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소생 프로젝트 7월 12일 역사팀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8-07-15 14:39
조회
78
저번 후기에서 정옥쌤이 쓴 것처럼 저희는 페르시아의 관습과 문화 일반을 위주로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읽으려 합니다. 읽다보니 궁금한 게 조금씩 생기고, 나중에 발표할 때 다른 것들도 같이 얘기하고 싶어지더군요. 가령, 저는 이번에 《역사》를 읽으면서 인생무상(人生無常)과 관습에 대한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읽지 않으면 고생해서 읽은 헤로도토스가 다음에 읽을 책들과 전혀 연관이 없어져버릴 것 같아요. 어떻게 읽어야할지 약간 막막한데, 이 부분은 채운쌤과 좀 더 얘기하고 방향을 정리해서 알려드릴게요~

이번에 역사팀은 《역사》 2, 3권을 읽었습니다. 2권은 아이귑토스의 지리와 나일 강과 관련된 이야기, 관습, 종교, 역사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갑자기 아이귑토스 이야기가 엄청 많이 나와서 당황스럽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1권에서) 퀴로스가 죽고 퀴로스의 아들인 캄뷔세스가 제위에 오르고, (3권에서) 캄뷔세스가 아이귑토스를 침공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2권을 통째로 할애해서 아이귑토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_-;; 처음에는 솔직히 뜬금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마도 당시에 아이귑토스가 여러 모로 중요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관습, 지리, 풍속 등 다양한 것을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귑토스는 지금으로 치면 이집트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대략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아이귑토스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아이귑토스는 어떤 한 도시를 가리킨다기보다 멤피스, 헬리오폴리스 등의 도시국가 등이 있는 지역, 민족을 가리킵니다. 어렸을 때 보셨던 《로마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그리스군의 사령관이었던 아가멤논이 바로 아이귑토스의 멤피스를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헤로도토스는 아이귑토스가 문화적으로 앞섰고, 역사적으로도 오래됐다고 얘기합니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최초로 달력을 시행한 사람들이 아이귑토스인들입니다. 그들은 최초로 해(年)를 발견하고 그것을 열 두 개로 나눈 태양력을 사용했습니다. 이들은 달력을 사용하여 날을 계산하여 나일 강이 언제 범람하는지 예측했습니다. 고대 동양에서 달력은 농사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었고, 달력이 있다는 것은 자신만의 시간, 사회제도가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아마 이쪽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리노스’라는 노래를 부른다거나, 농사를 짓고 세금을 계산하기 위해 기하학을 창시했다는 등 당시 아이귑토스는 헬라스나 페르시아 등의 주변보다 훨씬 문화적으로 앞서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아이귑토스에서 창시된 태양력이 율리우스력과 지금 우리가 쓰는 달력인 그레고리력의 할아버지격에 해당됩니다.

아이귑토스인들의 관습 중 재밌었던 것은 미라를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아이귑토스인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재산에 따라 미라를 처리하는 과정이 다릅니다.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콧구멍을 통해 뇌를 끄집어내고, 배를 갈라 오장육부를 꺼낸 다음 향유로 처리하고 아마포를 입힙니다. 돈이 없을수록 이 과정 중 일부분이 생략되고, 가장 돈이 없는 사람들은 시체를 그대로 양잿물에 넣어서 뇌와 오장육부를 다 녹인 다음에 그대로 밀랍으로 굳혀서 집으로 가져가기만 합니다. 신분이 높고 아름다운 여자인 경우에는 시체를 며칠 방치한 다음에 미라로 만드는데, 한 미라 전문가가 시간(屍姦)하다 잡힌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습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 전쟁의 승패를 가른 원인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사건 못지않게 관습에 대한 얘기가 엄청 많이 나옵니다. 사실 관습을 이렇게 상세하게 서술할 필요가 있나 의심되지만, 헤로도토스는 한 개인의 위대함과 어리석음, 민족의 현명함과 무모함을 관습과 관습에 대한 태도로부터 밝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헤로도토스는 캄뷔세스가 실성한 증거로 캄뷔세스가 아이귑토스인들의 관습을 존중하지 않고 폭압한 것을 말합니다. 에이티오피아 원정에 실패한 캄뷔세스는 멤피스로 돌아옵니다. 당시 멤피스는 아피스라는 송아지 신이 있었고, 아이귑토스인들은 이 송아지 신을 받들며 축제를 벌이는 중이었죠. 캄뷔세스는 아이귑토스인들이 자신의 패전을 기분좋게 여기는 것처럼 느껴서 아이귑토스인들을 도륙하고, 송아지 신도 죽여버립니다. 헤로도토스는 캄뷔세스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코멘트를 남깁니다.

“이 모든 점으로 미루어 캄뷔세스는 완전히 실성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결코 남들의 신앙이나 관습을 조롱하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의 어느 민족이든 모든 관습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일일이 검토한 뒤 자신들의 관습을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모든 민족은 자신들의 관습이 가장 훌륭하다고 믿는다. 그러니 미치지 않고서야 어느 누가 그런 것들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 실제로 모든 민족이 자신들의 관습을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증거는 비일비재하다.(…)관습이란 그런 것이며, 나는 “관습이야말로 만물의 왕이다” 라고 한 핀다로스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 296~297

관습은 그 지역의 사람들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입니다. 관습은 그 자체로 삶의 양식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보증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헤로도토스는 관습의 형성 과정을 밝힘으로써 그 사람과 그 민족이 얼마나 지혜롭게(혹은 어리석에) 살았는지 밝히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지혜가 무엇인지는 책을 끝까지 읽고 정리해보겠습니다. ㅎㅎ

역사를 편찬하는 작업이 헤로도토스한테 어떤 의미였을지도 궁금했습니다. 그는 문화를 상대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면서 무엇에 우월함, 야만성을 부여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현명함과 어리석음으로 분류할 뿐이죠. 여러 관습의 기원을 밝히는 것은 어쩐지 니체의 계보학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헤로도토스는 역사를 편찬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요? 이것도 끝까지 읽고 정리해볼게요.

그리고 타자성, 이질성을 기준으로 세계를 그린다면 지금보다 이때 사람들의 세계가 더 클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리 거리가 가까워도 관습이 매우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가까우면서도 왕래가 거의 드물었고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민족도 몇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관습과 자신의 정체성의 근거를 찾는 것은 지금 보기에 상당히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그만큼 지금 우리가 민족이나 국가라는 추상적인 것으로부터 정체성을 찾기 때문인 것 같아요.

3권은 크게 캄뷔세스의 원정과 죽음, 마고스의 반란, 다레이오스의 혁명과 원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퀴로스가 페르시아라는 나라를 세우고, 캄뷔세스가 기틀을 닦았다면, 다레이오스는 동으로 인더스 강부터 서로 유럽에 이르는 영토를 지배하죠. 다레이오스는 히스타스페스의 아들로 원래는 퀴로스, 캄뷔세스와 전혀 피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고스 스메르디스와 파티제이테스 형제의 반란을 진압하고 나중에 왕위에 오르게 되죠. 그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고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스메르디스는 이름만 아니라 생김새도 퀴로스의 아들 스메르디스와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퀴로스의 아들이자 캄뷔세스의 동생인 스메르디스는 이미 캄뷔세스의 명에 의해 프락사스페스에게 죽었죠. 그러나 마고스 형제는 스메르디스를 사칭하며 왕노릇을 했고, 이 사실을 눈치챈 다레이오스와 그의 동료들이 역성혁명을 일으킵니다. (당시 캄뷔세스는 마고스들이 반란을 일으킨 사실을 알고 돌아가려했으나 말을 타다가 칼집에 다 들어가지 않은 칼에 베여서 죽었습니다. 발가락에 상처 나서 죽은 합려와 거의 한 느낌이에요.) 혁명에 성공한 뒤 다레이오스와 동료들은 왕을 정하려 하는데, 성문 밖으로 나가서 가장 먼저 울음소리를 낸 말에 탄 사람을 왕으로 정하기로 합니다. 여기서 다레이오스의 마부 오이바레스가 활약합니다. 오이바레스는 전날 암말을 숲에 묶어두고, 다레이오스가 탈 숫말을 암말과 교미시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다레이오스의 말은 성 밖으로 나가서 그 암말을 보자마자 울음소리를 내죠. 그때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벼락이 쳤다고 하는데 이건 믿거나말거나~

그 다음 얘기는 다레이오스의 치세 동안 페르시아가 엄청나게 세력을 넓히는 과정입니다. 어떤 얘기가 있을지 조금씩 더 궁금해집니다.
전체 3

  • 2018-07-16 08:32
    요약한 내용을 읽어도 이름들이 헷갈리네요@-@... 그 두꺼운 책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어가다보면 페르시아에 대한 윤곽을 꾈 수 있게 되시겠네요~

  • 2018-07-16 15:04
    관습. 내가 사는 방식이 곧 나의 철학. 이슬람을 통해 나의 생각하는 습관을 바꿀 수 있을지도. @.@

  • 2018-07-16 18:37
    그 지역의 사람들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가 관습이라니, 정말 조건 속에서 길어낸 지혜네요. 가까이 사는 민족끼리도 왕래가 드물었고 관습도 매우 달라서 그렇게 책이 두꺼웠던 거로군요ㅋ 깨알같은 후기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