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생1학기 3주차 정리 및 11.28 공지

작성자
정옥
작성일
2019-11-22 15:08
조회
113
소생1학기 3주차 정리 및 11.28 공지

목요일 아침은 꽤나 분주합니다. 아침부터 일찍 나와 부엌에선 점심에 먹을 국을 끓이고 간식을 담고, 세미나실에선 팀별 소모임을 진행합니다. 이번 주는 크로포트킨을 공부하기 때문에 철학팀 번개 모임이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 암호 같은 <서양사> 인물 이름과 지명과 전투를 암기하며 시험 준비 하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엄청 열심인 것 같죠? 사실 전날 다 해놔야 하는 걸 아침에 몰아서 하느라 정신을 쏙 빼는 거랍니다. 그렇죠 뭐. 하지만 왁자한 웃음소리와 분주함에 삿된 기운이 물러나는 것 같아 목요일 아침이면 유쾌합니다.
이번 주에는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의 1-4부를 읽고 토론 했습니다. 그리고 깊어진 가을을 느끼며 산책도 했구요, 물론 시험 치르고, 로마사 중 한니발 장군이 활약한 포에니 전투 영상을 보고, 토론까지 하니 5시가 다 되어 정리했습니다.

5dd77e4320c8c7408887.jpg맛있는 간식

공부에 간식은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죠, 오늘 간식엔 영식샘이 직접 깐 생율을 가져오셨습니다. 제가 먹으며 감사하는 음식 두 가지가 있는데, 달래와 생율입니다. 둘 다 손이 너무 많이 가기 때문이죠. 가져 오신 밤은 영식샘이 남편 분과 함께 까신거라고 하니, 그 오순도순한 모습과 노고가 그려져 맛이 더했습니다. 남편분은 일요일 아침 맹자 원문을 읽는 격몽 시간에 만나 뵙고 있지요.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마구 마구’ 먹었습니다.
저희 정말 너무 잘 먹습니다.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죠. 다만 조심하는 음식이 있다면 육류와 인스턴트 정도인 것 같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고기를 즐겨 먹지 않고 조리과정 없이 따서 바로 먹는 음식 정도를 가리는 것 같습니다. 컵라면, 과자, 유음료 정도. 불교, 철학, 생태, 몸 등을 공부하는 과정에 이러한 것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으로 건강과 환경까지 함께 생각하는 데서 나온 윤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갛고 깨끗한 밤은 저희가 쉽게 준비하는 간식들 사이에서 단연 특이할 만큼 특별한 간식이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공부 역시 관계

요즘 저희에게 핫한 문제는 책을 읽어내고 소화하는 문제 이외에, 아무래도 시험과 벌금에 관련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벌금은 걷지 않는 걸로 정리 되었습니다. 가장 상위 취지가 공부를 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역사 시험을 통해 미련하게나마, 인명과 지명을 외우기라도 하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죠. 역사에서 인명과 지명과 전쟁이름 등은 이미 그것과 관련된 맥락을 함축하는 단어이기에 단지 하나의 명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죠. 그래서 일단 낯선 단어들을 암기할 필요도 있구요. 이것이 공부의 취지였지요. 벌금은 이것의 긴장감을 높이고 재미를 더하는 것이었기에, 부차적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관계의 문제입니다. 벌금에 대한 문제제기가 액수의 다소로 접근해야하는 문제가 아니고, 공부와 또 이 시스템과 관계 맺는 방식의 문제이기에 조정보다는 폐지가 맞다고 역사팀에서 판단한 것 같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간의 관계도 있고요. 폐지의 부작용이 있다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실. 벌금과 상관없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명예를 지켜야하는 일? 참고로 지난주 만점을 맞았던 정작가(익명 보장) 께서는 이번 주 두 개 빨간 줄이 갔지만 ‘벌금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번 주에도 만점이 두 분 있었습니다. 밤 까느라 바쁘셨을텐데 시험 준비까지 해오시고, 사람 되기에 열심인 곰이 의외의 만점자입니다. 익명 보장이 원칙입니다. 궁금하셔도 참아주시길. 제가 예의주시하는 의외의 복병이 있습니다. 지난주 돌아가며 틀린 개수를 말할 때 -3, -6, -2.... 그분이 4라고 하셨습니다. 못 외웠다는 엄살과 달리 모두 와~ 하는 순간 “맞았습니다!” 라고 하셨죠. 진짜 와~~~~ 했습니다.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 ㅎ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감이당에서 책 두 권이 나왔네요. 곰샘의 글쓰기 책인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와 함께 공부하시는 샘들의 독서록인, <나는 왜 이 고전을...>입니다. 그 책이 저희 공간에 선물로 왔습니다. 선민샘이 애써 가져와 주셨어요. 소생하시는 선생님과 나누고 규문각에 한 부 비치했습니다. 오셔서 읽어보세요.
공부를 하고 공부한 것을 나누는 것이 우리 공부의 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감이당에서 먼저 공부한 것을 나누어 주셨네요. 감사한 마음과 함께 저희도 발분해 나눌 수 있는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요일 소생을 통해 이 공부가 흘러 넘쳐 제 길을 가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게 해 주었습니다. 책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5dd77e38885467931707.jpg다음 주 11/28 4주차 공지입니다.

# 상호부조론 5장~끝까지
상호부조론 발제
영식샘 5-6장 / 규창 7-8장
혜연샘 5-6장 / 혜원 7-8장

# <서양사>는 4부 20장까지 읽으시면 됩니다. 출제자는 건화.
<서양사> 중세 범위가 많아 일부 조정합니다.
11/28 : 4부 20장
12/5 : 4부 21,22장 + 5부
12/12 : 6부
12/19 : 7부

# 간식은 윤순샘, 민호

 

보내는 시는 블라디미르 마야꼬프스키의 <릴리츠까!>입니다.

 
릴리츠까!

-편지 대신 보내는 시


담배 연기 자욱한 방.

이 방은-

끄루초니흐의 지옥편 중 한 장(章)

그대 기억하는가-

이 창문 밖에서

처음으로

흥분에 떨며 그대의 손을 잡았었지.

오늘 그대는 심장을 철갑 속에 감추고서

여기 이렇게 앉아 있구려.

내일이면

아마도

내게 욕설을 퍼붓고

쫓아내겠지.

침침한 현관에서 떨리는 팔을 소매에 끼우려면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리겠지.

나는 밖으로 뛰쳐나가

거리에 몸을 던질 거요

절망에 사로잡힌 나는

미치광이

야만인이 될 거요.

사랑하는 그대,

착한 그대,

그럴 필요가 어디 있겠소

그냥 지금 헤어집시다.

그대가 어딜 가든

나의 사랑은

무거운 저울추처럼

그대에게 달려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내 비애와 분노를 소리치게 해주오.

황소를 심하게 부리면

그놈은 찬물에 들어가 쉬려 할 거요.

그러나 내겐 그대 사랑밖엔

바다도 없소.

그리고 그대의 사랑은

아무리 울며 사랑해도

나를 쉬게 하지 않는구려.

피곤한 코끼리는 휴식을 원하는 법.

뜨거운 모래 위에 황제처럼 눕는 법.

허나 내겐

그대의 사랑밖엔

태양도 없소.

그대가 어디서 누구와 같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사랑 때문에 그토록 괴로움을 당한다면

시인은

돈과 명예에

사랑을 팔아 버릴 거요

하지만 내겐

그대의 사랑스런 이름밖엔

아무런 즐거운 소리도 들리지 않소.

그렇다고 창밖으로 몸을 던지거나

독약을 마시거나

관자놀이에 총알을 박거나 하진 않겠소

그 어떤 칼날도

그대 눈길만큼

나를 제압하지는 못하니.

내일이면 그대 잊으리라

내가 그대에게 왕관을 씌워 주었음을

피어나는 영혼을 사랑으로 불태웠음을

덧없는 세월의 카니발은 회오리바람처럼

내 시집의 페이지를 흩트려 놓을 거요……

메마른 종잇장에 적힌 나의 시를 볼 때

그대는 과연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걸음을 멈출 것인가?


다만

그대 떠나가는 길에

내 마지막 애정을 꽃처럼 뿌리게 해주오.

전체 1

  • 2019-11-22 19:01
    어제 벌금 없애면서 벌금이 없는데 시험을 못보면 그야말로 '돈의 노예'라는 것을 증명한다는 말이 가장 무서웠습니다(ㅎㄷㄷ 명예를 위해!! 다음 시간에도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