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1학기 3주차 공지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인식론'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2-26 14:26
조회
133
자기 주도 학습이 시작됐습니다! 이제야 공부를 시작한 느낌입니다. 에티카는 여전히 어렵고, 라이프니츠의 인식론은 난해하고, 스피노자와 어떻게 만날지는 막막하지만, 이런 느낌이 없으면 사실 스피노자를 공부하는 게 아니죠. ㅋㅋ 선생님들과 토론하면서 이 문제들을 돌파할 힌트를 많이 얻어 가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에티카》 10쪽 정도 더, 《형이상학 논고》 12절 “연장으로부터 생긴 개념들은 어떤 허구적인 것을 포함하며 물체의 실체를 구성할 수 없다”까지 읽고 정리해 오시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따로 프린트할 것 없이 각자 노트 정리하시면 됩니다.(공유하시는 것은 말리지 않아요! 오히려 환영입니다) 숙제방에 올리고, 프린트 해서 공유해야 할 것은 스피노자를 만나기 위한 각자의 준비 과정입니다. 5주차까지(3월 17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선생님들은 문제의식을 형성하는 과정을 공유해주세요. 구체적인 코멘트는 다음 시간 채운 선생님께서 해주실 것이라 기대하면서, 저희는 그동안 배운 것을 복기하면서 우왕좌왕 공부해보죠! 진아쌤과 정희쌤은 좀 더 스피노자를 알아가자는 의미에서 《에티카를 읽는다》를 중심으로 읽으시면서 ‘실체’에 대해 정리하시기로 했습니다. 읽을 것도 많고, 정리할 것도 많네요! 간식은 정수쌤께 부탁드릴게요~

 

이번 시간에는 라이프니츠의 인식론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아직 라이프니츠의 인식론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스피노자의 인식론이 새삼 독특하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됐습니다. 라이프니츠는 데카르트의 ‘명석·판명’한 인식만으로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물을 이해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명석 판명한 인식은 사물의 외적 특성을 감각하는 데 그칠 뿐 본질로부터 그 사물을 이해하는 데 도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라이프니츠는 명석하고 판명한 인식에서 멈추지 말고, ‘충전적 인식’과 ‘직관적 인식’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한 충전적 인식은 본질로부터 사물을 이해하는 인식이고, 직관적 인식은 대상의 본질을 동시에 남김없이 이해하는 인식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가 감각한 대상의 외적 특성만을 진리로 삼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러한 경계는 스피노자와 공통되는 지점입니다. 스피노자 또한 데카르트의 명석판명한 인식을 ‘도판 위의 그림’처럼 대상을 재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그것은 ‘나’와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도달하기에 부족한 인식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습관적으로 저지르는 부적합한 인식, 자신의 신체 변용만을 진리로 삼고, 자신의 경험 속에서 세상을 판단하는 상상적 인식에서 벗어나기에도 부족합니다. 둘 다 인식을 ‘대상과의 일치’라는 관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데카르트의 명석판명한 인식을 나름대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실천적 지점에서 둘은 확연히 구분됩니다. 스피노자는 다르게 인식하기 위해 역량의 증대라는 윤리적인 문제를 함께 사유합니다. 그리고 신체의 역량과 정신의 역량이 비례한다는 평행론도 함께 얘기하죠. 따라서 스피노자에게 인식 역량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은 신체를 훈련하고, 다양하게 관계 맺는 실험 등 신체 역량을 증대하는 노력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라이프니츠에게서 충전적이고 직관적인 인식에 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에 대해서는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논리 훈련을 거듭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사물의 본질을 남김없이 이해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만물에 대한 이해는 오직 신만이 가능하고, 이미 신에게 소유된 진리에 인간이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위계적인 구도가 느껴졌습니다.

새삼 신체의 문제와 정신의 문제를 동시적으로 사유했다는 것, 인식의 위계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그 시대에 독특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물론 아직 라이프니츠를 조금밖에 읽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라이프니츠를 읽어 가되, 너무 스피노자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전체 1

  • 2021-02-28 20:33
    라이프니츠! 연구실에서 자주 듣기 힘든 이름이라... 궁금하네요~ 들뢰즈 딸이 들뢰즈는 스피노자주의자가 아니라 라이프니츠주의자라고 말했다던데... 어째서 그런 거죠? 빨리 설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