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3.28 주역과 글쓰기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21-03-23 15:30
조회
137
이번 시간에 읽은 <계사전> 11장은 성인에 대해 설명합니다. 역의 도를 체현한 인격체인 성인은 천하 사람들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의혹을 끊어준다고 하지요[聖人以通天下之志, 以定天下之業, 以斷天下之疑.]. 천하 사람들의 의혹이란 일의 원리를 모르는 데서 비롯되는 두려움 앞에서 갈피를 못 잡는 것을 말합니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면 인간은 두려워하고 미신에 빠지게 되지요. 성인은 천지자연의 법칙을 체현한 인격체로서 그 원리를 이해하는 모델 혹은 기준점입니다. 때문에 성인은 북극성과 같은 존재로 그려지죠. 번개가 치고 바람이 불고 홍수가 나는 자연현상을 하나의 원리로 꿰뚫어 하나의 상징체계 즉 팔괘로 해석해 보여주고, 그것을 다시 64괘로 만들어 자연현상과 인간의 일이 둘이 아니라는 것 역시 보여줍니다. 인간의 문명이 자연의 이치를 체현한 성인과 함께 시작되는 것입니다.

채운샘 강의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신들의 계보>와 <일과 날>에 묘사된 프로메테우스였습니다. 동양의 성인과 대조적인 존재가 바로 프로메테우스입니다. 서양의 인간 문명을 열어준 영웅이죠. 프로메테우스는 자연적 질서를 상징하는 신들에 순응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속입니다. 신들에게 바치는 제물을 교묘하게 꾸며 신들에게는 뼈가, 인간들에게는 살코기가 가도록 했지요. 또 인간을 위해 신들의 눈을 피해 몇 번이고 불을 훔쳐다 줍니다. 신들을 속일 정도의 대담함과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거는 헌신은 영웅의 미덕이죠. 프로메테우스가 가져다준 불은 인간의 문명을 엽니다. 문제는 영웅의 사랑으로 시작된 문명이 인간을 피할 길 없는 고통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입니다. 문명은 프로메테우스에게도 행복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알려진 대로 제우스는 인간들에게 판도라를 보냈고, 프로메테우스를 높은 산에 묶어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게 했으니까요. 헤시오도스에게 문명은 전혀 행운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성인과 영웅이 대조적인 이유는 동서양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서양의 영웅은 자신의 세상과 대치하고 희생을 감수해야 자신의 선의를 이룰 수 있다고 전제하며 움직입니다. 여정도 무척 드라마틱 합니다. 동양의 성인은 드라마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역을 깨닫고 문명으로 구현하면 끝이죠. 애초에 우주와 문명의 위계를 상정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대치할 적도 없고요. 이렇게 세계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방식의 차이가 두 문명의 차이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그 방식을 통해 드러나는 효과는 어떤 것이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계사전> 12장(~153쪽) 읽고 인상적인 부분, 궁금한 부분을 체크하거나 노트해 옵니다.
-천뢰무망(天雷无妄), 천풍구(天風姤), 천산둔(天山遯) 읽고 인상적인 부분을 체크하시거나 노트해 옵니다.
-<신들의 계보>도 읽어오시면 좋고요. [일과 날] 부분 읽으시면 됩니다.

-간식은 재복샘, 정랑샘
-후기는 수정.

-다음시간도 9시 50분에 만나서 <계사전>과 64괘를 낭송하고 시작합니다^^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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