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NY

절차탁마NY 1학기 8주차 후기

작성자
승현
작성일
2021-04-14 22:02
조회
171
후기가 늦었네요. 선생님들의 논의, 채운 선생님의 말씀을 요약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후기가 참 막막했는데 같은 조 선생님들의 말씀, 채운 선생님의 말씀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공부가 되네요^^

 

1교시 : 니체 유고 20

 

무엇을 원한다

조원들이 뽑은 구절 중 가장 많이 언급한 구절인 ‘원한다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무엇을 원한다만이 존재한다(340쪽)’라는 구절에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원한다’라고 하면 인식론자들처럼 주체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원한다’의 주체는 없으며 ‘무엇을 원한다’만 있다는 것이라고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고 그럼 이때 ‘무엇’은 어떤 의미일까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뒤이어 ‘무엇’이란 힘들의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의미하고 즉 관계만이 주체이고 관계에 의해 힘의 전달, 끌림만이 있을 뿐이라는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이후 ‘주체가 없다’는 부분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을 얘기하던 중 ‘내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어떤 힘이 흐르고 이것이 우리에게 의식되는 것밖에 없으며 내 힘의지가 작용하는 것을 봐야 한다는 얘기가 저에겐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술어의 주어를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사고 구조 속에서 주어(주체)를 배제하고 목적어와 서술어로만 접근하는 방식이 아직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저는 ‘원한다∼’ 구절 중 ‘목표는 상태로부터 분리되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목표는 항상 주체가 의지적으로 설정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목표가 상태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은 목표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태 속에서 정해지는 것임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구절이야말로 ‘원한다’가 주체에 의해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단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실재성

몇몇 선생님들께서 니체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느껴진다는 구절이라고 했던 ‘인간이 어떻게 곤란을 타개하고, 끝까지 견뎌내며, 여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적수를 이기는지를 알아차리는 즉시, 인간에 대한 존경심은 아무리 많아도 충분하지 않다(414쪽)’라는 구절이 저에겐 강자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이해됐습니다. 또 다른 선생님들께서 주목하셨던 것처럼 ‘이상이란 현실적이고 긴급한 온갖 과제들에서 지출되어야만 하는 엄청난 비용 대신 인간이 가볍게 해치우는, 말하자면 보속행위 같은 것이다.’라는 구절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상과 꿈이 없는 사람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고 이상 추구가 바람직하다고 여겨왔던 편견을 깨고 이상의 허약함을 깨닫게 해주는 구절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때 ‘실재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이상의 가벼움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재성이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라는 것, 자신 앞에 있는 현실을 덧씌워 보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이상으로 도망가지 않고 현실의 적수와 대결할 수 있는 강자가 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영원회귀

실재성이 곧 생성이고 생성, 소멸만 있는 세계에서 어떻게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 뒤에 영원회귀에 대한 구절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 황제는 모든 사물을 지나치게 중히 여기지 않고, 그것들 사이에서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사물의 덧없음을 계속 앞에 두고 있었다. 나는 정반대로 모든 것이 너무나도 가치 있다고 여긴다.(...) 나의 위안은 존재했던 모든 것이 영원하다는 점이다.’(339쪽) 이 구절을 함께 보며 모든 것을 긍정하는 니체의 태도를 볼 수 있었고 모든 것을 긍정하는 최고의 방식이 영원회귀라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이때 ‘영원’이란 말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하며 ‘젊은 시절을 보내고 그 다음 성숙기를 갖고 마침내는 늙어가는 그런 것이 아니다. 즉 각 층들은 한데 뒤섞이고 겹쳐 있으며-수천 년 후에 우리가 오늘날 내보일 수 있는 인간 유형보다 한층 더 젊은 인간 유형이 있을 수도 있다.’(392쪽)란 구절을 연결해 살펴봤습니다. 저는 이 구절을 통해 영원이란 과거, 현재, 미래의 선적인 시간 개념이 아니라 인류에게 젊음과 늙음이 함께 뒤섞여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닐까라는 싶었습니다.

1교시가 끝나고 맛있는 점심 식사 뒤 선생님들과 함께 창경궁 산책을 나섰습니다. 따뜻한 날씨와 나무들(특히 백송의 발견~!) 사이를 산책하며 봄기운을 그득 채우고 들어왔네요.

 

2교시 : 모비 딕

 

고래, 바다

에이해브가 왜 고래에 매혹되었는가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면서 고래는 힘의 상징으로 보이고 고래에 끌리는 것은 강한 것, 낯선 것에 끌리는 마음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인간은 위험 앞에 있을 때 긴장도가 높아지고 큰 위험 앞에 있을 때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든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또한 고래의 생김새와 특징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코가 없어서 중심이 없고 여백으로 차 있는 얼굴, 두꺼운 피부로 체온을 유지하며 피가 나오면 죽을 수밖에 없는 특성, 기압을 받고 압력을 견딜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바다 깊은 곳까지 잠수하며 압력을 견디는 고래를 철학자로 비유한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고래란 참 신비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와 육지의 차이를 언급하는 구절도 여러 분들이 언급해주신 구절입니다. ‘바다와 육지를 둘 다 생각해보라. 여러분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와 기묘하게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가? 섬뜩할 만큼 무서운 이 바다가 푸른 초목이 무성한 육지를 둘러싸고 있듯이, 인간의 영혼 속에는 평화와 기쁨으로 가득 찬 외딴 섬 타히티가 있고, 더구나 그 섬은 절반밖에 알려지지 않은 삶의 공포에 둘러싸여 있다.’(349쪽) 인간 내면과 바다의 모습을 비교하는 구절을 통해서 인간의 내면의식을 잘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내면에 절반밖에 모르는 삶의 공포 속에서 고래라는 신비하고 힘으로 가득한 존재에 매혹되어 고래를 쫓는 모습이 인간의 삶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살잡이, 밧줄

보트를 내리고 고래를 추격하는 모습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들은 작살잡이입니다. 항해의 성패를 좌우하는 작살잡이들과 밧줄에 대한 부분의 구절을 보며 인간의 운명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퀴퀘그가 고래 해체 작업을 하기 위해 고래에 다가가는 동안 이슈메일과 밧줄로 결합된 모습을 묘사한 부분, 여러 사람들과 샴쌍둥이처럼 결합되어 살아가면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다만 지배할 수 있는 것은 밧줄의 한쪽 끝뿐이라는 구절에서 관계성, 그 안에서 작동되는 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밧줄의 위험성, 공포에 대한 부분 중에서는 ‘여러분이 철학자라면, 포경 보트에 앉아 있어도 작살이 아니라 부지깽이를 옆에 놓고 난롯가에 앉아 있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공포를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부분을 많은 분들이 선택하셨는데 이 구절을 통해 니체가 사건을 우연히 맞아들이듯 고통을 대하는 태도를 떠올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3교시

채운샘께서 힘의지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으시고 유고20 11[1] ‘너를 위한 길을 가고 싶은가 하고 자문해 보라’라는 구절을 통해 힘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다른 방향의 길을 가는 것은 버겁기 때문에 주어진 것을 하는 것이 가장 쉽고 그래서 도덕, 좋은 것, 훌륭한 자를 따라 살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그럭저럭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스스로 질문과 결단을 하고 스스로 하는 철학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힘과 힘의지는 인간의 힘, 의지가 아니라 우주의 원리, 자연의 원리라는 것. 이때 자연은 외부에 창조주가 있지 않고 모든 물질은 에너지라는 것. 에너지가 관계를 맺게 해주는 요소이며 이것이 힘의지라고 하셨습니다. 존재는 힘들의 결과물이라는 것. 그 존재가 세계에서 경험하는 것은 사건과 현상이라는 것. 철학한다는 것은 현상 자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 해석이 생을 긍정하게 만드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긍정한다는 것은 허무주의의 극복 즉, 현존을 부정하는 반동적인 힘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다르게 해석하는 것, 그것이 자기극복이라고 하셨습니다. 강의를 듣고 난 뒤 다시 처음 우리가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서 힘의지가 자꾸 주체인 것처럼 생각되는 생각의 관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며 힘의지의 표현이 나의 감정, 나의 생각이라는 것, 나에게 다가온 사건에 대해 어떤 힘의지가 지금 이런 해석을 낳았는가 질문하는 연습을 해봐야겠구나 하고 싶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체 6

  • 2021-04-15 10:06
    샘 후기를 읽으면서, 한 문장 한 문장, 한 단어 한 단어 저희가 함께 니체를 더듬어보는 일이 어렵지만 정말 뼈와 살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왠진 잘 모르겠지만!).
    주체, 의지, 원함, 실재성, 이상 등의 말들이 떠도는데 인용문을 촘촘히 넣어서 샘의 생각을 하나하나 붙여주신 덕분에 다시 리마인드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조의 핵심 문제, 힘의지의 표현으로서의 나를 실감하는 문제가 역시 가장 난감하면서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횡설수설일 수도 있는 저희의 토론을 이렇게 꼼꼼하고 유익한 것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 2021-04-15 10:42
    ㅋ 늦게 올려시는 후기에도 다시 지난 수업을 공부한다는 장점이 있네요!! 민호샘 말대로 우리의 토론을 꼼꼼히 정리하고 되살리게 하네요... 우리가 많이 나누었던 '원한다' 무엇을 원한다, 주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우리에게는 힘에의 의지만 있을뿐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영원회귀...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너무 큰 개념으로만 다가옵니다. 모비딕에서 작살을 던지면 밧줄이 걸려있어 고래를 잡는 줄이 되지요.. 우리는 탯줄에 의해 생명을 얻어 태어났듯이 밧줄이 고래를 잡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어떨때는 그 줄이 목숨을 빼앗가는 수단이 되기도 하구요.. 에이해브도 자신이 던진 밧줄에 목이 걸려 죽는답니다... 승현샘 수고하셨어요!!! 다음 수업에 뵈요^^

  • 2021-04-15 13:02
    꼼꼼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1-04-15 13:53
    토론 시간마다 꼼꼼하게 메모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후기를 읽으면서 그 메모들을 더듬어가는 샘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정성스런 후기 잘 읽었습니다!
    니체의 개념들이 어렵지만, 샘들과 얘기하며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쓰다보면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고 그러는 거 같아요. 다음 순간 또다시 모르겠고 그렇지만요.ㅎㅎ 저는 이번 강의에서 '매 순간 다르게 해석하길 요구하는 게 철학'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어요. 모든 순간을 가치전환의 계기로 삼기, 매 순간 나에게 닥치는 사건들을 습관대로 해석하지 말고 다르게 해석하기. 여러 번 들은 말이지만 다시 마음에 새겨봅니다!

  • 2021-04-15 20:59
    영원회귀, 젊음과 늙음이 함께 뒤섞여 있는 상태가 아닐까 라고 말씀하셨는데... 쌤~~전 그 상태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이번주 산책할때 저 좀 봬요.ㅎㅎ

  • 2021-04-16 15:37
    산책 때 저도요. 젊음과 늙음이 함께 뒤섞여 있는 상태 궁금해요.ㅎㅎㅎ 같은 글을 읽어도 누구와 함께 하냐에 따라 토론 내용이 많이 달라지던데 이렇게 꼭지로 정리해주시니 저도 잘 정리가 되었어요. 승현샘 강릉에서 공수해오신 떡 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