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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탁마Q 2학기 5주차 수업후기

작성자
혜가(길)
작성일
2017-06-10 17:28
조회
184
절차탁마Q 2학기 5주차 수업후기 / 임 길례

적합한 관념은 내적 특징을 지닌다.

 

“스피노자는 적합한 관념이란 대상과의 관계없이 고찰되는 한에서 참된 관념의 모든 특성 또는 내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정의 4)

이 말은 지금까지 인식론은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을 거울처럼 비추는 거라 생각해왔다. 참된 관념은 대상과의 관념의 일치라고 보았고, 대상과 일치한다는 것은 표상을 똑같이 재생해 내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대상이나 사건에 대한 표상은 인식이 아니다. 그러면서 적합한 관념이란 것이 대상과의 일치하는 표상이 아니라. ‘대상과 관계없이(다른 원인 없이)’ 우리가 인식해야 하는 대상 자체 그대로 재생해내는 우리의 관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참된 관념이다.

“나는 외재적 특징, 곧 관념과 그 대상의 합치를 배제하기 위해 내재적이라(변용)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어떤 대상이 있고 그 어떤 대상과 합치되는 관념이 있고, 그 관념을 표상해주는 즉 합치를 보장해 주는 것이 있다는 것. 그러나 이 합치는 신의 합치를 말한다. 우리의 신체의 변용은 실재를 관념화 할 때 그 실재의 단면만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대상의 본질과 합치되는 관념들을 가지려면 신의 합치해주는 관념들이어야 한다. 결국 인식에서 적합한 관념, 참된 관념의 모든 특성은 내재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내재적이란 말은 변용이라는 말과 연관 된다.

 

“인간 정신의 형상적 존재를 구성하는 관념은 단순하지 않으며, 매우 많은 수의 관념들로 합성되어 있다.”(정의 15)

신체는 매우 많은 수의 관념들의 합성되어 있어 이것이 인간 정신의 관념을 형성할 때 어떤 관념이 심플하게 떠오르는 대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수의 관념들로 정신에 형성되어 있다. 이 관념들은 신체에 의해 변용된 관념들인데, 신체는 아주 많은 합성적인 매우 많은 수의 관념들로 형성되어 있다. 신체가 경험한 ‘컵’이라는 대상도 단순한 관념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관념들의 합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신체의 합성이란 각각의 개체들이 신안에서 필연적으로 관념들이 존재한다. 이 말은 신체는 각각의 개체들 즉 신장, 간, 심장을 구성하는 각각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각각의 관념들도 신 차원(자연 차원)에서 모든 신체에 대한 관념들이 존재한다고 본다. 신체 각각의 많은 부분들의 변용으로 만들어진 관념들을 우리는 하나하나 다 이해하지 못 한다. 그러면서도 그 중 하나의 관념을 자기 것으로 붙들고 우기며 살아간다.

 

인식이 부적합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것을 더 많은 연관 관계 속에서 고려하면 할수록 어떤 인식은 적합해진다. 이 말은 자연의 질서와 법칙(신의 질서와 법칙)으로 인식하면 할수록 적합한 인식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외부 물체의 다양한 측면으로 접근하면 할수록 더 적합해 질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험적 조건이라는 한계 속에서만 어떤 것에 대한 관념을 갖게 된다면, 이 한계 속에서의 신체의 변용은 부적합한 관념에 빠지게 된다. 붓다는 어떤 것도 조건을 벗어나서 일어날 수 없다고 한다. 감정이 일어나는 것, 화가 일어나는 것, 이 모든 것이 특정한 조건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스피노자식으로 말하자면 모든 사건과 사고는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무한한 인과 연쇄 속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생겨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우리 신체가 변용된 방식만 가지고 관념들을 인식하려 한다. 그러나 자연의 질서들은 나를 포함해서 아주 많은 것들의 연관 속에서 지금 이것들을 만들어 내고 출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많은 연관 관계 속에서 이것이 이렇게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신체의 변용된 방식(관념)을 가지고 그 관념이 다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 스피노자가 말하는 부적합한 인식이다. 스피노자는 사물이든 사건이든 원인으로부터 이해하라. 그 원인이라는 것은 내 신체의 변용이 아니라. 전체적인 연관 관계에 의한 원인이다. 인과적인 자연의 질서는 질서를 반영하는 관념들의 연쇄 속에서 관념들을 이해 할 때 적합한 관념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인으로부터 사유하라는 것도 자연의 질서를 말하는 것이다.

 

스피노자의 상상적 이미지란

 

우리가 상상을 정리하는 방식은 ‘실존하지 않는 것을 실존한다.’ 라고 하는데 이것이 상상이 아니다. 이미지란 대상에 대한 표상, 재생(representation)이 아니라. 외부 물체가 우리 신체에 남긴 변용이 이미지이다. 이미지는 외부 물체의 흔적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은 대게 구체적이다. 베르그송은 이미지는 물체의 단면이다. 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사물을 볼 때 정지되어 있는 것처럼 보지만 사실은 모든 사물은 다 운동중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물이 매순간 움직이고 있는 단면 밖에 볼 수 없다고 한다.

“현재 통용되는 용어들은 사용하면, 그 관념들이 우리에 대해 외부 물체들을 마치 우리에게 ‘현존하는 것처럼 표상하는’ 인간 신체의 변용들을 우리는 실재들의 이미지들이라고 부른다.” 상상이라는 것은 실존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물체가 우리의 신체에 일으킨 변용이다. 이 변용을 통해 어떤 것에 대한 관념을 떠올리는 것 이것이 상상이다. 스피노자의 상상적 인식이란 공상과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물체를 인식하는 가장 초보적인 단계가 상상이다. 그러니까 상상적 인식이 어떤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예 모른 체 자기가 변용된 것에 대한 관념을 그냥 그것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을 부적합한 인식이다. 그러나 상상적 인식 자체를 스피노자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초보적인 인식단계로 외부 사물의 본성을 다 아는 것처럼 하는 것이 문제이다. 스피노자에게 예술적인 것은 상상적 인식을 매개로 해서 적합한 관념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았다. 인간 정신은 신체의 변용으로 인식된 관념들로 형성되기 때문에 정신이 자연 공통의 질서로부터 실재들을 인식할 때마다, 곧 우발적인 마주침에 따라 외적(감각 기억 연상)으로 규정된다. 이렇게 규정된 실재들은 부적합한 인식을 형성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와 반대로 적합한 인식은 다수의 실재를 동시에 바라봄으로써 실재들 사이의 합치, 차이 및 대립을 이해하도록 내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적합한 인식이다. 여기서 내적으로란 뜻은 자기로부터 출발해서 내 질문을 가지고 내가 스스로 깨달아가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왜 종종 부적합한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가. 이유는 우발적 마주침으로부터 변용되는 방식이 아주 굳어져 가는 방식으로 배치되고, 우리의 습관과 기질에 의해 변용되는 방식으로 간다면 우리의 인식은 고정된 관념들을 생산해 낼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를 고착시켜 부적합한 관념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 이 조건으로부터 탁 깨고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이 변용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체 4

  • 2017-06-11 20:18
    수줍게 숨겨져 있는 후기를 발굴했습니다 _-v 변용은 계속 일어나는데 부적합한 인식에 고착되는 것이 무서운 것 같아요.

  • 2017-06-11 21:56
    스피노자의 상상개념이 정말 놀라운 것 같아요. 우린 흔히 상상을 허구적인 것으로 여기는데, 스피노자는 상상을 완전히 실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네요.

  • 2017-06-12 08:53
    부적합한 관념 자체가 우리가 인식하는 방법이라니....그리고 이런 인식의 토대 위에서 어떻게 적합한 인식으로 향해 갈 수 있을까요? 길례샘 글처럼 내 안에 습관과 기질의 문제이므로 쉽지 않을 것 같아요...작은 습관 하나 바꾸기 얼나마 힘든지...아차! 하는 순간 하던대로 말하고 하던대로 행동하게 되니...그래도 이런 자신을 발견하는 찰라의 순간 역시 존재하는지라~ 스피노자의 철학을 배운다면 힘들다는 감각적 반응보다는 왜 그런지 지성을 사용해야 되겠지요 ^^

  • 2017-06-12 11:05
    신체 각각의 부위는 '나'라는 종합적인 개체를 살리기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 재밌네요. 각각의 부위는 그저 자신의 일을 다할 뿐이고, 인간이 그 부위의 작용을 목적론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 근데 그 모든 부위가 작동해서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네요. 목적은 없지만 그 모든 작용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면서 그러면서도 살아간다는 게 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