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한강

[응제왕] 5~7, [양생주] 1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3-04 17:09
조회
66
7편 응제왕

5. 鄭有神巫 曰季咸 知人之死生存亡 禍福壽天 期以歲月旬日 若神 鄭人 見之 皆棄而走 列子見之而心醉 歸以告壺子 曰 始吾以夫子之道 爲至矣 則又有至焉者矣
정나라에 계함이라고 하는 신이한 무당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의 사생존망(死生存亡), 화복(禍福)과 장수 혹은 요절할지에 대해 일 년, 달, 열흘 단위로 알아 마치 신과 같았다. 정나라 사람은 그를 보면 갖고 있는 것을 모두 버리고 도망가 버렸다. 열자는 그를 보고 심취해서는 돌아와 호자에게 말했다. “처음 저는 선생님의 도가 지극하다고 여겼는데 이제 보니 또 선생님보다 지극한 자가 있습니다.”

-<열자>에 거의 그대로 등장하는 에피소드.
-열자: 스승을 찾아다니는 유학생의 이미지. ‘1% 부족한 캐릭터’이 에피소드는 열자가 자신에게 부족한 그 부분을 극복하는 이야기.
-이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것은 계함과 호자가 직접 말을 나누지 않는다는 것. 세계관이 다른 자들은 직접 대화하지 않고 메신저(열자)를 통한다.
-鄭: <열자>에는 제나라로 나옴. 무당과 같은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산 속이 아니라 오히려 대도시를 중심으로 모였다. 제나라는 그중에서도 ‘센터’
-咸: 주역에서는 감응(感)을 뜻하는 글자. 무당의 이름으로 어울림.
-天: 夭와 통용. 요절의 의미.
-旬: 열흘 단위로 그가 언제 죽을지 알아볼 수 있었다는 의미.
-壺子: <열자>에는 ‘壺丘子’라고 나와 있음. 호리병 모양 언덕에 사는 선생. 호리병은 입구는 좁은데 안은 넓은 병. 별천지를 뜻하는‘壺天地’라는 말도 있음. 이 이름이 말해주는 것은 우리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것.

壺子曰 吾與汝 旣其文 未旣其實 而 固得道與 衆雌而無雄 而又奚卵焉 而以道與世亢 必信夫 故 使人 得而相女 嘗試與來 以予 示之
호자가 말했다. “나는 너에게 문(文)은 다 가르쳐 주었지만 아직 실질에 대해서는 다 가르쳐주지 못했다. 네가 진실로 도를 얻었겠는가? 암탉이 많이 있어도 수탉이 없으면 어떻게 부화되는 알이 있겠는가. 네는 도로써 세상과 겨루어 반드시 인정받으려고 했고 그래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너를 파악하도록 만들었다. 한번 같이 와 보거라. 나를 그에게 보여주마.

-文은 언어로 전달 가능한 이치. 實은 언어로 전달하기 어려운 깊은 이치.
-亢: 열자의 공부 스타일을 말해줌. 계함과 스승인 호자를 비교한 것처럼 더 좋은 것을 추구하며 비교하고 인정받으려고 함.
-而: 이 문장에서 접속사도 되고 ‘너’를 뜻하는 대명사도 됨.
-相: 파악하다.

明日 列子與之見壺子 出而謂列子 曰 嘻 子之先生 死矣 弗活矣 不以旬 數矣 吾見怪焉 見濕灰焉
다음날 열자가 계함과 함께 열자를 만났다. 계함이 밖으로 나와 열자에게 말했다. “아, 그대의 선생은 죽을 것이다. 살 가망이 없다. 열흘도 못갈 것이다. 나는 그에게서 괴이한 것을 보았는데 그에게서 물에 젖은 재를 보았다.”

-계함의 말투는 무당들이 하는 것처럼 단호하고 센 말투.
-不以旬 數矣: 열흘도 헤아리지 못한다. 즉 열흘도 못 간다는 뜻.
-濕灰: 이미 생명의 불이 사라진 재에 물까지 닿은, 완전히 생명력이 사라진 이미지.

列子入 泣涕沾襟 以告壺子 壺子曰 鄕 吾示之以地文 萌乎不震不正(止) 是殆見吾杜德機也 嘗又與來
열자가 들어와 옷깃을 적셔가며 울면서 호자에게 그 말을 고하자 호자가 말했다. “아까 내가 그에게 보여준 것은 땅의 이미지이니 꼼짝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면서 움직이지 않음도 없다. 그는 아마도 내게서 생명력이 꽉 막힌 것을 보았을 것이다. 한번 또 같이 와 보거라.”

-沾襟: 옷깃을 적실 정도로 많이 울다.
-鄕: 좀 전에.(=嚮)
-地文: 해석 분분한 단어.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움직이지 않음이 없는 대지의 이미지.
-正: 열자에서는 止로 나옴. 움직이지 않는 모습.
-杜: 막을 두. 생명력이 꽉 막힌 모습.
-德機: 道가 개체성을 띠면 德. 일종의 생명력.

明日 又與之見壺子 出而謂列子曰 幸矣 子之先生 遇我也 有瘳矣 全然有生矣 吾見其杜權矣
다음날 또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계함이 나오며 열자에게 말했다. “다행이다. 자네의 선생이 나를 만난 것이. 차도가 있어 완전히 생기가 났도다. 내가 봤을 때는 그의 생기가 막혀 보였는데.”

-瘳: 병 나을 차.
-吾見其杜權矣: 1. 내가 어제 봤을 때는 그의 생명력이 막혔었는데. (변명조) 2. 내가 보기에 그의 상황이 막혀 보이지만. (權을 변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
-權: 앞의 德機와 같은 뜻.

列子入 以告壺子 壺子曰 鄕吾示之以天壤 名實 不入 而機發於踵 是殆見吾善者機也 嘗又與來
열자가 들어와 그 말을 호자에게 하자 호자가 말했다. “아까 나는 그에게 하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명칭이나 실제가 들어올 수 없는데 생명력은 발뒤꿈치에서 발생한다. 그는 아마도 내 생명력이 생겨남을 봤을 것이다. 다시 그와 함께 오거라.”

-天壤: 1. 천지의 움직임. 2. 地文과 대비되게 天文
-名實 不入: 명칭이나 실제가 들어올 수 없는 정신영역.
-見吾善者機也: 1. 나의 생명력이 생겨남을 봤을 것이다. 2. 나의 생명력을 좋게 봤을 것이다.

明日 又與之見壺子 出而謂列子曰 子之先生 不齊 吾無得而相焉 試齊 且復相之
다음날 또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계함이 나와 열자에게 말했다. “당신 선생이 일정하지 않아서 내가 그를 볼 수가 없다. 한번 일정해 진다면 그를 다시 만나 보겠다.”

-齊: 1. 가지런하다. 일정하다. 2. 재계하다.(齋)

列子入 以告壺子 壺子曰 吾鄕示之以太沖莫勝 是殆見吾 衡氣機也 鯢桓之審爲淵 止水之審爲淵 流水之審爲淵 淵有九名 此 處三焉 嘗又與來
열자가 들어와 그 말을 호자에게 하자 호자가 말했다. “나는 아까 그에게 크게 텅 비어서 조짐이 없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아마도 나에게서 움직이는 생명력이 균형잡힌 것을 보았을 것이다. 고래가 헤엄치는 깊은 곳도 연못이라고 하고 물이 잠잠한 깊은 곳도 연못이라고 하며 물이 흐르는 깊은 곳도 연못이라고 하니, 연못에는 이름이 아홉 가지가 있으나 그 중 세 개에 해당되는 것이다. 다시 그와 함께 와 보거라.”

-太沖: 크게 텅 빈 모양.
-莫勝: 勝은 조짐(朕)을 뜻함. 무엇인가가 일어나기 전 조짐도 없는 모습.
-衡氣機: 움직이는 생명력이 균형 잡힌 모습. 조짐이 없지만 여기서 모든 것이 만들어짐. 앞에서 나온 젖은 재와는 다름.
-審: 물이 모여들어 깊이를 알 수 없는 곳.
-淵有九名: 연못에는 아홉 가지 이름이 있다. 즉 무수한 변화가 있다는 뜻.

明日 又與之見壺子 立未定 自失而走 壺子曰 追之 列子追之不及 反 以報壺子 曰 已滅矣 已失矣吾弗及已 壺子曰 鄕吾示之以未始出吾宗 吾與之虛而委蛇 不知其誰何 因以爲弟靡 因以爲波流 故逃也
다음 날 또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선 채로 앉지도 않았는데 계함이 망연자실하여 도망쳤다. 호자가 말했다. “그를 쫓아라.” 열자가 그를 쫓았지만 따라잡지 못했다. 돌아와 호자에게 보고하며 말했다. “이미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미 놓쳤습니다. 제가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호자가 말했다. “아까 나는 그에게 일찍이 내 정신의 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가 텅 비면서 무심하게 변화를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어 그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었고 따라서 바람처럼 몰려오고 파도처럼 덮친다고 생각해 그래서 도망친 것이다.”

-宗: 道, 太沖과 통함. 자연 그대로의 텅 빈 것.
-委蛇(위이): 구불거리는 모양. 무심하게 변화를 따르는 모양.
-弟靡: 띠풀이 쓰러지는 모습이 연상되는 큰 에너지의 흐름.
-波流: 흐르는 물결이 파도처럼 덮치는 모습.

然後 列子自以爲未始學 而歸 三年 不出 爲其妻爨 食豕如食人 於事 無與親 雕琢復朴 塊然 獨以其形 立 紛而封哉 一以是 終
그 후 열자는 스스로 아직 배움을 시작하지도 못 했다고 여기고 집으로 돌아가 삼 년 간 나오지 않았으며 아내를 위해 밥을 짓고 돼지 먹이기를 사람 먹이듯이 하였다. 일에 있어 친함이 없었고 꾸밈을 쪼아내고 소박함으로 돌아가 흙덩이처럼 흔들림 없이 홀로 자신의 형체로 섰다. 분분한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았으니 한결같은 모습으로 죽음을 맞았다.

-爨: 불(火)을 지펴 땔감을 넣고(林) 밥을 하는(興) 모습.
-食豕如食人: 나와 다른 사람과 짐승 사이에 경계가 없는 모습.
-雕: 배운다고 하며 새겨진 꾸밈. 겉멋.
-朴: 소박한 본질.
-紛而封哉: 1. 분분한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2. 분분한 세상에서 어지러운 자신을 지켰다. (열자에서는 哉가 戎으로 되어 있음.)

6. 無爲名尸, 無爲謀府, 無爲事任, 無爲知主. 體盡無窮, 而遊無朕, 盡其所受乎天, 而無見得, 亦虛而已. 至人之用心, 若鏡, 不將不迎, 應而不藏, 故能勝物而不傷.
명예의 주인이 되지 말며 모략의 창고가 되지 말며 공적인 일을 담당하지 말며 지혜의 주인이 되지 말아라. 다함이 없는 도를 완전히 체득하여 징조가 없는 곳에서 노닐어라. 하늘로부터 받은 것을 다하되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말 것이니 오직 비울 따름이다. 지인의 마음 씀은 거울과 같아 전송하지도 않고 환영하지도 않으며 응하면서도 쌓아놓지는 않으니 외물에 흔들리지도 않고 훼손되지도 않는다.

-謀府; 꾀가 잔뜩 있어 언제든 방책을 내놓는 인물을 빗댄 말.
-知主: 지혜를 주관하지 말라. 知는 인위적으로 하려는 것.
-體盡無窮: 1. 무궁한 도를 몸으로 다하다. 2. 다 할 수 있는 것을 ㅔ득하여 끝없게 하라.
-無朕: 징조가 없는 곳. 도의 세계. 무하유지향의 다른 말.
-鏡: 거울은 사물이 다가오면 비출 뿐 그 자체에서 뭔가가 일어나지 않는다.

7. 南海之帝爲儵, 北海之帝爲忽, 中央之帝爲混沌. 儵與忽, 時相與遇於混沌之地, 混沌待之甚善. 儵與忽, 謀報混沌之德, 曰 人皆有七窺, 以視聽食息, 此獨無有, 嘗試鑿之. 日鑿一竅, 七日而混沌死.
남해의 임금은 숙(儵)이요 북해의 임금은 홀(忽)이며 중앙의 임금은 혼돈(混沌)이다. 숙과 홀은 수시로 혼돈의 땅에서 서로 함께 만났다. 혼돈은 그들에게 대접을 아주 잘 해주었다. 숙과 홀이 혼돈의 기량에 보답하기 위해 모의하며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 쉰다. 그만이 갖고 있지 않으니 한번 그를 뚫어주자.” 하루에 한 구멍씩 뚫어 칠일이 지나자 혼돈이 죽고 말았다.

-儵忽: 빠를 숙(儵), 급할 홀(忽). 변화하는 세상, 혹은 유위(有爲)의 세계의 이미지.
-謀: 숙과 홀이 혼돈을 위해 모의함. 모략의 창고가 되지 말라고 했던 6장과 연결. 인위적인 조치.
-혼돈의 죽음을 감각기관의 문제와 연관.

3편 양생주(養生主)

1. 吾生也有涯, 而知也無涯. 以有涯隨無涯, 殆已. 已而爲知者, 殆而已矣. 爲善無近名, 爲惡無近刑. 緣督以爲經, 可以保身, 可以全生, 可以養親, 可以盡年.
우리의 생명은 한계가 있지만 앎은 한계가 없다. 한계가 있는 것으로 한계가 없는 것을 따른다면 위태롭다. 그런데도 앎을 위한다면 매우 위태로울 뿐이다. 선을 행하되
명예에 가까워지지 말며 악을 행하되 형벌에 가까워지지 말라. 중심을 지키는 것을 경으로 삼으면 몸을 보호할 수 있고 생명을 온전하게 할 수 있고 부모를 봉양할 수 있으며 수명을 끝까지 누릴 수 있다.

-涯: 물길의 끝을 의미. 끝없이 흘러갈 것 같은 물도 결국에는 끝이 있다.
-爲惡無近刑: 악행을 행하면서도 형벌은 피해가라는 게 아니라 선악의 구분을 잊고 中에 거하라는 뜻.
-緣督: 督은 몸의 뒤로 척추를 따라 흐르는 맥 이름이며 중심을 의미. 연독은 삶에 중심을 갖는다는 것.
-盡年: 선천적으로 나에게 세팅된 수명을 다함. cf, 考終命, 하늘에서 준 수명을 마침.

2. 庖丁爲文惠君解牛, 手之所觸, 肩之所倚, 足之所履, 膝之所踦, 砉然嚮然, 奏刀騞然, 莫不中音. 合於桑林之舞, 乃中經首之會.
포정이 문혜군을 위해 소를 해체하였다. 손으로 쇠뿔을 잡고 어깨로 소를 밀며 발로 소를 밟고 무릎으로 소를 누른다. 칼질하는 소리가 획획 울려 퍼지고 칼을 놀리니 쐐쐐 소리가 나니 음악에 맞지 않음이 없어서 상림(桑林)의 무곡에 맞고 경수(經首)의 박자에 꼭 맞았다.

-문혜군은 <맹자>에 나오는 양혜왕이라는 설이 있음.
-생략된 글자와 의성어가 많아서 번역하기 까다로운 문장. ‘번역을 거부하는 문장’(!)
-解牛: 殺牛라고 하지 않고 소를 해체한다고 하는 좀 더 고상하고 예술적인(?) 표현.
-砉然: 칼질할 때 나는 소리.
-奏刀: 칼로 소를 해체하는데 ‘연주하다(奏)’라는 의미를 지닌 글자를 씀.
-騞然: 칼질할 때 나는 소리. 砉然보다 더 큰 소리.
-상림(桑林)의은 탕임금의 음악. 경수(經首)는 요임금의 음악.


<장자>의 마지막 챕터 [응제왕]을 끝냈습니다. 번역문으로 봤을 때는 그냥 그런 뜻인가보다~하고 넘어갔는데 원문을 보니까 번역하기 까다롭기 그지없는 고개들이었군요. 열자가 매개하는 호자와 계함의 고수 싸움(!)도 더 실감나게 보이고요. 개인적으로 우쌤께서 열자가 아내를 위해 밥을 지어주었다고 했을 때 ‘爨’이라는 글자를 풀어주신 게 인상적이었어요. 아내를 위해 밥해줬다는 이야기 자체도 감동적이지만 불을 때서 직접 밥을 짓는 모양의 글자로 만나니 좀 더 찡-한 느낌? ㅎㅎ
원문으로 읽으면 더 새로운 <장자>, 다음은 [양생주]로 접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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