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 프로젝트 철학팀 후기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8-07-11 11:56
조회
130

철학팀에서 읽은 책은 <꾸란 이펙트>입니다. <이슬람>에 나왔던 무함마드의 계시 받는 장면이 좀 더 상세하게 나와 있지요. 보면서 꾸란은 분명 무함마드가 계시받은 것을 받아적은 책일텐데, 왜 무함마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는지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보통 계시를 받아서 신의 말씀을 담은 책이라면, 인간은 이해하기 어려운 형이상학적 말들로 채워져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꾸란은 생각보다 더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무함마드가 문제에 닥쳐 답을 간구하면 그때마다 펼쳐졌거든요.



무함마드는 계시를 받은 당시 문맹이었습니다. 상인이었던 그는 상업에 필요한 기호들을 이해하긴 했지만 글을 쓸 수는 없었지요. 그런 무함마드가 "읽어라"라는 계시를 받습니다. 그 앞에 두루마리가 떨어졌다고 해요. 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단어들이 나타났고요. 이때 자기가 귀신들린 줄 알았다고 해요. 그런 무함마드를 아내 카디자가 지지했다고 합니다. 초창기 이슬람 신자는 여성이었던 것이죠. 그 다음으로 무함마드의 사촌 알리가 그를 지지합니다.




 (이 그림에는 두루마리가 없네요... "님 쪽지 확인 좀" 같은 계시였을까요?)



무함마드는 "바스말라(Basmala)" 라는 구절에 의지해서 계시 받는 시기를 버텼다고 합니다. 계시가 늘 들리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 '침묵'의 시기에 무함마드는 역시 자기가 미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었고 그때마다 "자비가 넘치시고 언제나 자애로우신 분 알라의 이름으로"라는 구절을 자기 보호 문구로 삼았다고 합니다.

첫번째 계시를 들은 '권능의 밤'에 그는 두루마리를 얻지요. 왜 문맹인 그에게 문자가 나타난 것일까, 이 점은 생각해볼만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그는 계시를 "읽지 않고 낭송했다"고 해요. 부족간의 분쟁, 아랍에는 예언자가 없다는 콤플렉스 등등 그의 고민이 계시의 형태로 나타났고, 그걸 신과의 합일이라는 형태로 체험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족분쟁이나 예언자 콤플렉스는 사실 당시 아랍인들에게 공통적인 문제지점이었습니다. 하지만 혈족간의 원한관계는 끊어내기 어려운 일이었죠. 무함마드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삼촌 손에 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자기보다 연상인 카디자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했고요. 이런 그의 특수한 상황이 혈족이 아닌 이념 중심의 움마를 결성하는 원인 중 하나였을 거 같습니다. 권능의 밤에 대한 꾸란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권능의 밤에 계시했다.

너는 무엇이 권능의 밤인지 알 수 있느냐?


권능의 밤은

수천의 달(月)들보다도 낫다.

그날에 알라가 지시하시는 모든 일을 행하기 위해

천사들과 영들이 내려왔고,

평화가 새벽녘까지 깃들었다. (97장)


무함마드의 두번째 계시는 문자가 아니라 공간으로 찾아옵니다. '밤의 여행'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계시는 그가 성지인 메카-예루살렘을 하루밤 안에 순례하는 내용을 다루지요. 이 '밤의 여행'은 무함마드가 좀 더 자신감 있는 포교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줍니다. 무엇보다 '밤의 여행'의 종착지는 모든 진리와 생명의 근원인 천국이었거든요. 무함마드의 <신곡>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함마드는 거기서 신도들의 기도 형태와 횟수를 정합니다. 이때 천사와 쇼부(?)를 보는 모습은 어쩐지 상인의 흥정과 닮았습니다. 하루 50회(!) 기도에 동의했다가 다시 돌아가 25회, 10회, 5회로 계속해서 경감시켜 나가는 모습은 환상적인 가운데 현실적인 감각이 나타난 지점 같기도 하고요.





지도자로서의 무함마드는 유능한 전략가였습니다. 부의 분배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 분배의 근거는 혈족이 아니라 이념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운용습니다. 어떤 분쟁이 있을 때 계시는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이 되었습니다. 가령 무함마드가 50대에 얻은 9살(!) 아내 아이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녀는 기억력이 뛰어났기에 무함마드가 죽은 다음 그의 기억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해요. 무함마드의 언행이 비교적 자세하게 남아서 후대의 귀감이 된 것도 모두 그녀의 기억력 덕분이었지요.

아이샤는 무함마드의 원정에 자주 따라갔는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원정대에서 낙오된 그녀는 마찬가지로 낙오된 병사 한명과 하룻밤을 같이 있었다고 해요. 그것 때문에 그녀의 정절이 문제시되었고 무함마드는 정말 누구도 알 수 없는 이 일을 해결하고자 계시를 청합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기준이 생깁니다.


누구든지 정숙한 여인들을 고발할 때

네 명의 증인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는 80대의 매를 맞고

그의 증거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을 하는 자는 부도덕한 사람들이다. (24장 4절)


정말 상황에 딱 맞는 계시가 아닙니까. 증명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오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무함마드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꾸란은 현실 문제에 입각한 구절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무함마드의 고민과 통찰이 신비롭게 드러난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꾸란은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경서치고는 매우 현세적입니다. 내세에 대한 감각이 기독교와는 다른 것 같고요. (이점은 기독교의 내세관에 대해 알아보고 비교해봐야 합니다만^^)


철학팀에서는 <꾸란 이펙트>를 3번에 걸쳐 읽고 <이슬람과 기독교>를 읽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는 유일신교, 즉 기독교와 이슬람은 어떻게 다른지를 차차 알아가야겠죠. 이슬람의 내세관, 이슬람은 인간을 어떤 존재로 생각했는가, 역사를 어떻게 보는가 등등의 질문이 나왔고요. 주로 나온 질문은 내세와 죽음, 그리고 구원의 문제가 기독교와 다른 지점을 생각해볼 것 같습니다. <꾸란 이펙트>만 읽어서는 비교군이 없으니 아무래도 26일 발표는 꾸란의 역사성, 내용에 대한 정보성 발표를 할 것 같고요. 좀 더 자세한 계획은 다음 시간에 정해보겠습니다^^



전체 4

  • 2018-07-11 13:09
    문맹의 읽기라, 겁이 납니다. 편견없이, 약속없이 읽는다는 것. 아, 무함마드님!

    • 2018-07-11 15:55
      읽어라~~ 계시이지요 ^^ 일상의 신성을 찾아서!

  • 2018-07-14 10:09
    꾸란은 딱딱하지 않고 재밌는 구절이 많은듯 보이네요.
    이번주 세미나에서 느꼈던 기독교와 이슬람의 차이가 어떻게 생겨났고 드러나게 되는지에 대한 갈증을 풀고도 싶네요~

    • 2018-07-20 09:56
      이거 저도 궁금했는데요. 유대교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파생된 기독교와 이슬람을 지금의 우리는 전혀 다른 종교로 보고 있잖아요. 공동체가 중심인 이슬람이 교회중심 인 기독교에 비해 더 일상신앙에 가까웠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요.. 음~ 더 알고 싶네요~ 궁금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