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너스

비기너스 시즌2_아홉번째 시간 후기

작성자
보은
작성일
2019-10-19 12:26
조회
84
이번 주 세미나는 <병원이 병을 만든다>를 읽고 함께했습니다. 이반 일리치는 저자 서문에 의료제도가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말합니다. 병원과 의사, 제약회사들에 의해 건강이 어떻게 근본적 독점이 되고, 반생산성이 발생하는지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장티푸스 소아마비 같은 전염병은 없어진 이후, 지금은 또 다른 유행병인 병원병이 생겨났습니다. 병원병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나, 병을 앓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의료가 개입한 결과입니다. 일리치는 건강이라는 것은 개개인이 자신의 내부 상태와 환경 조건이라는 양자에 투쟁하는 경우의 강도를 나타내기 위한 일상어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일리치의 말에 빗대면 건강은 자신의 상태에 맞게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여 사는 것,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건강이 정치적 행위를 나타낸다고 말했는데요. 여기서 정치적이란 말이 함의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 신체는 스스로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회적 관계나 담론속에 존재하므로, 사회적 관계속에서 생겨나는 것은 다 정치적인 것은 아닐까. 사람의 신체는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되었고, 정상성이란 수치를 설정하고,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 예방과 치료를 해야만 하는, 나의 건강을 내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전문가와 그들이 만든 수치로써만 내 건강함을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 수량화하고, 외부 기준에 의해 판단되는 것 자체 정치적인 것은 아닐까. 의료가 법, 자본, 지식과 손을 잡음으로써 생각과 행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적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위에서 일리치가 말한 건강이란 말과 지금 사회적으로 건강하다는 의미가 어떤 차이를 갖는지 그 차이를 찾아 가면서 병원과 전문가들의 의료행위, 더 나가 의료 산업에 얼마나 독점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 전체에 포섭되어 있지요. 뱃속에 잉태되면서부터 수많은 검사를 통해 정상성을 확인받고, 죽음도 이제는 병원에서 밖에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을 평등히 관리해 준다는 건강 검진으로 예방, 치료받고 있다고 믿고, 의존적으로 만드는 게 현대의학제도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정상성은 다름 아닌 시장의 원리 경제의 원리에 따라 설정된다는 것입니다. 건강의 문제가 산업과 경제에 포섭되면서 근본적 독점과 반생산성은 가속화되었습니다. 의존과 수동이 아니라 자가 증식하는 능동이 되었지요. 건강관리를 위해 더 좋은 의료진, 더 좋은 약품, 더 좋은 기능성 식품과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찾게 된 것입니다. 대다수가 이상이 있는, 잠재적 환자라고 증명된 사회는 환경 자체가 병원을 닮아간다. 라는 말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현대의 새로운 전염병인 병원병을 저지하기 위해 의사가 아닌 일반인인 우리가 가능한 넓은 시야와 유효한 힘을 지녀야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병원과 의사들의 의료행위가 근본적인 독점이 되고 있는지 그로 인해 어떤 반생산성이 나타나는지 분명히 아는 것. 빼앗긴 우리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고, 어떻게 제도와 기술을 거부하거나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봐야 하겠습니다.  일리치는 언어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일리치가 선별하여 쓰는 언어에는 일리치의 실천적인 지점, 방향성이 담겨 있는 듯한데요. 관리, 치료, 건강이란 말에는 이미 전문가, 자본, 서비스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다른 언어를 발견하고, 언어를 새롭게 쓰려는 노력도 산업의 세세한 품행인도에 대한 대항 품행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다음 주는 <병원이 병을 만든다> 두 번째 시간이구요, 간식은 장청샘과 경혜샘이 맡아주셨습니다.  화요일에 뵐께요~~
전체 1

  • 2019-10-20 14:36
    우리가 병원(의사, 의료제도)과 맺는 관계가, 푸코가 보여준 사목권력에서 신도(양)가 사제(목자)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병원이 우리가 아프거나 아프지 않거나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우리의 삶에 항구적으로 개입하여 우리 모두를 잠재적 환자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에서요. 이번에 읽을 부분에서는 일리치 선생님께서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