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 프로젝트 예술팀 후기 2

작성자
황지은
작성일
2018-07-13 16:14
조회
152

이번 시간은 900년~1500년, 이슬람 중기라고 이름 붙여진 기간 동안의 건축 양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기는 압바스 제국이 900년경에 점차 쇠퇴함에 따라 지방의 세력들이 각축전을 벌이던 때였습니다. 따라서 건축 양식도 지역마다 달랐는데요, 주로 그 지역에 풍부한 자재라던지 지역 고유의 건축기법을 많이 차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된 양식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다주식 양식’의 모스크입니다. 이 양식은 압바스 왕조부터 내려오던 것으로, ‘여러개의 기둥’을 사용하여 건물을 짓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중기에 들어와서 다주식 양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스크가 중기에 들어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는 코르도바(스페인)의 대모스크라고 합니다. 와우 위용이 엄청나네요….


압바스 왕조의 위협을 피해 우마이야 가문의 유일한 후손인 아브드 알 라만 1세(재위 756~88)가 784년도에 세우기 시작해 787년에 완성한 모스크입니다. 이 곳에서도 어김없이 다주식 양식이 사용되었는데요, 다만 이전의 모스크와 달라진 점은 기둥과 아치의 2단 구조입니다. 코르도바가 이슬람에 정복되기 이전에 서고트족이 지었던 건물들은 주로 짧고 굵은 기둥을 이용했기 때문에 하나의 긴 기둥을 만드는 대신, 짧은 기둥에 아치를 덧붙이는 방식을 차용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보통 ‘건축 양식’이라고 하면 어떤 심오한 철학이 들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런 실용적인 이유에서도 하나의 양식이 구성될 수 있구나 싶어 새삼 신선했습니다. ㅎㅎ

아래 사진을 보시면, 기둥과 아치가 2단 구조로 되어있는것을 보실 수 있죠. 아치-기둥이 두 개! ㅎㅎ 건축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확실히 처음 보는 구조이긴 하네요~

9세기 및 10세기에 들어 코르도바의 대모스크는 계속해서 증축되었습니다. 2단 지지구조가 책의 표현에 따르면 더 ‘세련되게 발전’되었는데요, 단순한 아치의 모양이 더욱 복잡(?)하게 바뀌었습니다. 바로 두 곡선이 교차하는 방식으로요. 아래 사진을 보시죠!



다주식 양식은 지역마다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터키의 베이셰히르(beyşehir) 지역에 있는 에슈레포글루(eşrefoğlu) 모스크는 재질이 나무입니다. 그리고 코르도바의 대모스크가 보여주었던 2단 구조와는 달리 나무기둥이 바로 나무지붕을 떠받치고 있는데, 기둥의 숫자는 무려 47개라고 하는군요 @_@ 오 사진을 찾다가 발견한 건데 아래 바닥은 터키블루색이네요! 중기 이슬람 시대에서는 각종 아름다운 색이 이슬람 미술의 특징이었다고 합니다. 주로 청록색, 그러니까 터키 블루가 중심이었고, 그 다음에는 흰색, 초록색, 황토색, 암자색(보라) 등이 있습니다.


또 다른 예는 이슬람이 인도까지 세력을 뻗친 후 처음 세워진 쿠와트 알이슬람(‘이슬람의 권세’) 모스크입니다. 이 모스크는 힌두교 사원의 전통에 따라 세속의 공간과 성소를 분리하기 위해 부근 땅보다 높은 곳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어쨌든 코르도바와 마찬가지로 인도에서도 단번에 높은 지붕까지 닿을 수 있는 기둥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힌두교 사원에서 뜯어낸 기둥을 두 개, 세 개 이어서 높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인도의 건축가들은 아치를 세우는 기법에 익숙하지 않아 내쌓기(corbel) 방식으로 아치를 만들었는데요, 이 방식은 돌을 쌓을때 아랫단 보다 윗단을 약간 돌출되게 쌓아올려 중앙에서 만나도록 하는 기법입니다.



지금까지 다주식 양식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양식은 이슬람 동부에서 막강한 권세를 휘둘렀던 셀주크 왕조가 들어서면서 또 한 번의 변화를 겪습니다. <이슬람 미술>에 따르면 다주식 건물은 평등정신을 나타내기도 했다는데요, 셀주크 왕조가 모스크의 기둥들을 헐어내고 그 사이에 돔 지붕의 독채를 세움으로써 지배계층의 권위를 한층 더 강화하였습니다.


그렇게 점차 돔 형태의 방이 변화를 겪는데, 돔 건물 사이의 기둥들이 모두 해체되고 ‘이완’이라는 새로운 구조가 나타납니다. 이것은 한 면을 출입구로 튼 반원통형 볼트(barrel vault) 천장의 공간입니다. 마치 동굴처럼 파인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 이완 구조는 이슬람이 도래하기 전부터 이미 페르시아 건축의 특징이었다고 합니다. 이완은 우마이야 및 압바스 왕조 시대에는 궁전에서도 사용되었지만 셀주크 시대에서는 모스크에만 사용되었습니다.



모스크의 이완은 네 개 벽의 가운데에 각각 세워졌는데, 그 중 단연 중심은 남쪽의 이완이라고 합니다. 바로 미라브 앞의 남쪽 벽은 메카의 방향(키블라)을 향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 네 개의 이완은 굉장히 실용성이 높은 구조였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 공간의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선 기도를 위해 가장 자주 사용되는 키블라 이완은 북쪽으로 열려 있어 하루 종일 시원한 그늘을 제공합니다. 서, 북, 동쪽 이완에는 차례로 오전, 정오, 오후에 햇살이 비치기 때문에 학습, 휴식 등 상황에 따라 적합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서도 이완의 기능은 달라지는데요, 태양이 높게 뜨는 여름에는 이완이 그늘을 제공하고 태양이 낮게 뜨는 겨울에는 이완의 구석구석 햇빛이 미치게 되어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조상의 지혜(?) 급이네요 ㅋㅋㅋ


이슬람 건축의 또다른 특징은 바로 무카르나스입니다. 10세기 말부터 이슬람 건물의 주요 장식 수단이었던 무카르나스는 아랫열부터 점점 돌출하는 벽감 모양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덤, 미나레트(모스크의 위치를 알려주는 높은 탑), 성자들의 무덤 등에 바로 이 무카르나스가 장식되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 예시인 알람브라 궁전의 '사자의 궁' 천장을 보시겠습니다. (아래사진) 이때의 무카르나스는 둥근 하늘을 상징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햇빛이 무카르나스 바로 밑 창문으로 들어올때 생기는 그림자의 움직임이 마치 별이 움직이면서 하늘이 회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음 오바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어쨌든 궁금해지네요. 아쉽게도 스페인에 있습니다 ㅠ ㅜ



이때까지 이슬람 건축의 대표적 특징 몇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여기까지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건축 양식의 스펙트럼(?)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코르도바의 대모스크의 기둥이라던지 터키의 에슈레포글루 모스크의 기둥은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하니까요. 뿐만 아니라 햇빛의 각도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달라지는 이완 구조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카렌 암스트롱의 <이슬람>에서 읽었던 바로는 무슬림 사회에서는 코란의 교리를 시대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일어났다고 했는데요, 건축 또한 유동적으로 시대와 지역에 맞게 변화하는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슬람 미술>의 마지막 파트 '위대한 제국들 1500~1800'을 읽을 예정입니다 ^^ 그럼 다음주에 보아요~~
전체 6

  • 2018-07-13 18:26
    이 팀은 일단 세미나의 내용을 떠나 시각자료로 밀어붙이는구만! 두고봐, 질문을 퍼부어주겠어!!

  • 2018-07-14 15:39
    어머 시각자료와 함께 보니 이해가 쏙쏙 되네~ㅋ 시각자료를 적극 이용한 발표로 준비하겠습니당 ^^ ㅋ

  • 2018-07-14 15:53
    기둥의 대항연! 기둥이 기둥이지 뭐, 했는데, 아주 다채롭고 복잡한 의미가 있었나봅니다. 역시 이슬람 공부는 상식을 깨는 맛!

  • 2018-07-14 21:16
    갑자기 스페인 가고싶어진다ㅋㅋㅋ

  • 2018-07-15 12:27
    오... 뭔가 전문가 포스가 느껴지네요. 여행가서 엄청난 활약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ㅋㅋ

  • 2018-07-16 08:39
    기다란 기둥을 구하기 어려운 스페인에선 2단 구조를, 터키에서는 나무를, 인도에서는 힌두 사원에 쓰이던 자재들을 활용해 모스크를 짓는 걸 보니, 어느 곳에서나 그 문화를 수용하고 융화해가며 자리잡는 이슬람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