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NY

절탁 NY 1학기 3주차(3.6) 공지

작성자
나영
작성일
2021-02-28 15:05
조회
176
올해 니체 세미나는 루이샘에 이어 승현샘, 지안샘의 합류로 더 새롭고 풍성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 오신 세 분 환영하고요. 혹 아직 등록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1교시는 <유고>를 읽고 니체의 힘, 힘에의 의지 개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각자 힘 개념을 생각해볼 수 있는 구절을 뽑아왔는데요. 이게 뭐라고 같은 구절 골라온 샘들을 보면 저는 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 겁니다. 혼자 내적인 친밀감이 흘러넘치더군요. 

니체의 힘에의 의지는 하나의 해석이자 가치평가이며 그 자체로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힘에의 의지는 지배를 원하고, 더 많은 힘을 원하며, 더 강해지기를 원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들 간의 싸움은 끝이 없는 진행 과정에 있기 때문에 항상 다수로 존재하고, 하나의 상태에 머무르거나 보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최종 도달점이란 게 있을 수 없겠죠. 자기극복과 상승이 힘의지의 본성입니다. 따라서 힘들의 전쟁에서 이긴 우리의 가치평가, 해석은 그 자체로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 없습니다. 절대적인 도덕, 옳고 그름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도덕을 절대화하는 삶을 살아왔으며 삶의 의미마저도 도덕에서 찾게 될 정도가 되어버렸음을 니체는 비판합니다. 저는 니체를 공부하기 전에는 무엇인가를 강하게 주장하고 지키고 소유할 수 있는 상태를 강함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니체에게는 반대되는 가치평가 아래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냐는 문제가 강함을 측정하는 척도가 됨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강함을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습니다. 

“세계의 가치는 우리의 해석에 있다는 점”, “세계는 흐르는 강 속에 있다”, “인간의 향상은 편협한 해석들의 극복을 수반한다”, “선과 악은 단지 해석들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니고 그 자체가 아니다”, “생명은 항상 다른 생명의 비용으로 살아간다”, “실제로 ‘원인과 효과’라는 개념은, 심리학적으로 검토해보면, 항상 그리고 어디에서나 의지가 의지에 대해 작용한다고 믿는-오직 생명체만을 믿고 또 근본적으로 (사물들이 아닌) 오직 ‘영혼들’만을 믿는 사고방식에서 유래한다”, “모든 시대의 약자와 평범한 자의 근본 경향은 좀더 강한 자를 약하게 만들고 끌어내리는 것이다”, “어떤 사실이 있기 위해서는 항상 의미가 먼저 투입되어야 한다” 등의 구절을 가지고 힘에의 의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해석’과 ‘가치평가’, ‘주체’의 문제로 접근하는 구절을 많이들 뽑아오셨습니다. 니체의 문장은 그 자체로도 너무 멋있기도 하고 맞는 말 대잔치라서, 그냥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다가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굳이, 왜, 이런 단어들의 조합으로 이런 말을 했을까 하는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고 텍스트를 해석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도덕을 비판하기 위한 단초로서 해석해보려는 시도도 필요하고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는 고 언저리에서 니체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한 문장을 좀 더 들여다보면 의외로 풀리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교시에는 니체의 해석과 가치평가 문제를 그대로 가져와서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없는 세계, 선악으로 환원할 수 없는 삶을 보여주는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으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토론은 두 조로 나누어서 진행했습니다. 토론 내용을 공유하다 보니까 같은 사건을 가지고도 다르게 보는, 다양한 해석, 힘에의 의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조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길게 토론하게 되기도 하고요. 저희 조에서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꼰도라는 섬에 주목하며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흘러넘치는 자연의 힘, 대지가 가지고 있는 힘과 개발하고자 하는 힘이 투쟁하는 곳에서의 힘에의 의지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폐쇄된 사고와 가치를 고수하며 고립을 선택했을 때 공동체는 결국 어떻게 몰락하게 되는지를요.

저는 모든 글은, 특히 소설의 첫 문장에는 작가의 힘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해서 한때는 소설의 첫 문장만 수집하기도 했었는데요. 저희 조는 “많은 세월이 지난 뒤, 총살형 집행 대원들 앞에 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아버지에 이끌려 얼음 구경을 갔던 먼 옛날 오후를 떠올려야 했다”는 첫 문장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혼자 읽을 때는 생각할 수 없었던 풍성한 해석을 주고받으면서 책을 같이 읽는 재미를 알아가게 돼요. 왜 하필 얼음을 만졌던 기억일까 하는 문제를 생각하면서, 우리의 기억이라는 게 과연 사실적인 기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보다는 감각이 우선되어 기억창고에 저장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보다는 그 사건을 둘러싼 배경이나 훅 지나가 버리는 몇 개의 단상을 오히려 강하게 붙들고 있는 것 같아서요. 그렇다면 이러한 기억을 그리고 첫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시제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과거-현재-미래가 겹쳐지는 점에서요.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는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무언가를 느낍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시각으로부터 그를 뽑아내 추억 속의 밝혀지지 않은 어느 부분으로 정처 없이 데려가는 신비롭고도 명확한 그 무엇”이라는 문장을 보면서 마르케스가 보여주는 시간 개념과 힘에의 의지를 어떻게 연관을 지을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과거와 미래는 결코 현재와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니체의 영원회귀와 같이 생각해볼 지점이라고 생각해서요.

온갖 충동이 흘러넘치는 섬 마꼰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외롭고 고독하다고 느낍니다. 저는 이게 참 의아했어요. 그들은 반응적인 힘을 쓰는 사람들인가? 니체가 말하는 흘러넘치는 삶은 마꼰도 마을 사람들의 흘러넘치는 충동과 어떻게 다른 것인가 등등. 앞으로 몇 주 더 읽어가며 조금 더 꼼꼼하게 읽어봐야겠지요.

3교시는 ‘내가 만난 니체’를 주제로 어떤 책을 선정하게 어떻게 공부할지 이야기하는 자기주도학습 시간이었습니다. 건강의 문제, 앎과 신체의 문제, 나에 이르는 길에 대한 고민, 적수가 아닌 존재와의 싸움의 문제, 니체 철학에 니체를 이르게 한 괴롭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니체 철학을 추동한 힘의 문제, 니체의 가벼움 등의 주제를 가지고 각자 몇 권의 책을 골라 읽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에요.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과소/과대평가하는지 훑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행위가 전부라는 말을 늘 가슴에 품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했습니다. 저는 니체를 굉장히 많이 좋아하는데요. 주변에서 니체가 무슨 매력이 있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말이 빈약하기 짝이 없더라고요. 무언가 싫은 이유에 대해 얘기하라면 100개는 말할 수 있는데, 왜 좋아하는 거에 관해서는 풍성하게 설명할 수 없을까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니체의 개념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 이걸 글로 쓰고 싶어요. 막막하지만 또 주고받는 힘들 속에서 어찌어찌 헤쳐나가봐야죠. 그럼 모두 한 주 잘 보내시고 다음 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과제 및 공지]

1. <유고> 19권 305쪽까지 읽고 10개 구절 뽑기

2. <백년의 고독> 1권 끝까지 읽고 3개 구절 뽑기(민음사 아닌 다른 출판사 책은 10장 끝까지 읽기)

3. 개인 과제는 자기주도학습에 맞게 진행

4. 다음 주 간식 : 고은샘, 지안샘

5. 과제는 금요일 밤까지 숙제방에 올리기

6. 세미나 시작 시간은 10시 정각입니다. 10시에 세미나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간식 당번이나 출력을 해야 하는 분들은 미리 오셔서 준비해주세요. 길이 좀 막히겠다 싶으면 좀 일찍 출발하시고요. 길이 아주 많이 막히겠다 싶으면 전날 출발해주세요.

7. 토론 후기는 모두가 번갈아가며 쓸 예정입니다. 수업 공지는 그냥 읽고 가셔도 되는데, 함께 공부하는 샘들이 올리는 후기에는 가능한 짧게라도 댓글을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공부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질문과 생각을 나누는 공부니까요. 독백 아닌 대화로서의 후기가 더 괜찮지 않나요? 

8. 소개 못 드린 옆 공간 규문각 소개글입니다. 세미나 전후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합니다. (클릭) 

9. 작년에 조별로 니체 개념 정리한 자료가 있습니다. 힘 개념과 관점주의를 정리한 2조 자료 첨부파일로 올려두니, 참고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전체 4

  • 2021-02-28 20:19
    “인간의 향상은 편협한 해석들의 극복을 수반한다.” 멋찐 말이네요. (세번째 문단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니체적 의미의 '향상'이란 모순을 긍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되는 것인가봅니다.
    <백년의 고독>을 읽은 지 너무 오래되긴 했지만, 소설의 줄거리가 굉장히 섬뜩하고 잔혹하고 비극적인데도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힘은 긍정적이고 가벼워서 그 충돌하는 듯한 느낌이 신선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스 비극에 관한 니체의 사유와 접목해서 <백년의 고독> 해석해주실 분 계신가요?

    암튼 샘 덕분에 니체 세미나 간접체험 했습니다, 세세한 후기 감사드려요!

    • 2021-03-02 14:59
      진짜 가벼울 상황이 아닌데 이상한 가벼움이 느껴져서 신기해요. 가상과 현실 이야기를 하면서 비극의 탄생을 살짝 언급하고 지나가긴 했는데, 그리스 비극과 함께 해석은 못 했어요. 우리에게는 소포클레스와 아이스퀼로의 비극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비극과의 접목은 4학기에? 그러니 급하시다면 해석은 직.접.하.시.오...

  • 2021-02-28 23:55
    유리문 너머로 들려오는 나영샘 조의 엄청난 웃음 소리가 기억나네요! <백년의 고독>을 놓고 저희조에서는 마꼰도라는 마을과 사람들의 적극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었는데요. 기억과 시간의 문제를 재밌게 이야기하셨다고 하니, 이번에는 그 부분들도 주목해서 읽어봐야겠네요. 이렇게도 빠르고 꼼꼼하고 또 강력한 공지는 정말 처음 봅니다. 늦을 것 같으면 전날 출발하라는 6번과 댓글을 장려하시는 7번 공지에 깊이 감복하고 말았습니다(정말 든든합니다). 이제 후기 콤플렉스는 완전히 극복하신게 틀림 없군요!

  • 2021-03-03 10:05
    이번학기 과제가 힘에의 의지의 개념을 알아가는 것인데, 서로 얘기를 나눌때는 아! 그렇구나 하다가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금방 잊게 되는거 같아요. 나영샘 꼼꼼한 후기로 다시 개념을 정리하고 갑니다. 그리고 귀한 자료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