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NY

절탁 NY 1학기 5주차(3.20) 공지

작성자
나영
작성일
2021-03-14 23:55
조회
126
저는 세미나 시작하고 한 1년 동안은 말 못 하고 글 못 쓰고 그러는 게 세미나계의 국룰인 줄 알았어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때 샘들이 원래 처음 하면 다 이렇다고, 처음부터 능숙한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래서 진짜인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위로차 하는 말일 뿐이었어요. 니체를 처음 읽는 샘들도 계시는데 어쩜 이렇게 매시간 풍성한 토론이 되는지 저는 그게 참 놀랍습니다. 니체가 말하는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 감수성과 힘의 감정을 텍스트로 읽는 동시에 세미나를 통해 체화하는 중이랍니다. 

1교시 니체 <유고> 19권을 읽으며 풀리지 않은 문제를 먼저 정리해 보겠습니다. 예술과 생리학, 이기주의, 바그너 음악, 영원회귀, 강한 인간 등을 주제로 토론했는데요.

1) 세계-해석 : ‘기예적/학문적/종교적/도덕적 세계-고찰’이 어떻게 뒤에 나오는 ‘공통적인 것’으로 정리되는지 이 구조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것들 해석 간의 불화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모두의 만족을 원한다면 무척 평범한 사람을 생각해내야 한다.” 이 문장에서 ‘평범한 사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비꼬아서 말하는 것 같아서요. 니체가 힘들의 관계를 말할 때 투쟁이 이어지며 새롭게 창조되는 가치를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는 끊임없는 긴장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아름다움을 언급하며 ‘긴장이 없다’는 것을 어떤 의미로 썼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320쪽)

2) 서열이나 위계질서의 문제 : 니체는 평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평등을 추구하는 것을 비판했는데, 인간보다 더 높은 종을 탄생시키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궁금했습니다. (343쪽)

3) 뉘앙스(원래의 현대성) : 뉘앙스와 원래의 현대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뉘앙스는 일반적인 것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인 것 같은데 전형적이지 않은 것들로 보면 될까, 그렇다면 원래의 현대성은 최고 시절의 그리스적 취향-디오니소스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반적인 것과 전형적인 것이 같은 의미인지, 전형적인 것에 또 다른 의미가 있나 등을 질문으로 남겼습니다. (355쪽)

4) 영원회귀 : “모든 것이 회귀한다는 것은 생성의 세계가 존재의 세계의 가장 가까이 접근한다는 것이다 : 고찰의 정점.” 여기에서 영원회귀의 사유가 생성이 아닌 존재의 세계에 가까워진다는 뜻인가, 생성에 존재의 성격을 새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380쪽) 

저는 니체가 말하는 ‘강한 인간’의 태도가 재미있었어요. 니체는 강한 인간은 “맛없는 것을 먹지 않듯이 싫은 것을 하지 않는다”(372쪽)고 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은 싫어도 참고 뭔가를 하는 행위일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니체의 윤리는 생리적인 차원인 거예요. 사유와 인식을 생리적인 문제로 다루는 이 지점에서 니체는 정말 철학과 삶을 따로 생각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니체가 말하는 윤리의 문제는 음식까지도 포함한 엄격한 훈련이 가능하죠. 싫어하는 것조차 윤리적인 문제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질적인 것에 많이 열려있는 만큼 싫다고 느끼는 게 줄어들게 되니까요.

2교시에는 <백년의 고독>을 읽으면서 근친상간을 금기의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 그러니깐 내부/외부, 개방성/폐쇄성 이것은 너무 간단한 도식이 아니냐, 이건 니체적이지 않은 관점이 아닐까 싶어 다르게 해석해 보려고 시도했습니다. 니체는 모든 존재는 차이를 내포했다고 보았으니까요. 모든 존재에는 이질적인 것이 내포되어 있다면 가족과 가족이 아닌 존재를 구분할 수 있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한 명의 캐릭터로 보기보다는 힘 덩어리라고 생각해 보면, 근친상간을 가족 안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지 않나, 마꼰도 사람들 스스로 금기를 작동시키며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근친상간의 결과로 태어난 돼지꼬리라는 이질성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을 금기로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꼰도는 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실패했을까 하는 문제를 고민했습니다. 방식과 시간의 문제를 생각했어요. 방식의 문제로는 이질적인 것을 얼마나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통해 그 사회의 건강함을 측정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점에서 마꼰도는 받아들였다기보다는 밀어닥친 것을 소화해낼 수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시간의 문제로는 마꼰도에 들어온 기차가 떠올랐습니다. 기차가 가지고 있는 근대 문물의 상징성과 엄청나게 빠른 속도감이 있으니까요. 마꼰도는 인간의 생리적 주기를 따르는 곳이었는데 여기에 생리적 속도를 너무나 앞서가는 기차가 등장하면서 그 속도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점과 마꼰도의 몰락을 함께 생각했습니다.

3교시 ‘내가 만난 니체’ 시간에는 우리가 왜 니체를 공부하게 되었는지, 왜 더 니체가 알고 싶은지를 바탕으로 각자의 공부를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은 다짐과 의욕만을 보이는 상태라 의욕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공부를 잘 정리해야겠습니다. 저는 니체의 책이 왜 그 그림에서 글씨만 입체적으로 보이는 매직아이? 그거처럼 보이는 거예요. 책은 분명 평면인데 볼 때마다 매번 다른 문장이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것 같아 신기해요. 요즘에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한 문장이 둥둥 떠다녀서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주사위 놀이에서 행운의 숫자를 잡았을 때 “나 사기 도박사가 아닐까?” 하고 묻는 장면인데요. 여기에서 제가 그동안 겸손함이라 여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삶에 대한 겸허함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인간이란 모름지기 겸손해야 한다는 당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쭈구리처럼 겸손한 태도가 촌스럽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당당함을 넘어선 오만한 태도가 나오게 되고요. 그런데 니체가 말하는 겸손함은 쭈구리나 오만함이 아닌, 물론 그 중간 어디쯤도 아닌, 전혀 다른 차원의 겸손함인 거예요. 생 자체를 필연성으로 이해함으로써 받아들이는 삶과 그런 삶에 대한 겸허함이라고 보면 더 맞을 것 같아요. 저는 이게 진짜 엄청 감동적이었어요. 그래서 필연성, 긍정, 영원회귀와 함께 이걸 더 공부해야겠다는 다짐,.. 다짐과 의욕만 계속 넘쳐나고 책은 안 보고 있는 이 힘의지는 대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한 주를 보내야겠습니다. 그럼 모두 고민 많은 한 주 보내시고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과제 및 공지]

1. <유고> 20권 116쪽까지 읽고 힘과 관련된 구절 10개 뽑기(이유와 나름의 해석을 짧게 붙여주세요)

2. <백년의 고독> 2권 끝까지 읽고 니체의 힘 개념과 함께 생각해볼 구절 3개 뽑기

3. 자기주도학습 공유할 내용 틈틈이 정리하기

4. 다음 주 간식 : 현주샘, 정아샘

5. 과제는 금요일 밤까지 숙제방에 올리기

6. ♥
전체 4

  • 2021-03-16 09:21
    세미나계의 국룰 같은 건 필요없다는 걸 잘 보여주는 왕성한 적극성! 니체의 암호들을 추리해보고 이 의견 저 의견 부딪혀보며 머리를 모으는 일이 정말 즐겁다는 생각이 드네요! 니체가 말하는 강한 인간을 그려보는 것도 늘 저희 상식 바깥을 말하는 것 같구요. <백년의 고독>또한 시간, 고독, 이질성 등 늘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 2021-03-16 21:02
    토론시간을 통해 내가 얼마나 기존의 습대로 사유를 하는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금친상간, 고독, 내부성/외부성 등. 백년의 고독에 나오는 인물들의 고독과 니체가 말하는 고독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합니다. 여전히 아마란타, 아우렐리아노 대위 등 인물들의 고독은 부정적이고, 니체가 말하는 고독은 긍정적이라는(사실은 뭔지 잘 모르는..ㅋㅋ) 이분법적 사고로 보게되는 거 같은데, 이번에는 다르게 보고 싶네요. ㅋㅋ 그리고 백년의 고독 후반부에는 시간과 관련된 다양한 얘기가 나오니깐, 영원회귀랑 관련해서 생각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 2021-03-17 22:33
      주영샘의 자기주도학습으로 어느정도 가닥이 나올 것 같아요!고독이나 영원회귀나ㅎㅎㅎ

  • 2021-03-17 22:50
    생리적 차원의 윤리라는 말이 와닿네요! 내가 느끼는 것들에 변화를 일으키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하는 걸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백년의 고독도 그렇고 니체도 그렇고 해석이 참 다양하게 나오는 것 같아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