금 있는 것들을 향해 역사가 진보되었다는 시선에는 과거를 미개한 상태로 규정하는 진보사관이 전제됩니다. 혹은 과거의 기원을 정답으로 설정해서 현재의 독특한 조건을 소거하죠. 그리스의 민주주의가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입니다. 마치 현재 우리가 겪는 모든 정치적 문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처럼 민주주의를 재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 성립 과정을 보면, 거기에는 의식의 진보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소수 귀족들이 지배하던 과두정에서 경제 성장과 전쟁을 겪으며 민주주의로 이행할 수밖에 없는 일련의 흐름들이 있었죠. 이 중 민주주의를 형성하게 된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살라미스 해전이었습니다. 이전에는 하찮은 계급으로 분류되었던 노 젓는 수병들이 살라미스 해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움으로써 정치에서의 발언권이 생깁니다. 그러나 그들이 정치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는 다른 그룹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들의 말을 듣는 공평한 제도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형성된 정치체였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형성되어도 거기에는 여전히 정치 영역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신화를 해석하는 부분도 재밌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미케네 문명이 크레타 문명에게 여자 두 명씩 바치는 것을 조공으로 해석하고, 또,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를 죽이는 이야기를 미케네 문명의 독립의 해석하더군요. 신화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보여준다는 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궁금한 점도 있습니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는 국가들을 정복하며 제국의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알렉산드리아’를 세웁니다. 그런데 이 ‘알렉산드리아’에 보관된 기록물들은 어떤 형태로 보관되었을까요? 어떻게 오랜 시간 동안 풍화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을까요? 파피루스, 점토판 등등 많은 후보가 나왔으나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나중에 조사해서 역사 생산물에 보충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관광 사업을 유치하는 것과 별개로, 그리스는 서양 문화의 뿌리라 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리스인’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까요? 언젠가 이란에 갔을 때는 그들이 스스로를 ‘페르시아인’이라 여기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쟁을 통한 성장한 나라들이 금방 망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흥망성쇠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요? 흥망성쇠의 반복에 대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다음 3장을 읽기로 했습니다.
전체 4

  • 2019-11-18 15:10
    민주주의가 단지 시민층이 부유해진 결과이고 결코 발달한 정치체제도 아니라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이번에 나오는 로마에도 그와 같은 설명이 있는데, 민주주의=진보로만 생각하고 있던 환상이 깨졌습니다.

  • 2019-11-18 15:52
    엥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흥망성쇠를 끊어낸다고요? 어떻게? 왜?
    상대를 설득하고 대중을 휘어잡는 연설을 할 필요성 때문에 그리스에서 철학이 발달했다는 대목이 흥미로웠습니다.

    • 2019-11-18 18:48
      혜원님은 역사의 흥망성쇠쯤은 한주먹으로 끊어내실 수 있으실 듯. @.@

  • 2019-11-20 12:46
    어마어마한 물량을 쏟아부으며 전쟁을 일으키고, 학문과 제도가 발달하고 문화가 생겨나는 게 원대한 목표나 비전 같은 게 아니라 단지 삶의 필요에 의해서라는 점이 뭔가 인간적(?)으로 느껴져서 역사 공부가 좀 재미있어지는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