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 세미나

<명리학 세미나 > 5월20일 수업 후기

작성자
김은영
작성일
2020-05-21 17:02
조회
144
명리학 세미나 5월 20일 후기

내내 집에만 있는(있을 수 밖에 없는) 딸을 위해 시골에서 친정어머니가 열무김치, 총각김치, 상추, 마늘 쫑, 아욱, 엄나무 순, 가죽나무 순 등을 잔뜩 보내셔서 엊그제는 그걸 다듬어 놓고 나물들은 삶아서 무쳐놓고 국 끓여놓고 하느라 세미나 전날엔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녁에 고요히 앉아 생각해보니 벌써 ‘소만’이예요. 시골은 이때쯤 모내기를 시작하고 밭에는 청보리가 가득할 때죠. 봄바람에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청보리와 내기하듯 하굣길을 달리던 생각이 나네요.

이런저런 공부를 시작하면서 부터는 절기에 대해 부쩍 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입춘이 되면 이제 시작이구나 싶고, 곡우가 되면 차 따고 차 만들러 가고, 소서쯤에는 선풍기를 꺼내 닦아놓고 상강에는 내 머리에도 내리는 서리 같은 흰머리를 생각하며 생강을 다듬고... 늘 우리가 느끼는 계절보다 살짝 더 먼저 오는 하늘의 시간들을 보면 모든 것이 때가 있으니 겸손하게 기다리며 준비하라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아마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절기대로 농사를 준비하고 살림을 하고 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섬겨가며 살았던 것이겠지요.

저는 또 한참 만에 참석한 세미나였어요.

못 갈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다른 때는 못 가더라도 간식 당번 때는 꼭 가야한다고 다짐을 주문처럼 가슴에 품고 다녔답니다. H선생님께서 발을 다치셔서 지난 주에 못 나오신 이야기가 서두였는데 어떤 일로 지난해와 올해의 상황이 달라지는 건지, 몸이 이곳 저곳 아픈 이유는 무엇인지 사주와 연결 지어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발목은 木인데 발바닥은 뭔지 모르시겠다며 웃으시는 현숙쌤의 유쾌한 인사로 5월 20일 명리학 세미나를 시작합니다.

먼저 K선생님의 명식을 잠깐 살펴보았습니다.

/ 47세 

亥월의 甲목. 전형적인 비겁과다의 사주. 큰 나무가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빽빽한 데 그에 비해 땅이 너무 부족한 사주였죠.

이제껏 쭉 푸른 봄만을 살아왔는데, 신유술 대운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고

하고자하는 것은 많고 기세도 있었으나 유시무종하셨다네요.

갑목 성정대로 몇 번 꺾이고 나니 그것을 회복하기에 힘이 많이 들었는데, 경오대운 들어오며 많은 甲木을 쳐주어서인지 비로소 숨을 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午火도 식상으로 설기해주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답니다. 앞으로 토 대운이 오면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기대가 됩니다.

 

현숙쌤의 명쾌하고 긍정적인 통변으로 간단한 사주분석이 마무리 되고 적천수 326쪽 시기소시(始其所始)로 시작하는 너무 좋은 사주를 잠깐 살펴보았습니다.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 수생목으로 이어지는 꼭 만들어놓은 것 같은 사주를 보니 너무 그림같아서 질투도 안나더라구요. ^^ 그렇지만 이런 좋은 사주들이 공통점은 약간 신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일간이 약간 신약해야 남이 베풀 때 그것을 제대로 받아드릴 줄도 알고 또 고마움도 느낀다는 거지요. 신강한 저로써는 큰 가르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적천수1의 제 4부 형상격국으로 넘어갑니다.

그 사주의 형상에 따라 양상(5행중 2행으로만 이루어진 사주), 독상(5행중 1행으로만 이루어진 사주), 오행상(5행이 거의 다 들어있는 경우)등으로 나누어집니다. 이 날은 2행으로만 이루어진 양기성상격을 살펴보았습니다. 두 기운이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면 (예를 들어 木生火)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고 나와요. 일주를 중심으로 비겁이나 식상, 인성이 절반을 차지하면 상생(相生)이라고 하고 관살이나 재성이 절반이라면 이것은 상적(相敵)이라 하는데 상생이 되거나 상적이 되거나 어느 쪽이든 반드시 균형이 잡혀야합니다. 이 또한 대운의 흐름을 잘 살펴야하겠지요.

다른 부분들은 현숙쌤이 잘 정리해서 올려주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기억에 남았던 부분으로 마무리 해볼까 합니다.

343쪽의 예제사주(화토가 반반인 양기성상격 병오일간사주)의 사람은 매우 조열한 사주로 관운인 수기가 흐르면 운이 좋은데 임인대운의 임년에 시험에 붙었지만 그 대운에 죽게 됩니다. 이는 용신운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님임을 알려줍니다. 용신운에서 살기도 하고 또 죽기도 한다지요. 이제껏 용신운이면 모든 게 다 좋을 거라는 생각을 깨주었네요. 이렇듯 모든 것은 고정된 게 없이 변화한다는 걸 알려주는 게 명리학인가봅니다.
전체 4

  • 2020-05-21 17:12
    이것봐~!!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요~ㅎㅎㅎ 목이 많거나 목을 잘 쓰는 이들은 감성이 풍부해서 그런지 글을 잘 쓰더라구요.
    어제 한 상 차려놓으신 간식처럼 깔끔하고 맛깔나게 정리하신 후기, 잘 읽었습니다.
    다도를 하셔서 그런지 절기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와닿고, 글에서 은은한 차향기가 나는 듯 합니다.~^^

    • 2020-05-21 18:19
      이렇게 짧은 글이라도 용기가 필요한걸 보면 식상을 펼치긴 멀었나봐요
      우리 명리학세미나 선생님들께
      언젠가 차 한 잔 대접하고 싶어요^^

  • 2020-05-21 18:55
    오~ 절기를 따라 사는 삶을 얘기하는 은영샘!
    '리틀 포레스트' 같은 영화의 장면들이 펼쳐지는 듯, 마음이 넉넉하고 편안하면서 순해집니다.^~^
    전 24절기를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상강'만큼은 챙기게 되는데요. 정끝별의 '상강'이란 시를 좋아하면서부터랍니다.
    차 대접을 하고프다니, 그럼 전 미리 제가 최애하는 이 시로 답해봅니당~ ^^



    상강 / 정끝별



    사립을 조금 열었을 뿐인데,
    그늘에 잠시 기대앉았을 뿐인데,
    너의
    숫된 졸참 마음 안에서 일어난 불이
    제 몸을 굴뚝 삼아
    가지를 불쏘시개 삼아
    타고 있다
    저 떡깔에게로
    저 때죽에게로
    저 당단풍에게로
    불타고 있다
    저 내장의 등성이 너머로
    저 한라의 바다 너머로
    이 화엄으로


    사랑아, 나를 몰아 어디로 가려느냐


    • 2020-05-21 21:21
      우아!
      이 시 너무 좋은데요
      (흑백사진으로 기억되던 시절에는 시인이 꿈이었어요) 이 시는 꼭 간직할게요
      그리고,
      저도 상강을 제일 좋아해요
      상강을 고요히 발음하면 사과처럼 사각거리고 생강처럼 알싸하고 또 그렇게 사유를 늘여나가는게 재밌고..
      게다가 상강은 인생으로 치면 딱 우리들 나이쯤... 인생의 햇살이 정수리에서 서서히 목덜미로 내려오는때... 올해 상강엔 끝별시인의 시도 다시 한 번 읽어볼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