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한강

[양생주] 2~4, [인간세] 1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3-11 21:11
조회
64
2. 文惠君曰 譆, 善哉! 技盍至此乎?
문혜군이 말했다. “아, 대단하구나. 기술이 어쩜 그러한 지경까지 이르렀는가?”

-문혜군은 포정을 기술자로 보고 있음.
-盍은 盍과 같음. ‘어찌’

 

庖丁釋刀對曰 臣之所好者道也, 進乎技矣, 始臣之解牛之時, 所見無非全牛者. 三年之後, 未嘗見全牛也. 方今之時, 臣以神遇而不以目視, 官知之而神欲行. 依乎天理, 批大卻 . 導大窾. 因其固然, 技經肯綮之未嘗微礙, 而況大軱乎!
良庖歲更刀, 割也, 族庖月更刀, 折也. 今臣之刀十九年矣, 所解數千牛矣, 而刀刃若新發於硎. 彼節者有閒, 而刀刃者無厚, 以無厚入有閒, 恢恢乎其於遊刃, 必有餘地矣. 是以十九年, 而刀刃若新發於硎. 雖然, 每至於族, 吾見其難爲, 怵然爲戒, 視爲止, 行爲遲. 動刀甚微, 謋然已解, 如土委地. 提刀而立, 爲之四顧, 爲之躊躇滿志, 善刀而藏之.
포정은 칼을 거두고 대답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道)인데, 기술보다 더 나아간 것입니다. 처음 제가 소를 해체할 때는 보이는 것이 소 덩어리 아닌 게 없었습니다. 삼년이 지나자 소 덩어리는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감각으로 소를 만나지 눈으로 보지 않으니, 신체기관으로 파악하는 것이 멈추고 감각의 방향성이 작동합니다. 천연의 결을 따라 큰 틈을 치고 큰 공간에서 본래 그러한 대로 움직여 칼놀림이 통과할 때 갈빗살과 힘줄을 치지 않으니 하물며 큰 뼈이겠습니까?
좋은 백정은 해마다 칼을 바꾸니 살코기를 자르기 때문이고 일반 백정은 달마다 칼을 바꾸니 뼈를 끊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의 칼은 십구 년이 되었는데 해체한 소가 수천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칼날은 막 숫돌에 갈아낸 것 같습니다. 소의 관절에는 틈이 있고 칼날에는 두께가 없으니 두께 없는 것으로 틈 있는 것에 들어간다면 자유자재로 칼을 놀리는데 넉넉합니다. 이 때문에 십구 년 동안 칼날이 막 갈아낸 것과 같습니다. 비록 그렇지만 근육이 뭉쳐있는 것에 이를 때마다 저는 칼을 놀리기 어려움을 보아 긴장하고 경계하며 보는 것을 멈추고 천천히 행동합니다. 칼을 매우 미세하게 움직이면 어느 순간 이미 소가 분해되어 흙처럼 땅에 쌓여 있는 겁니다. 그러면 칼을 잡은 채 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머뭇거리다가 뜻이 만족되어 칼을 잘 갈무리해 보관합니다.”

-포정은 소를 잡을 때 殺을 쓰지 않고 解를 씀. 나름의 자존심.
-全牛: 소의 전체 덩어리. 처음 소를 대할 때 압도당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소는 전체 덩어리로 보임.
-神: 정신과는 다른 감각. 단순히 눈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닌 감각과 영감으로 소의 회로를 파악하는 경지.
-神欲行: 감각의 방향성이 작용하는 대로.
-天理: 자연의 결. 理는 피부결, 잎맥, 옥결 등 물체의 결을 뜻함.
-技經: 칼날의 지나감.
-肯綮: 갈빗살과 힘줄
-技經肯綮之未嘗微礙: 技未嘗經肯綮之 이 문장을 도치한 것. 칼날이 갈빗살과 힘줄을 치지 않고 지나감.
-族庖: 일반적인 백정. 族은 衆(많다, 일반적)이 의미로 쓰임.
-十九年: 1. 백정 일을 시작하고 19년동안 칼을 바꾸지 않았다. 2. 마지막으로 칼을 바꾼 지 19년이 지났다.
-刀刃若新發於硎: 칼날을 새로 갈아낸 것과 같다. 發은 벼린다는 뜻.
-閒: 間(틈) 혹은 閑(한가함). 오래된 책은 閒이라는 글자로 통용함.
-恢恢: 자유자재로 칼을 놀리는 의태어.
-每至於族: 힘줄이나 근육 따위가 뭉쳐 있는 곳에 칼이 이를 때마다. 이때 族은 앞에서와 달리 '모여있다'라는 뜻으로 쓰임. <장자>에는 같은 문장 안에서 같은 글자를 다른 뜻으로 쓰는 경우가 많음.
-謋然: 1. 휙 소리가 나도록 지나가는 어느 순간. 2. 살과 뼈가 분리될 때 나는 소리.

 

文惠君曰 善哉 吾聞庖丁之言 得養生焉.
문혜군이 말했다. “훌륭하구나, 나는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의 도를 얻었다.”

 
3. 公文軒 見右師 而驚曰 是何人也 惡乎介也 天與 其人與 曰 天也 非人也 天之生是 使獨也 人之貌 有與也 以是 知其天也 非人也
공문헌이 우사를 보고 놀라 말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어찌하여 월형을 당했는가? 하늘이 한 일인가? 아니면 사람이 그렇게 한 것인가?” 우사가 말했다. “하늘이 한 일이지 사람이 한 일이 아니다. 하늘이 이 사람을 낳으며 한 발로 서게 한 것이다. 사람의 모습은 하늘이 부여한 것이니 그러므로 하늘이 그렇게 한 것이지 사람이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軒: 수레. 공문헌은 멋있는 수레를 타고 다니는 사람. 즉 귀족의 이름.
-右師: 師는 군대 고급장교나 검찰 계통 관리를 뜻함. 1. 현재 우사 직에 있는 사람. 2. 예전에는 우사였으나 벌을 받아 쫓겨난 사람.
-介: 1. 낱개 2. 개수 3. 절개 4. 한쪽 발에 월형을 당함.
-天之生是: 하늘이 이 사람을 낳음. 是는 자기를 객관적으로 표현한 말.
-獨: 한 발로 서게 함. 介를 반복하지 않고 獨을 씀.

 

澤雉 十步 一啄 百步 一飮 不蘄畜乎樊中 神雖王 不善也
못가의 꿩은 열 보 걸어가 한 번 쪼아 먹고 백 보 걸어가 한 번 물을 마시지만 새장 안에서 길러지기를 원하지 않으며, 감각이 살아있지만 대단한지는 알지 못한다.

-자유로운 행보에 대한 문장.
-蘄: 기대하다, 원하다.
-樊中: 새장 안.
-神雖王 不善也 1. (자유로운 꿩은)감각이 살아있지만 자신이 대단한지 알지 못하여 자랑하지 않는다. 2. (새장의 새는) 잘 먹어서 신체와 정신은 비록 살쪄 있지만 좋지 않다. (神을 形으로 봄.) 3. (못가의 꿩이 보는 새장의 새는) 비록 살쪄 있으나 나는 좋게 여겨지지 않는다.

 

4. 老聃死, 秦失弔之, 三號而出. 弟子曰非夫子之友邪 曰 然. 然則弔焉若此, 可乎? 曰然. 始也, 吾以爲至人也, 而今非也. 向吾入而弔焉, 有老者哭之, 如哭其子, 少者哭之, 如哭其母. 彼其所以會之, 必有不蘄言而言, 不蘄哭而哭者. 是遯天倍情, 忘其所受, 古者謂之遁天之刑. 適來, 夫子時也, 適去, 夫子順也. 安時而處順, 哀樂不能入也, 古者謂是帝之懸解.
노담이 죽었는데 진일이 조문하러 가서 세 번 곡하고는 나왔다.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의 친구가 아니십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조문을 그렇게 해도 됩니까?” “그렇다. 나는 그를 지인이라고 여겼는데 지금 보니 아니었다. 좀 전에 내가 들어가 그를 조문하였는데 늙은이는 자식을 잃은 것처럼 곡하고 젊은이가 부모를 잃은 것처럼 곡하고 있었다. 조문객들이 모인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니,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좋은 말을 해주고 있고 곡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곡을 하고 있구나. 이는 천리에 어긋남이요 실상을 등지는 것이며 생명은 받은 것임을 망각한 것이다. 옛 사람들은 하늘을 저버린 형벌을 받았다고 한다. 우연히 오는 것은 그의 생이 되고 우연히 감은 그가 따르는 것이다. 주어진 삶에 편안하고 흐름에 처하라. 생사에 대한 애락은 개입할 수 없으니 옛 사람들은 하늘이 매달려 있는 것을 풀어줬다고 한다.

-유가는 장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묵가는 박장을 주장했지만 장자는 장례 자체가 의미 없다고 말함.
-會; 약속하여 만나는 것. 遇보다는 더 계획적인 만남.
-不蘄言而言, 不蘄哭而哭者: 노담이 말로는 좋은 말을 기대하지 않고 곡하기를 바라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의 행동과 분위기가 사람들이 좋은 말을 하고 곡하는 빌미를 줬다는 것.
-帝: 하늘을 인격적으로 표현함.
-帝之懸解: 1. 하늘이 매달려 있는 것을 풀어줬다. 2. 거꾸로 매달린 꽃받침 상태에서 풀려났다. (帝를 蒂로 봄.)

 

指窮於爲薪 火傳也 不知其盡也
땔나무가 다 타서 끝나면 불은 다른 데로 옮겨간다. 그 불기운은 언제 다할지 알지 못함을 말한다.

-指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뜻이 됨. 1. 땔나무가 다 타서 끝나면 불은 다른 데로 옮겨가니 그 불기운이 언제 다 할지 알지 못함을 말한다. 2. 땔나무가 다하면 불길은 다른 쪽으로 가는 것을 가리키는데, 땔나무가 다 됨을 알지 못한다. 3. 땔나무가 다 되면 손가락으로 더 밀어 넣어 불이 붙게 하니 다 함을 알지 못한다.

 
제4편 인간세

-인간들과 함께 사는 세상.
-<장자>는 세속을 떠나지 않으며 거기서 무심히 산다.

1. 顔回見仲尼, 請行.
안회가 공자를 뵙고 떠날 것을 청했다.

 

曰 奚之
공자가 말했다. “어디로 가는가?”

 

曰 將之衛.
“위나라로 가려고 합니다.”

-당시 위나라는 위영공, 남자, 괴외, 첩을 둘러싼 정치적 난장판.
-공자가 주유하던 당시 가장 오래 머문 나라는 위나라. 그런데 <장자>에서 안회가 위나라로 가겠다고 하는 패러디.
-장자가 당시 살았던 송나라 마지막 군주를 빗댄 것이라 하기도 함.

 

曰 奚爲焉
“가서 무엇을 하려는가?”

 

曰 回聞衛君, 其年壯, 其行獨, 輕用其國, 而不見其過, 輕用民死, 死者以國, 量乎澤, 若蕉, 民其無如矣, 回嘗聞之夫子曰 治國去之, 亂國就之, 醫門多疾. 願以所聞, 思其所行, 則庶幾其國有瘳乎!
“제가 듣기로 위나라 군주는 젊은 나이에 독단적인 행동을 일삼는다고 합니다. 가벼이 그 나라를 다스리고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하며 백성들의 죽음을 가벼이 여겨 죽은 자들이 그 나라 안에 늪지대로 헤아리며 풀더미 처럼 쌓여 있어 백성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합니다. 저는 일찍이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을 들었습니다.‘다스려진 나라에서는 떠나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나아가니 의원의 집에는 병든 이가 많다.’ 원컨대 그것을 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 나라는 거의 치유될 것입니다.”

-死者以國, 量乎澤: 죽은 자들이 그 나라 안에 1. 늪지대 단위로 헤아릴 정도로 많다. 2. 늪지에 가득하다.
-若蕉: 1. 풀더미처럼 쌓여 있다. 2. 잔악함이 불태움과 같다. (焦)
-如: 가다라는 뜻으로 쓰임.
-治國去之, 亂國就之: 공자가 하는 말과 반대로 패러디 함.
-전국시대의 참상을 보여주는 문장이기도 함. 전국시대는 귀족들이 싸우던 춘추시대와 달리 농민군을 차용하던 시대였음. 그러므로 사망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던 시대.

 

仲尼曰 譆! 若 殆往而刑耳!
공자가 말했다. “아, 너는 아마도 가면 형벌을 받을 것이다.”

-若: 너
-殆: 近의 의미. ‘아마도’

 
우리가 읽는 <장자>는 위진남북조 시대의 인물 곽상의 편집본이라고 합니다. 위진남북조 시대는 노장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장자>가 지금 우리가 아는 형태로 편집된 시대이기도 하고 왕필의 <노자>가 나온 시대이기도 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라가 일어나고 멸망하던 격변의 시기에 지식인들이 노장에 탐닉한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밌는 것 같습니다. <장자>와 <노자> 역시 전란의 시대에 나온 텍스트이기도 하니까요.
곽상은 원래 절개를 지키며 정계에 진출하지 않았던 선비였다고 합니다. 그때 <장자>에 주를 달았고요, 그런데 말년에 정계에 진출하여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한 나머지 명예를 잃고 후대에 덜 존경을 받는 주석가로 남았다고 합니다. 곽상의 주는 우리가 아는 왕필이나 주희보다 덜(?) 존중받는다고. 그래서 우리가 읽는 <장자> 책에는 곽상의 주에 반박하는 내용이 많다고 합니다. 주석마저 견고한 권위를 부여받지 못한 것이 어쩐지 <장자>답기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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