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에이징 세미나

3.18 몸 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0-03-14 00:34
조회
66
<동의보감> 기(氣)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기(氣)라는 것은 종류가 여러개입니다. 지금 읽은 데가지만 해도 영기(營氣)와 위기(衛氣)가 있습니다. 영기는 혈액의 순환을 주관하며 우리 몸 내부를 흐르는 기입니다. 그리고 위기는 위(衛)라는 글자에서 알 수 있듯 몸 바깥쪽에서 흐르며 우리 몸을 호위하는 역할을 하지요. 면역력이 외부 병원균을 막아주는 힘이라면, 한의학에서는 그것이 위기에 해당될 겁니다. 이 두 종류의 기는 하루에 정해진 순서대로 돌며 우리 몸의 운행에 관여합니다. 그런데 헷갈리는 것은 영기와 위기가 낮에는 안팎을 따라 흐르다가 밤이 되면 그 자리를 바꾼다는 것입니다. "위기는 하루 낮과 밤에 전신을 50바퀴 순행한다. 주간에는 양분(陽分)에서 25바퀴를 돌고, 야간에는 음분(陰分)에서 25바퀴를 돈다"가 그것입니다. 마치 낮과 밤이 교대하듯 기운 역시 자리를 바꾸는 것이죠. 때문에 인간은 낮에는 외부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가 밤에는 약해진다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우리 몸이 건강하려면 안팎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생리작용과 방어작용이 함께 움직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면역력'이라고 해서 그런 힘이 우리 몸에 마치 따로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만, 사실 질병은 사기(邪氣)가 침입이 없도록 그 틈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몸은 끊임없이 운행하는 것이고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의 건강을 운행이 아니라 수치에 맞추면 우리는 온갖 검사도구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읽은 <인간은 어떻게 병에 걸리는가>에 나온 사례 중 하나는 열에 대한 것입니다. 몸에 열이 나는 것은 그 자체로 몸의 방어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열이 곧 질병이라 생각하고 제거해야 할 무엇으로 여기죠. 이는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증상에 대한 사유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열이 나거나 어딘가가 아프다는 것은, 몸이 그렇게 반응하게끔 하는 외부의 사기가 틈입한 것일텐데, 우리는 증상을 제거하는 데 더 익숙합니다. 평균 체온, 혈압, 몸무게 같은 것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건강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는 어떻게 보면 <아파야 산다>와 비슷한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다른 게 있다면, 질병이나 우리 몸에 대한 관념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지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가령 어린아이가 야채를 먹기 싫어하는 것은, 야채 자체가 담고 있는 독소에 대한 신체 차원의 반응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저 아기의 도덕성(?)과 습관을 문제 삼습니다. 질병 역시 마찬가지이고 말입니다. 어떤 증상은 긴 시간동안 진화한 우리 몸이 축적한 경험의 결과일텐데, 우리는 그것보다는 평균 데이터를 더 우선시 하고 그걸 더 익숙하게 생각하지요. 그런데 이런 것은 평소에 생각하지 않으면 휩쓸리기 쉬울 것 같습니다. 아프지 않을 때야 대충 살겠지만 어딘가 아파서 병원을 갔는데 평균보다 어떤 수치가 높고 그래서 약을 먹으라고 한다면, 거기서 과연 휩쓸리지 않고 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기도 세미나에서 꾸준히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역시 이런 책을 읽고 가는 것과 그냥 가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건강이라 하고, 무엇을 병이라 하는가.


다음주는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나머지 읽고 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