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즐거운 학문 1부 세미나후기

작성자
계숙
작성일
2018-01-16 23:10
조회
126
<즐거운 학문> 中 1부

오늘 세미나 시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고귀함’이었다. 우리 모두 ‘고귀’해지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이런 대규모(!) 세미나를 하게 되어 시간배분을 못한 것인지 암튼 첫 번째 논의주제인 ‘고귀함’을 얘기하다가 그만 시간이 다 가버리고 말았다.

니체가 말한 고귀함 中 ‘(고귀함은)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비극의 탄생>에 등장한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고귀한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있었다. 그리고 고귀함이란 시대를 초월한 어떤 가치들의 총칭이라기보다는 지금의 시대에서 ‘생소하고, 희귀하고, 이상하게’ 보이는, 예전에는 평범한 것으로도 여겨졌을 특성들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그런 의미에서 고귀함이란 일종의 ‘반시대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있었다. 또는 이유나 근거가 없는 충동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을 고귀함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는 논의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우린 ‘고귀함’만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이를 설명하기 위해 1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갖가지 니체의 용어들을 총동원해야 했다. 충동, 고통, 노예, 근면, 규칙, 목적, 권태 등이 고귀함을 중심으로 재배열되고 있었다. 뭔가 눈에 띄는 하나를 잡아당겼을 뿐인데 몸통 전체가 뽑아져 나올 것 같다는 예감과 함께 말이다. 니체가 말하는 그 수많은 얘기들 중에서 뭔가 하나라도 깊이 들어간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지점에 서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 ‘고귀함’이라는 것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을 되돌아서 생각해보면, 고귀함이란 좋은 것, 멋진 것을 돌려 말하는 것이었지 않나 싶다. 그것도 사회적 통념과는 다른 신선함을 가진. 그리고 이런 고귀한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남의 시선, 기존의 윤리가 아닌 자기 자신에 충실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의 회로 즉, 기존의 윤리, 가치의 무근거성을 생각하다가 ‘이런 기존 윤리에 찌들지 않은 진정한 나의 충동에 충실한 것이 새로운 가치다’라는 식의 도약은 이미 기존의 에세이 발표 때마다 선생님이 반복적으로 지적한 사항이었다. ‘진정한 나’와 같은 본질은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도 생각나고, 니체의 개념들을 이해하려면 니체가 말한 개념들을 충분히 이해해야하고 또한 그것이 제기되는 문제의식을 이해해야한다는 말도 떠올랐다.

그리고 보면 나는 니체가 왜 고귀함을 이야기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고귀함과 대비되는 비천한 천성, 비천한 사람들을 왜 계속 거론하는지 알지 못한다. 무언가를 단순히 찬양하고 경멸하기 위해서는 아닐 텐데 말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이런 인식의 한계를 넘고 어떤 주제를 통해서라도 니체가 말한 개념을 파고들어 치열한 에세이를 쓰고 싶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