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1학기 4주차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1-03-05 14:31
조회
127
다음 주에도 《에티카》 10쪽 정도 읽고, 《형이상학 논고》는 13절부터 23절까지 읽어 오시면 됩니다. 정리는 이번에 하신 것처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채운쌤은 꼭 스피노자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지만, 계속 비교할 지점들이 눈에 보이네요. 인식의 문제, 신과 양태의 문제 등등. 하지만 들뢰즈가 왜 라이프니츠에게 그렇게 빠졌는지, 바로크적인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개인적으로 그게 참 궁금하거든요!). 나중에 다 읽으면 조금 단서를 얻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합니다. 개인 공부도 각자 하시던 대로 진행하면 될 것 같고요. 정희쌤과 진아쌤께서는 스피노자의 ‘실체’를 하나의 완성된 글로 정리하시면 됩니다. 간식은 현정쌤께 부탁드릴게요~

 

스피노자의 철학은 언제 봐도 알쏭달쏭합니다. 2년 정도 《에티카》를 비롯해서 여러 해설서를 따라간 덕에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정리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파고들려면 한도 끝도 없이 파게 됩니다. 정리와 단어가 조금 익숙해졌을 뿐이지 이전보다 월등하게 이해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나마 스피노자의 철학을 대략이나마 그려가는 식으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요?

정희쌤과 진아쌤께서 겪고 계시는 어려움도 《에티카》를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와 연관돼있는 것 같습니다. 강독 중에 정희쌤이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현실을 고스란히 설명하는 논리적인 체계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질문하셨죠. 이에 대해 두 가지 답변이 있었는데요. 하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지점, 오히려 현실과 괴리된다고 느껴지는 지점을 가지고 질문하는 식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현실에서 겪는 문제들을 다르게 구성하는 도구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저희가 나름대로 《에티카》를 만나는 방식인데, 아마 다른 방식들도 있겠죠. 어쨌든 정희쌤과 진아쌤 덕분에 저희도 《에티카》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됐습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식상하게 읽고 넘어갈 부분들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래서 뉴페이스의 합류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번 주와 달리, 이번 주에는 스피노자와 매우 흡사한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양태로서 인간의 인식이 신에 비해 매우 왜소하게 느껴졌다면, 이번 시간에는 세계의 필연성을 긍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피노자와 비슷한 긍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크게 신은 자신의 역량을 남김없이 펼쳐내서 조화로운 세계를 예정한다는 것, 개체의 차원에서 불행이라 할 만한 사건도 전체의 차원에서는 조화로운 세계를 구성하는 필연적 흐름이라는 것 등은 《에티카》에서도 충분히 읽히는 지점이었습니다. 다만 스피노자가 인식(과 실천)을 출발점으로 놓았다면, 라이프니츠는 신의 의지를 출발점으로 놓았죠. 스피노자가 인식을 얘기한 것과 달리, 라이프니츠는 인식에서도 의지를 중요하게 얘기했지만, 필연성에 대한 인식과 긍정에서는 통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앞으로도 라이프니츠에 대한 인상이 계속 바뀌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대에 스피노자가 얼마나 이단적인 존재였는지도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스피노자는 놀라운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전체 1

  • 2021-03-09 18:45
    '스피노자의 철학이 현실을 설명하는가?'라는 소박한 질문도, 그에 대한 답변도 너무 좋네요. '현실'이라는 게 우리의 해석과 따로 있지 않은 이상, 문제는 현실에 대한 우리의 상식적 해석과 철학자들이 제시하는 해석을 부딪혀보고 또 그로부터 현실을 다르게 구성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라이프니츠도 궁금한데, 다음엔 스피노자랑 비교만 하지 말고 라이프니츠의 철학 자체에 대해서도 뭔가 재밌는 얘길 들려주십시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