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한강

[인간세] 2~3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3-26 14:10
조회
62
<장자> [인간세] 2~3

 

2. 葉公子高將使於齊 問於仲尼曰 王使諸梁也甚重 齊之待使者 蓋將甚敬而不急 匹夫猶未可動 而況諸侯乎 吾甚慄之.

子常語諸梁也曰 凡事若小若大, 寡不道以懽成. 事若不成, 則必有人道之患, 事若成, 則必有陰陽之患. 若成若不成, 而後無患者, 唯有德者能之. 吾食也執粗而不臧, 爨無欲淸之人. 今吾朝受命而夕飮氷, 我其內熱與! 吾未至乎事之情, 而旣有陰陽之患矣 事若不成, 必有人道之患. 是兩也, 爲人臣者不足以任之, 子其有以語我來

섭공자고가 제나라로 사신 갈 적에 중니에게 물었다. “왕이 저(諸梁)를 사신으로 보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제나라는 아마도 사신을 대우할 때 몹시 공경하면서도 일을 빨리 처리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기 어려운데 하물며 제후이겠습니까. 저는 이것이 매우 두렵습니다.

선생께서는 일찍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무릇 일이 크든 작든 도가 아닌 것으로 잘 성사시키기란 어렵습니다. 만약 성사되지 못한다면 인도(人道)의 근심이 있게 되고 일이 성사되더라도 반드시 음양의 근심이 있게 됩니다. 성사되든 성사되지 못하든 그 후 근심이 없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자만 가능합니다.’ 저는 꾸준히 거친 음식을 먹고 좋은 음식을 먹지 않아서 불 때는 부엌에서 시원하길 바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저는 아침에 명을 받고 저녁에 얼음물을 들이켰으니 저는 아마 몸속에서 열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직 일의 실상에 닿지도 않고 이미 음양의 근심이 생겼으니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반드시 인도의 근심이 있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다른 사람의 신하된 자로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선생께서는 저에게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葉公子高: 이름은 심제량(沈諸梁). 초장왕의 증손자. BC 489년 공자와 만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초나라의 유력인사. 아마도 자공 연줄. 여기서 공자는 섭공의 정치 자문역. 섭공은 공자를 등용하려고 했지만 자서가 반대했다고 함.

-당시 초나라는 전대 초평왕 시절에 한번 박살이 났다가(오자서), 초소왕 대로 와서 회복하는 중. 초소왕은 인력 유치가 절실했고, 다른 나라와의 외교에 신중해야 했음.

-당시 초나라의 외교문제: 제나라와 손잡느냐, 진(秦)나라와 손잡느냐의 기로에 있었는데, 당시 제나라의 제후는 제경공, 오나라 왕 합려의 장인임. 초나라는 제나라와 손잡고 싶었으나 쉽지 않은 상황.

-使는 ‘사신 가다’라는 뜻으로 쓸 때는 ‘시’로 읽음.

-蓋: 아마도

-懽成: 懽은 ‘기쁘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잘하다’라는 뜻으로 쓰임. ‘일이 잘 성사됨’

-人道之患: 1. 신하로서 임금의 명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불충 2. 군주에게 견책을 받을 걱정

-陰陽之患: 음양의 조화가 어긋나게 되는 근심.

-執粗: 執은 ‘꾸준히’ 라는 뜻. ‘꾸준히 거친 음식을 먹다’

-臧: 美와 통함. 좋은 음식.

-欲淸之人: (부엌에 불을 땔 정도로 좋은 음식을 할 일이 없어서) 시원하기를 바라는 사람. 구어체 스타일.

-飮氷: ‘나라와 관련된 일로 걱정이 심해 얼음물을 들이킨다’는 뜻으로 후에 많이 쓰임.

 

仲尼曰 天下有大戒二: 其一, 命也, 其一, 義也. 子之愛親, 命也, 不可解於心. 臣之事君, 義也, 無適而非君也, 無所逃於天地之間. 是之謂大戒. 是以夫事其親者, 不擇地而安之, 孝之至也. 夫事其君者, 不擇事而安之, 忠之盛也. 自事其心者, 哀樂不易施乎前, 知其不可奈何而安之若命, 德之至也. 爲人臣子者, 固有所不得已. 行事之情而忘其身, 何暇至於悅生而惡死! 夫子其行可矣.

중니가 말했다. “천하에는 크게 신중해야 할 일이 두 가지 있으니, 그 하나는 명(命)이고 또 하나는 의(義)입니다. 그대가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명이니 마음에서 풀어놓을 수 없으며, 신하가 군주를 섬기는 것은 의이니 어딜 가든 군주 없는 곳이 없고 천하에 도망갈 곳이 없습니다. 이것을 일컬어 크게 신중할 일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부모를 섬기는 자는 처지를 가리지 않고 부모를 편안히 하니 효의 지극함이고, 군주를 섬기는 자는 일을 가리지 않고 군주를 편하게 하니 충(忠)의 성대함입니다. 스스로 그 마음을 섬기는 자는 슬퍼하고 즐거워함을 앞에 닥친 상황에 따라 바꾸거나 옮기지 않으며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그에 편안해하고 명을 따르니 덕의 지극함입니다. 다른 사람의 신하되고 자식이 된 사람은 진실로 어쩔 수 없는 바가 있습니다. 일의 실정을 행할 때 내 몸을 잊어야 하니 어느 겨를에 살아있음을 즐거워하고 죽음을 싫어했음을 신경 쓰겠습니까. 그대는 그 일을 행하는 것이 옳습니다.”

 

-大戒: 크게 신중해야 하는 일. 인간세에서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일 앞에서 음양의 질서를 따지기란 어렵다.

-命: 가족관계

-義: 사회생활

-忠: 이 구절에서 공자는 충(忠)을 반드시 군주를 따라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음. 하지만 <논어>에서 충(忠)은 군주나 나라에 따라 많이 가리는 문제. 아마도 <논어>를 해석하는 후대의 시선이 반영된 구절.

-易施(역이): 바꾸기, 이동하기.

-若命: 順命으로 해석함. ‘명을 따름’

 

丘請復以所聞 凡交近則必相靡以信, 遠則必忠之以言, 言必或傳之. 夫傳兩喜兩怒之言, 天下之難者也. 夫兩喜必多溢美之言, 兩怒必多溢惡之言. 凡溢之類妄, 妄則其信之也莫, 莫則傳言者殃. 故法言曰:傳其常情, 無傳其溢言, 則幾乎全.

“청컨대 제가 들은 바를 아뢰겠습니다. 무릇 외교는 거리가 가까우면 반드시 신의로 관계를 맺고 거리가 멀면 반드시 말로 충직한 관계를 맺어야 하니, 말은 반드시 누군가가 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양쪽이 모두 기뻐하고 양쪽이 모두 분노하는 말을 전하면 천하가 어지러울 것입니다. 양쪽이 기뻐하면 반드시 지나치게 아름다운 말이 많을 것이고 양쪽이 분노하면 반드시 지나치게 비방하는 말이 많을 것입니다. 무릇 지나친 종류의 말은 거짓이니 거짓되면 신의가 사라지고 신의가 사라지면 전하는 말은 재앙이 됩니다. 그러므로 법언(法言)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진실을 전하고 지나친 말을 전하지 않으면 온전함에 가깝다.’”

 

-丘請復以所聞: 공자의 신분이 섭공자고보다 낮기 때문에 이름(丘)을 씀. 復은 ‘아뢰다’.

-靡: 동여맬 미. 략(略)과 의미가 통함. 관계를 맺음.

-溢: 넘치다, 지나치다, 덧붙이다. 전해야 하는 말 이상으로 덧붙이는 것.

-莫: 사라지다. 신의를 잃는다는 뜻.

-法言: 1. 책 이름 2. 격언 3. 죽간 조각 모음. 일종의 편집본.

 

且以巧鬪力者, 始乎陽, 常卒乎陰, 泰至則多奇巧, 以禮飮酒者, 始乎治, 常卒乎亂, 泰至則多奇樂. 凡事亦然. 始乎諒, 常卒乎鄙, 其作始也簡, 其將畢也必巨.

“기교로 힘을 겨루는 때는 밝게 시작했는데도 항상 마지막에는 화를 내며 끝나고 정도가 지나치면 어긋난 기교까지 쓰게 되고 예에 따라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멀쩡하다가도 항상 마지막에는 어지러워지고 정도가 지나치면 지나치게 즐기게 됩니다. 일이란 게 이렇습니다. 처음에는 양보하지만 끝에 가면 늘 비루해지고 그 시작은 간단하지만 끝은 반드시 걷잡을 수 없게 되지요.”

 

-앞 구절이 구어체였던 것과 달리 대구가 맞는 구절. 차(且)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후대에 삽입된 구절로 의심됨.

-奇: 지나침

-巨: 일이 커짐. ‘걷잡을 수 없게 됨’

 

夫言者 風波也 行者, 實喪也. 夫風波易以動, 實喪易以危. 故忿設無由, 巧言偏辭. 獸死不擇音, 氣息茀然 於是竝生心厲. 剋核大至, 則必有不肖之心應之. 而不知其然也. 苟爲不知其然也, 孰知其所終! 故法言曰 無遷令, 無勸成, 過度益也. 遷令勸成殆事, 美成在久, 惡成不及改, 可不愼與! 且夫乘物以遊心, 託不得已以養中, 至矣. 何作爲報也! 莫若爲致命, 此其難者.

“말은 바람 불어 파도가 이는 것과 같고 행동은 득실이 있습니다. 바람 불어 파도가 이는 것은 쉽게 움직이고 득실은 쉽게 위태로워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가 이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없으니 교활한 말과 편파적인 말 때문입니다. 짐승이 죽을 때는 소리를 가리지 않고 울부짖으며 숨소리가 거칠어지니 이것과 아울러 안정되지 않는 마음이 생깁니다. 상대가 핵심을 따져 지나치게 물으면 반드시 어리석은 마음이 생긴 채 대답하지만 자신이 그렇게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진실로 자신이 그렇게 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누가 그 마무리를 알겠습니까. 그러므로 법언(法言)에서 말했습니다. ‘군주의 명령을 옮기지 말며 성공을 바라지 말아야 하니 정도가 지나친 것이다.’ 명령을 옮기며 성공을 기대하면 일이 위태롭게 되니, 좋은 성취는 오랜 시간을 들임에 있는 것입니다. 어찌 조작하여 보고를 하겠습니다. 명을 다하는 것만 못합니다. 이것이 어려운 일입니까.”

 

-風波;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일렁이는 것.

-實喪: 득실(得失)과 같음.

-剋核大至: ‘핵심을 따져 물음이 지나치게 됨’ 주로 왕이 이렇게 핵심을 따져 물음.

-遷令: 군주의 명령을 변통하여 전달함.

-莫若爲致命: 명령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

 

 

3. 顔闔將傅衛靈公太子 而問於蘧伯玉曰 有人於此 其德天殺 與之爲無方 則危吾國 與之爲有方 則危吾身 其知適足以知人之過 而不知其所以過 若然者 吾奈之何

안합이 위령공의 태자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려 할 때 거백옥에게 물었다. “여기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 덕이 타고나기를 잔인하여, 그와 더불어 도리가 없는 일을 행하면 우리나라가 위태로울 것이고 그와 더불어 도리가 있는 일을 하면 저 자신이 위태롭게 됩니다. 그의 판단력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족히 알지만 주변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는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이와 같은데 저는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衛靈公太子: 위령공의 아들은 괴외. 靈이라는 시호는 나라가 어지럽게 되었을 때 붙음. 위령공 말년에 남자(南子)와 괴외의 다툼으로 나라가 어지러웠음.

-蘧伯玉: <장자> 외/잡편까지 꾸준히 나온 사람이고 <논어>에도 나옴. 위나라의 대부. 공자가 위나라에 있을 때 그의 집에 묵었다고 함.

-공자는 위나라에 오래 있었는데, 당시 위령공이 총애하던 미자하(자로의 처형)의 집에 있었는지 아니면 거백옥의 집에 있었는지 의견 분분.

-天殺: 타고나기를 잔인함

-與之爲無方: 그와 더불어 도리가 없는 일을 함. 방(方)은 도리.

-不知其所以過: 주변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는 이유는 태자에게 있는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뜻.

 

蘧伯玉曰 善哉, 問乎? 戒之, 愼之, 正汝身也哉! 形莫若就, 心莫若和. 雖然, 之二者有患. 就不欲入, 和不欲出. 形就而入, 且爲顚爲滅, 爲崩爲蹶. 心和而出, 且爲聲爲名, 爲妖爲蘖. 彼且爲嬰兒, 亦與之爲嬰兒, 彼且爲無町畦, 亦與之爲無町畦, 彼且爲無崖, 亦與之爲無崖. 達之入於無疵.

거백옥이 말했다. “좋구나, 질문이여. 경계하고 삼가서 너 자신을 바르게 해야 할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언행은 나아가 군주의 측근이 되는 것만 못하고 마음 상태는 화합하는 것만 못하다. 비록 그렇지만 그 두 가지라도 근심이 있다. 나아가더라도 완전히 동조하고자 하지 말고 화합하더라도 의도를 드러내고자 하지 말아야 한다. 겉모습이 나아가서 완전히 동조하면 또한 엎어지게 되고 사라지게 되고 무너지게 되고 꺾이게 될 것이다. 마음으로 화합하면서 의도를 드러낸다면 또한 소문이 나고 허명을 얻고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태자가 또한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면 또한 그와 더불어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그가 또한 경우 없이 일을 하면 또한 그와 더불어 경우 없이 일을 해야 하며 그가 또한 한계 없이 일을 하면 또한 그와 더불어 한계 없이 일을 해야 한다. 이것에 통달하면 허물없는 경지에 들어갈 것이다.”

 

-形莫若就, 心莫若和.: 언행은 태자에게 나아가 그의 측근이 되는 것이, 마음은 그와 화합하는 것이 (태자를 교화하려는 목적 달성에) 가장 좋다.

-形就而入/心和而出: 언행을 태자에게 완전히 몰입해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태자와 똑같은 인간이 되거나/마음으로 화합하는 척 하다가 자신의 목적을 드러내는 것은 모두 위험하다. 군주는 아부에 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을 얻는 것을 가장 중시함. 때문에 화합하는 척 다가가다가 다른 목적을 꺼내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해서 재앙을 부름.

-町畦: 밭두둑. 경계.

-화광동진(和光同塵): 빛을 흩고 먼지와 함께 한다는 노자의 세상살이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

 

 

 

<장자> [인간세]에 나오는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가 하는 일을 덫처럼 여기는 것 같습니다. 덫에 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조언을 구하는데, 결국 답은 정해져 있지요. 리스크를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하는’ 세계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이것을 계속 묻고 있는 게 장자가 파악하는 ‘인간세’가 아닐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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