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 세미나

7월 1일 후기

작성자
one
작성일
2020-07-04 20:36
조회
94
후기쓰는 일에 왜 이다지도 마음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지난 5월에도 격국에 대한 후기를 남겼었는데요, 어쩌면 이렇게 모를 수 있을까요? 올해 자오충을 만나 외부상황에 정신없이 휘둘리는 6개월을 보낸 걸 핑계로 삼을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수요일은 식신제살격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 귀에 크게 들렸던 내용을 중심으로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 식신제살격

479 페이지 예제사주는 신약한 식신제살격이다. 오월 임수가 진토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나 자기 계절이 아니라 신약한 사주로 본다. 관살(무토, 진토인 편관)이 매우 강합니다. 이 강한 살을 눌러주는 힘의 균형이 필요한데, 여기서 목극토를 해주는 식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하나 있는 갑목이 관살을 억제한다. 식신제살이 잘 되기 위해서는 비견겁재가 힘이 있어야 식신으로 설기가 된다. 일간인 임수가 약한편인데, 여기에 혹시나 금 인성이 떠버리면 식신제살이 안되기 때문에 금이 안 떠있는 것이 다행인 사주이다. 인성은 금생수를 해주지만 인성이 하나 있는 갑목 식신을 향하기 때문에...(※ 신약한 식신제살은 인성을 꺼리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다. 사주의 구성에 따라 그때그때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p.481).

이 사주에서는 제살을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용신이 식신이므로 식신제살격이라 하는 것 같다. 갑목의 역할 비중이 크기에 식신제살격이라는 격이 성립한 것이다. 여기서는 목을 도와주는 비견겁재가 들어와주면 좋기 때문에 비겁운이 들어온 때가 가장 좋았다고 했는데, 자운에서 죽었다라고 마치고 있다.

여기서 잠깐, 不祿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子運, 衰神冲旺. 不祿.

자운에서, 쇠약한 것이 왕성한 것을(오화) 충하여, 녹을 받지 못했다. (p.479)
현숙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여러 고서에 不祿이라는 문구가 종종 등장하며 이를 ‘죽었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아마도 신분제 사회였던 옛날에는 벼슬길에 나아가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이들에게 ‘祿俸(녹봉)’이 끊긴다는 것은 더 이상 먹고 살 길이 없어지는 것을 뜻하며, 이는 곧 죽음을 의미하기에 그렇게 해석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이렇게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운에서 죽었다는 것에 대한 글자 해석은 더 생각해 볼 문제로 녹음파일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격은 사주 구성에서 가장 강한 힘, 가장 중요하게 쓰는 힘이다. 그러나 제대로 격을 갖춘 사주가 드물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격을 따지지 않으며, 박청하씨(?)는 파격만 본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격이 깨졌는지 파격의 원인을 알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 것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관살은 나를 둘러싼 외부다. 외부에서 나를 치는 기운에 대해 내가 맞설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그 외부가 나의 것이 된다.

◎ 사주팔자를 죽어있는 글자로 보지 말고 살아있는 삶의 과정으로 풀어라. 어떤 글자가 들어온다고 다 좋거나 다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 인생의 하루하루에는 어떤 것이 이루어지면 동시에 어떤 것이 허결되는 부분이 있다.

◎ 수업 중 Q&A

갑경충이 될 때 을목이 들어오면 을경합이 되어 갑경충이 약해지는 것으로 보아야하는가?

→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을유, 을축, 을미로 들어오는 경우마다 다르다. 만약 을미로 들어올 경우 을목이 미토에 뿌리내린 살아있는 을목이 들어온 것이므로 을경합이 됐을 때는 지지에 경금 글자가 없으면 기반이 되어 관살을 단지 묶어놓을 뿐이다. 그러나 뿌리를 분명히 내리고 있을 때는 경금의 힘이 을목과 비등비등하다. 서로 뿌리를 가지고 있을 때는 서로 묶지 않는다. 을경합금의 힘이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져 금극목이 된다. 合以化가 중요하다. 꼭 격이 아니더라도 합이 될 때가 있고, 묶일 때가 있다. 천간 합을 생각할 때 무조건 병신합수, 갑기합토가 아니다. 변화가 되기 위해서는 지지에서 실현이 되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 자기 뿌리를 가지고 있을 때에는 합이 되지 않는다. 둘다 세력이 비등하므로. 만약 을목이 세고, 갑목이 약한데 을경합으로 묶이면 이때 경금이 묶인다.

◎ 임철초 선생 사주를 풀이하신 효신 선생님께서는 식신격으로 ‘글을 쓰는 식상’을 잘 활용한 그의 책이 2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공부교재로 읽히는 것을 보면 그의 사주는 괜찮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하셨습니다.^^ 고흐 같은 이들처럼 죽고 난 후에 이름을 떨치는 사주도 있을까 하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흥미롭습니다. 생각해 볼 여지가 있겠습니다.

◎ 개두절각은 힘을 반으로 반감시킨다. 용신일 때만 그렇다.

예) 금이 용신인데 위에 화가 덮고 있을 때가 개두다. 이때 금의 힘을 50프로밖에 못쓴다.

◎ 음양오행을 확실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것은 음양오행의 이치로 통한다. 음양오행의 이치를 우리 일상과 접속할 때 진짜 공부가 된다.

저는 적천수 사주풀이 수업내용보다도 마지막에 현숙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제 마음에 크게 남았습니다. 매 시간 이렇게 하나씩 얻어가는게 있으니 결석을 할 수가 없지요. 공교롭게도 요즘 저는 ‘이 공부는 해서 무엇에 쓰나, 글자는 풀어서 무엇을 하나?’라는 허무함과 권태감이 서서히 밀려오는 시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예복습을 거의 하지 못했으니 학기 말이 되었는데도 아는게 없어서 이런 생각이 더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오랜 시간 혼자 공부를 해 오시면서 큰 수업료를 내고 체계적으로 배워볼까 욕심을 내보았다가도 ‘진짜 내 공부’를 놓칠 수도 있겠다 하시며 그 순간의 마음을 바라보고 욕심을 접었던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선생님을 비롯하여 여기 함께 앉아있는 많은 분들이 다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이곳에 와있는거구나. 결국 교육은 자기 교육이며, 공부는 자기 공부라는 생각에 공명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려고 하는데에 이만한 공부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공부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는 지금 많이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 공부를 천천히, 꾸준히 하게되어 온갖 이론들을 익히고 나면 ‘알고 나면(혹은 소유하고 나면) 다 버리게 되는’ 멋진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요. 아무튼 모두들 무더위와 코로나를 잘 피해 각자의 삶에서 진짜 공부를 해나가시길 기원합니다.
전체 2

  • 2020-07-05 12:18
    이러시니 제가 '이쁜 정원쌤'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을 수가 없죠. ㅎㅎㅎ 샘의 후기를 읽으며 저 자신을 많이 돌아봤습니다. 자신이 안 만큼을 조근조근 풀어놓으며, 거기에 자기의 분명한 생각과 고민까지 얹어 거품기라고는 전혀 없는 차분한 후기를 써주신 샘을 어찌 '이쁘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ㅎㅎㅎ 저는 이쁘다는 표현을 참 많이, 아주 감정적으로 사용하지만 샘의 이런 솔직하고도 분명한, 그러면서 사려깊은 마음씨를 닮고 싶어 자꾸 이런 표현을 하는 거 같아요. 글고 샘은 이미 명리의 기본이치를 충분히 알고 계신 거 같아요. 스스로 모른다고 비하하시지 마시길~^^ 좋은 후기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 2020-07-05 21:31
    아이고 선생님~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지만 겨우 하나씩 밖에 얻어가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를 이해해주세요. 그러나 그 하나가 저에게는 참 큽니다. 아무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다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