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불교&티베트)

<불교 of 티베트> 1회 세미나 후기

작성자
윤지
작성일
2020-05-03 22:58
조회
175
빠밤~ 불교 of 티베트, 이름하여 ‘불티 세미나’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아마도 별도로 글쓰기 과제가 없어서 세미나에 별 부담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연구실에서 니체, 스피노자, 주역, 소생, 불교 등 다른 공부를 하고 계신 샘들도 오셨고 이번에 규문에 처음 발걸음을 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명상과 경전 낭송, 그리고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자리에 인연이 닿은 선생님들과 앞으로 8주간의 공부 모임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모두 잘 오셨습니다. 반갑습니다. ^^

첫 시간엔 간단히 자기 소개를 마치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달라이라마의 생애를 담은 영화 <쿤둔>을 함께 보았습니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뿐 아니라 전세계의 정신적 지도자로 존경을 받고 계신 분이시죠. 쿤둔이란 ‘고귀한 존재’라는 의미로 달라이 라마를 부르는 칭호입니다. 자비를 상징하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여겨지는 달라이라마는 1351년 제 1대 달라이라마로부터 현재 제 14대 달라이라마까지 환생을 거듭하고 있다고 하죠. 환생이라고 하면 뭔가 석연치 않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달라이라마는 그의 자서전에서 이러한 것을 진짜로 믿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대답이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이제 이만큼 나이를 먹고 이생의 경험을 돌이켜보거나 또 내 개인적인 종교체험에서 볼 때, 나보다 앞서간 열 세명의 달라이라마와 관세음보살, 그리고 붓다가 나와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은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텐진 가쵸, 「달라이라마 자서전」, 39쪽)

저는 우리 시대에 종교, 경제, 정치, 과학, 생태 등등 현대인이 봉착한 문제들에 대해 달라이라마가 전하는 깊은 지혜의 메세지와 자비로운 행위를 접할 때마다 대체 저런 분이 관세음보살이 아니라면 누굴 관세음보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영화를 통해 달라이라마가 그의 삶 전체를 통해 한결같이 보여주는 비폭력, 자비의 정신을 보며 저분의 말 한마디, 생각과 행동 모두가 모두 관세음 보살의 표현이로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는 달라이라마가 겨우 만 두 살 때 티베트 정부가 그의 환생을 찾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중국 국경선과 맞닿은 티베트 북동부 변방의 작은 마을에 환생자를 찾기 위해 정부 파견단이 도착합니다. 어린 달라이 라마는 제 13대 달라이라마가 사용하던 소지품과 그와 비슷한 물건들이 펼쳐져 있는 가운데 “이건 내꺼야!” 라고 하며 달라이라마가 쓰던 물건들을 가려내죠. 그리고 제 14대 달라이라마로 확정됩니다. 영화에는 아기 달라이라마에서부터 유년기와 소년기를 거쳐 15세에 티베트의 정치적 지도자로 취임하고 24세에 티베트에서 인도로 망명하기까지 4명의 다른 배우들이 나와 달라이라마를 연기합니다. 찾아보니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티베트인 아마추어들로 캐스팅되었다고 하는데 전혀 아마추어 답지 않게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죠. 달라이라마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텐초 갈포는 제 14대 달라이라마의 실제 조카라고 하고 성인 달라이라마의 역할을 맡은 텐지 듀톱 차롱은 티베트 마지막 수상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달라이라마는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의 역할을 한 배우들의 연기에 만족해 하셨다는 후문이... ^^ 달라이라마의 생애를 다룬 영화이다 보니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죠.

영화에는 여러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는데 저는 영화의 처음과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모래 만달라의 영상이 영화의 내용과 어우러져 감동적이었습니다. 모래 만달라는 티베트 승려들이 돌에서 가루를 내어 고운 모래를 만든 다음 이걸 일일이 염색해서 아주 세밀하고 화려하게 완성해가는 작품인데요, 몇 명의 승려들이 함께 며칠에 걸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섬세하게 모래를 뿌려가며 완성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완성한 작품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쓸어내 버립니다! 그리고 그 모래를 강물로 흘려보내 버리죠. 불교의 가르침인 무상(無常)의 메시지를 정말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영화 쿤둔에는 어린 달라이 라마가 어릴 때 장난치고 교육받고 공부하는 장면에서부터 성장해 가며 티베트의 여러 정치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겪는 장면마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것은 겨우 십대 중반의 나이에 존폐의 위기에 몰린 한 나라의 정치적 수장이 되어 막중한 책임을 지고 그 험난하고 고달픈 시기를 통과하는 달라이 라마의 모습이었습니다. 중국군의 무력 침공으로 티베트인들과 승려들이 대규모로 학살되고 무자비하게 핍박받는 참담한 상황에서, 달라이라마는 그 모든 고통과 슬픔을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깊이 공감하지만 시종일관 어떤 고귀한 의연함을 잃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을 협박하는 중국 관료나 종교는 독약과 같다고 말하는 마오쩌뚱 앞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입을 함구합니다. 달라이라마 또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런 상황에서 어찌 가슴 속에 분노와 혐오를 느끼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그의 불교적 수행의 힘은 자신을 비난하는 상대를 즉각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 저러한 원인과 조건에 놓인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이해하고자 하지 않았을까요?

영화 쿤둔 곳곳에는 다양한 티베트의 풍습과 문화가 등장하는데요, 티베트 고유한 전통의 의식주도 눈길을 끌었고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티베트의 독특한 조장(鳥葬) 문화였습니다. 의식이 떠난 인간의 죽은 육체를 대자연에 보시하는 것이라고 해야할까요? 땔감으로 쓸 나무가 드물어 화장을 할 수 없고, 토지가 건조하고 척박해 시신이 잘 썩지 않는 환경적 조건에서 조장은 자연스런 장례 문화였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불교적 사유가 삶의 구석 구석 배여있는 티베트인들에게 죽음의 문제 또한 깊은 불교적 이해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중에 가장 강렬했던 장면을 꼽으라면 중국 공산당에게 학살된 수많은 티베트 승려들의 시신 가운데 서 있는 달라이라마의 모습이었습니다.  영화 감상을 나누는 시간에 준기샘께서도 언급하셨던 것처럼,  카메라가 줌 아웃되며 자주색 법복을 입은 티베트 승려들의 시신 군상이 마치 만달라의 형태처럼 보여졌지요. 형형색색의 모래들이 창조하는 아름다운 샌드 만달라와 이 잔혹한 죽음의 장면이 겹쳐지는 건 영화가 던지는 불교의 삶과 죽음, 무상함에 대한 화두가 아닐까요.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달라이라마의 생애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은 다음 주에 읽고 토론하게 될 <달라이라마 자서전>을 읽어 보시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지사항**

  • 5월 10일(일) 두 번째 불티 세미나에서는 <달라이라마 자서전> 처음~ 221쪽까지의 내용에 대해 토론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 천천히 책을 읽으시면서 세미나에서 나누고 싶은 내용을 생각해 보세요.

  • 세미나는 오전 10시 정각에 명상으로 시작할 예정이오니 조금 여유있게 도착하셔서 차 한잔 하시면서 편안히 앉아 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쌍윳따니까야>는 109쪽, ‘갈대의 품’부터 돌아가며 낭송 할 예정입니다. 미리 한번 읽고 오시면 좋고, 그냥 오셔도 됩니다. 책은 꼭 가지고 오십시오. ^^

  •  다음 주 간식은 수늬샘과 지영샘께서 준비해주시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간식을 준비하신 분 중 한 분께서 세미나 후기를 올려주시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한 주 잘 보내시고 다음 주에 만나요!

전체 2

  • 2020-05-04 11:09
    와 배우들이 티베트인 아마추어였다니 놀랍네요.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들의 표정과 분위기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영화 쿤둔으로 시작한 힐링(?) 세미나 불티,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 2020-05-05 08:40
    좋은 시간의 시작 감사했습니다
    일요일 모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