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는 니체

즐거운 학문 2부 후기

작성자
손수련
작성일
2018-01-23 01:37
조회
118
건화샘의 제주행으로 인해, 책과 발제문을 읽고 나서 의견을 나누는 시간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지금까지는 발제문을 읽고 책으로 돌아가서 대화를 이어갔으나 오늘은 발제문에 대한 질의응답을 포함하여 조금 더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가 되었다.

경아샘의 발제문은 가상과 실재를 이야기했다. 우리말 가상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appearance/ simulated image) 나는 희한하게 어떤 뜻으로 읽어도 문장의 이해에 큰 차이가 없는 듯 했다.

「처음에 가상이었던 것이 결국 본질이 되어 본질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사물의 본질은 없으므로 "사물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불리고 있는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종교, 관습, 도덕 등 절대적으로 보이는 것들도 가상에서 출발한 것들이므로 가상이 이들의 기원이다. ... 어떤 대상을 해석하는 것 자체에는 이미 가치, 관점이 포함되고 그래서 입장에 따라 다른 의미들이 도출될 수 밖에 없다. 해석은 그 대상과 관계 맺기이고 해석자의 과거와 현재의 모든 것이 얽혀들어 가는 것. 해석자체가 힘의 작동이다.」

73절 성스러운 잔혹성에서, 가련하고 불구인 아기를 성자가 "죽여라. 죽이고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아이를 팔에 안고 이 일을 기억에 새겨라. 그러면 네가 아이를 낳을 만한 때가 아닐 때에 아이를 낳는 일이 다시는 없겠지, 그 아이를 살게 하는 것이 더 잔인한 일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 받아들일 만한 때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로 나타난 사상에 대한 비유가 아닐지에 대한 의견이 있어 새로웠다. 이는 또한 우생학, 소록도에서의 강제불임시술 또는 나치의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도 악용의 소지가 있어보였다. 한편,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니체가 그리 부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를 죽이라는 부분에서 말하는 죽음은 통상 우리가 말하는 죽음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2부에는 여성에 대한 구절이 다수 등장하는데 대부분 읽기에 매우 불편한 문장들이어서 이해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사실 니체는 근거없는 관습과 윤리에 대해 망치질을 하고 다르게 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현재의 페미니즘에 큰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니체의 여성에 대한 관점은 그 시대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른 철학자들에 대해서 그리 곱게 얘기하지 않는 니체가 유독 존경의 느낌을 표현하는 사람을 발견했는데 그는 바로 괴테다.  97절 작가의 수다스러움에 관하여에서 '뛰어난 언어와 언어형식의 즐거움에서 나오는 수다스러움은 괴테의 산문에서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03절 테플리츠에서 괴테와 만났던 베토벤... '선하지만 "선한" 것 이상인 인간 옆에 선 선량한 인간... 예외적인 독일인 괴테, 그와 같은 수준에 오른 음악을 아직도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인 괴테가 말이다!' 괴테는 어떤 인물이었길래 까탈스럽기 그지없는 니체에게서 이런 찬사를 받은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이해한 것보다 이해하지 못한 것이 많은 상태로 니체를 읽고 있다. 니체는 왜 비극에 대해서는 깊게 조명하면서 희극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는 것인지.. 불교의 자비나 유교의 인의예지신, 묵자의 겸애. 예수의 사랑은 니체의 생각을 빌리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인지.. 하나하나 알아보고 싶다.
전체 1

  • 2018-01-25 10:33
    수련샘 빠르고 꼼꼼한 후기 감사합니다. 세미나 함께하지 못해서 너무나 아쉬웠는데, 그나마 후기로 아쉬움을 달랩니다. 니체와 페미니즘, 니체와 동양철학, 니체와 예수... 모두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샘의 고민이 어느지점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자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