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에이징 세미나

3.25 몸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0-03-20 14:51
조회
67
이번 시간은 숨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래 살고 싶다면? 오래 숨을 쉬어라! 이런 단순하면서도 오묘한 진리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이때 '오래' 숨을 쉬는 것은 한번 숨을 쉴 때마다 깊이 숨을 쉬는 것을 말합니다. 태아시절 우리는 원래 배꼽의 탯줄을 통해 양분을 공급받앗고, 그것으로 숨을 쉬었는데 만약 그런 배꼽으로 숨을 쉬는 것으로 돌아간다면 기(氣)를 온전히 보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 원리죠. <동의보감>에서는 한번 들이쉴 때마다 120까지 세라고 했는데...저는 한 25까지가 한계더라고요^^ 호흡은 정말 늘 하는 것인데 의식하는 순간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숨을 극히 미세하게 고르게 된 다음에는 입과 코를 쓰지 않고 배꼽으로 호흡하여 태 속에 있는 것과 같이 한다. 그러므로 태식(胎息)이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수을 한 입 들이마시고 숨을 멈추어 배꼽으로 호흡하게 하면서 81까지 세거나 120까지 센 다음 입으로 기를 내뿜는데, 기를 내보낼 때는 아주 미세하게 하여 기러기 털을 입과 코 위에 붙이고 기를 내보낼 때 그 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한다. 이렇게 점차 익혀가면서 점차 수를 증가시켜 1000까지 셀 수 있다면 노인은 다시 젊어지는데, 날마다 하루씩 젊어질 수 있다. 갈선옹은 한여름만 되면 문득 깊은 못 바닥으로 들어가 열흘 쯤이나 지나서 나오곤 하였는데, 그것은 그가 능히 숨을 멈추고 태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숨을 멈추고 태식을 모른다면 이로울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동의보감>, '태식법')

기러기 털을 코 위에 붙이고 그것이 움직이지 않게 300번 호흡하는데, 귀로는 들리는 것이 없게 하고, 눈으로는 보이는 것이 없게 하고, 마음속으로는 생각나는 것이 없게 한다. 이렇게 하면 추위나 더위가 침범하질 못하고, 벌이나 전갈이 쏘아도 독이 들지 않으며 360살까지 살게 된다. (<동의보감>, '숨을 고르는 비결')


<동의보감>에 따르면 숨을 들이쉬는 것도 큰일이지만 사실 내쉬는 것도 큰일입니다. 아주 미세하게 내쉬려고 하다보면 어느새 들이쉴 타이밍을 놓쳐 허둥대거나 그냥 안에 있는 것을 한숨처럼 모조리 쏟아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거든요. 사실 이러한 호흡법을 실천하려면 정서적으로 무척 안정된 상태여야 할 것입니다. "귀로는 들리는 것이 없게 하고, 눈으로는 보이는 것이 없게 하고, 마음속으로는 생각나는 것이 없게" 하는 것이죠. 어쩌면 명상수련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우리는 기쁘거나, 화가 나거나, 혹은 우울할 때 숨을 몰아쉬곤 하니까요. <동의보감>은 이런 마음의 문제가 바로 몸과 직결되며 병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것입니다.

그러고보면 살아있다면 다 숨을 쉬고, 그래서 호흡은 은근히 건강과 별로 상관 없는 항목으로 밀어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호흡 만큼 내 상태를 잘 보여주는 것은 없습니다. 내 상태를 깨닫기 전에 숨은 이미 흐트러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것을 민감하게 캐치하는 것이 맥을 짚는 진단법인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에 우리는 서로의 맥을 짚어봤는데요 저는 맥이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니 확실히 느리고 좀 약하더라고요. 이것을 더 민감하게 짚는다면 '이리저리 얽힌 거미줄' 은 맥, '부글부글하며 국 위에 뜬 기름덩이 같은' 맥 같은 것도 구분이 된다고 합니다. 각 부위마다 배속된 장부도 있다고 하고요. 하지만 역시 그런 건 임상 데이터가 있어야 가늠할 수 있겠지요.




싱싱한 맥(?!)으로 각광받으신 현숙샘과 그를 노리는 사람들




맥의 이름과 배속된 장부들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를 이번에 마지막까지 읽었는데요,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 가장 섬뜩하면서도 '어쩌라는 거냐!' 싶은 부분은 역시 '암' 챕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암에 걸리지 않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찍 죽는 겁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나이들수록 암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암에 걸리지 않는 유전자의 소유자를 부모로 두는 것입니다. 암은 대체로 유전되니까요. 이 이야기는 이 책의 모토인 '진화론과 질병'의 맥을 동반합니다. 인간의 진화는 발전이 아닌 타협이라는 점, 그리고 그 타협 가운데 질병도 생겨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암은 어떤 질병일까요? 암은 사실 세포가 끊임없이 증식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현대에 암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어쩌면 같은 방식으로 계속 살아가는 방식이 세포 차원에서 발현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동의보감>의 호흡과 묘하게 연결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호흡은 우리가 매 순간 반복하는 신체 활동이지요. 하지만 한편으로 호흡법이 달라지만 삶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감정을 절제하고 깊게 호흡하는 사람과 있는대로 화를 내고 빠르게 호흡하는 사람은 그 수명도 삶의 스타일도 다를 겁니다. 그리고 매번 같은 방식으로 마음을 쓰고 한 방향으로 뻗어가려고 하는 자본주의적 삶이 세포 단위에 드러나는 것이 암이라고 할 수 있고요. 질병의 사회학?



다음주는 <생명자본> 1부 읽어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전체 1

  • 2020-03-20 18:14
    호흡을 의식하고 있지 않다가 이번에 어떻게 숨 쉬고 있는지를 보니까 어느 순간 호흡을 멈추다가 갑자기 빠르게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어요. 숨이야 그냥 쉬면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숨을 쉬는 방식에 제 삶의 방식이 보여서 놀랐습니다. 양생법 중에서 왜 호흡을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알 것 같았습니다.
    이번 주에 서로의 맥박을 느껴보는 시간이 재밌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네요. 이렇게 누군가의 은밀한 소리에 귀 기울인 적이 있나 할 정도로 맥박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이 맥박이 무엇을 말해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각 선생님들마다 모두 다른 리듬과 강도를 갖고 계시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탄력있는 맥박을 지니신 현숙쌤의 맥이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