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너스

비기너스 시즌2 두번째 시간 후기

작성자
민호
작성일
2019-08-25 11:55
조회
122
 

세미나 시간에 ‘통치성이라는 개념은 계보학적 분석으로 접근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푸코가 말하는 계보학적 방법은 무엇일까요? 푸코는 이를 “개별 제도의 배후로 들어가 권력의 테크놀로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 그러니까 제도의 이면에 존재하는 좀 더 총체적인 무언가를 발견”(170)하려는 시도라고 말합니다. 주의할 점은 여기서의 ‘좀 더 총체적인 무언가’가 나타난 현상의 유일한 본질 혹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바로 이 이유’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배타적 원인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계통에 따른 발생론적 분석과는 다르지요. “계보학적 분석은 동맹, 교류, 거점으로 이뤄진 관계망을 복원시켜줍니다.”(170) 다시 말하면, 계보학은 어떤 특이성의 출현 조건을 복원시키는 과정입니다. 전에 이어지던 흐름에서 일종의 단절을 보여주는 특이성을 감지해 그 특이성이 관계 맺고 있는 담론적, 비담론적 영역들을 탐사하는 일. 일찍이 푸코는 광기, 형벌과 감옥, 성에 대해서도 계보학적 접근법을 시도했습니다. 그로부터 법전체계, 규율권력, 안전장치 등의 권력 메커니즘을 발견(혹은 추출 혹은 정초)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면, 푸코가 통치성이라는 개념을 보기 위해 계보학적 분석을 사용했다기보다는 푸코의 연구법 혹은 푸코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계보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와 함께 통치성이라는 독특한 권력 메커니즘이 복원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통치성이라는 개념 혹은 권력행사의 한 방식을 복원하기까지 푸코는 몇 가지 ‘동맹, 교류, 거점’을 거칩니다. <안전, 영토, 인구>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1977년의 강의는 원래 생명관리권력을 주제로 시작된 강의였습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푸코는 먼저 이전의 법전체계나 규율권력과는 다른 ‘안전장치의 메커니즘’을 설명합니다. 잠시 이 셋의 차이를 보기 위해 건화형의 발제문으로 가 볼까요? 먼저 법전체계는 허가 혹은 금지만이 주어져서 금지된 행동 유형과 그에 대한 처벌 유형의 결합 속에서 작동합니다. 규율 메커니즘은 단순히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만이 아니라 일련의 감시, 통제, 주시의 기술들을 통해 개인들의 신체를 훈육합니다. 그렇다면 안전장치는 어떨까요? 안전장치는 범죄, 식량난, 질병 등 어떠한 위기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해 명령하고 조취를 취하거나 규율을 부과함으로써 작동하지 않습니다. 안정장치는 그러한 위기를 ‘일어날 수 있는 현상’으로 간주하고 위험도와 비용 계산을 통해 해당 현상에 개입합니다. “최적이라고 여겨지는 평균치”와 “넘어서는 안 되는 용인의 한계”를 규정하고, “인구에 미치는 통계학적 효과”(30)를 고려하는 메커니즘. ‘평균’, ‘확률’, ‘통계’에 입각한 통치의 메커니즘이 안전장치입니다.

세미나 시간에 저희는 안전장치의 ‘정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떠한 사회 현상의 정상성을 설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규율사회에서의 정상화는 “규범에 따라 행해진 훈육(훈육의 결과)와 비교하고 나서야 정상과 비정상이 구별”(101)되었습니다. 아마도 정규 교육, 납세, 노동 등의 규범과 제도 등을 통과해 특정한 의도나 목적에 입각해 적합한 노동자 혹은 개인이 정상성을 획득했고, 규율사회는 그를 위한 최적의 배열을 확립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규율사회에서 정상화 과정은 ‘규범화’ 과정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안전장치에서는 “상이한 정상성의 분포가 상호작용하도록 만들고, 가장 부적합한 정상성을 가장 적합한 정상성에 근접시키는 식으로 정상화가 가동됩니다.”(101) 위에서 말했던 통계와 확률에 의해 그려진 분포곡선은 주거지, 연령대, 직업군별로 상이한 평균치를 보여줍니다. 규율사회에서는 규범이 먼저 있고 규범에 맞게 훈육된 결과로부터 정상화가 진행되었다면 안전장치는 그와 반대로 정상적인 것이 먼저 있고, 그로부터 규범이 연역됩니다. 그렇다면 먼저 있는 정상적인 것, 즉 ‘가장 적합한 정상성’은 어떻게 설정될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시장의 원리, 즉 경제의 원리에 따라 설정됩니다.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이라는 다음 강의에서 푸코는 마약의 예를 들어 이를 설명합니다. 안전장치는 마약을 근절하려는 목적이 없습니다. 사회를 통계로 보았을 때 근절이란 상태는 존재하지 않지요. 100% 근절 할 수 있다 한들 그 때 계산되는 비용이 97%까지 근절하는 경우에 비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게 계산됩니다. 그러므로 마약에 대해서 안전장치는 이렇게 작동합니다. 아직 중독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초범에게는 터무니없이 비싼 마약에만 접근할 수 있도록 경로를 열어 중독률을 줄입니다. 그러나 이미 중독된 사람의 경우는 그러한 마약을 구하기 위해서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마약에 접근할 경로를 열어 또 다른 위험 비용의 발생을 막는 것입니다.

안전장치와 규율메커니즘의 작동방식의 중요한 차이는 권력행사의 대상 혹은 상관물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안전장치에서 권력행사의 상관물은 ‘인구’입니다. “인구의 통치는 각 개인의 몸짓 중에 가장 세세한 것에까지 미치던 주권의 행사와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105) 인구라는 관점에서는 개인이 등장하고 개인화의 과정이 이뤄지더라도 그 현상은 더 이상 개인적인 것이 아닙니다. “좌우간 여기서는 집단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 사회체 전체와 그 요소를 이루는 부분들의 관계가 여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식으로 작동합니다.”(105) 저희는 푸코가 언급하는 ‘인구의 자연성’에 대해 길게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먼저 인구는 주어진 소여가 아니라, 다시 말해 국력으로 환원 가능한 단순히 인원의 수가 아니라 풍토, 기후, 비옥도, 무역의 정도 등의 변수에 의존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또한 신민처럼 일방적인 피지배자가 아닌 욕망의 주체로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마지막으로 인구는 출생률, 사망률, 성비 등에서 고유한 규칙성과 항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변수들에 의해 일부 수정 가능합니다. 즉 인구에 대해서는 단순히 충성과 복종을 요구하며 법을 부과하는 방식의 권력행사방식은 부적절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인구의 자연은 주권자가 그 안에서, 그것의 도움으로, 그것에 대한 숙고된 통치의 절차를 펼쳐야 하는 그런 자연입니다.”(121) 즉 통계학, 정치경제학 그리고 생물학에서 분석되기 시작한 인류라는 생물종 등 새롭게 출현한 앎들과 더불어 조절되고 관리 가능한 권력행사의 상관물이 바로 인구입니다.

인구에 대해서 한참 열띠게 설명하던 중 푸코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통치성’입니다. 인구에 행사되는 권력 유형은 더 이상 주권이나 규범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적합합니다. 때문에 4강에서 통치와 주권의 차이가 길게 이어지지요. 우선 16세기 중반부터 발견된 <군주론>에 반하는 문헌들에서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통치라는 말은 군주-공국의 관계에 한정되던 주권과는 달리 자기 자신, 집안의 가장, 교육자, 수도원장 등의 다수의 영역에서 사용됩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가정의 꼼꼼한 살림과 보살핌을 의미했던 경제라는 차원이 국가 수준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국가를 통치한다는 것은 국가의 수준에서 경제를 사용하는 것, 국가 전반에 경제를 적용하는 것이 됩니다. 다시 말해 주민, 부, 만인의 품행에 일정 형식의 감시와 통제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가족과 재산에 대해 한 집의 가장이 행하는 감시와 통제만큼이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145) 또 한 중요한 점은 통치의 표적으로 삼는 대상이 사물이라는 것입니다. 푸코는 16세기 한 텍스트의 “통치란 사람들을 적절한 목적으로 이끌기 위해 사물을 올바르게 배치하는 일”이라는 구절을 중요하게 가져옵니다. 통치가 담당하는 사물은 인간이지만 그것은 부, 자원 식량, 기후, 가뭄, 전염병 등 각종 조건과 요소, 불행과의 연결 속에 있는 인간입니다. 이는 단지 영토와 영토의 거주하는 사람들을 향해 행해지던 주권과는 다릅니다. 통치는 이러한 인간-사물을 특수한 지향성(부의 창출, 생계수단의 조달, 인구의 증가)에 도달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때문에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하며, 오직 그러한 변수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사물들의 배치를 통해서 사람들은 인도하는 것이 통치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강에서 푸코는 ‘왜 통치성을 연구하는가?’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푸코는 규율권력에 대한 계보학적 작업을 통해 제도, 기능, 대상에 대해서 ‘외부로 나가기’를 시도했습니다. 푸코는 지난 몇 년 동안 병원이나 감옥, 광기에 대해서 그러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푸코는 그러한 시도로부터 복원된 ‘권력’이라는 말은 계속해서 ‘국가’와 같은 보다 전체적인 심급을 환기시키는지 않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번에는 국가에 대해서 ‘외부로 나가기’를 시도합니다. 앞서 정리한 통치개념을 통해 기존의 권력 개념으로 잘 설명되지 않았던 메커니즘을 분석하며 푸코는 국가의 통치화라는 현상에 대한 연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푸코는 ‘사목권력’에 대한 설명을 시작합니다.

이집트, 아시리아, 메소포타미아, 히브리를 비롯한 지중해 동방의 국가들과 민족들에게서는 “왕, 신, 수장이 인간과 관련해 목자이고, 인간은 목자와 관련해 무리”(181)로 여기는 ‘사목적 유형’의 권력행사 형태가 발견됩니다. 기본적으로 목자와 무리라는 종교적인 관계설정 속에서 작동하는 사목권력은 고정된 영토가 아니라 어떤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무리에 대해서 행사됩니다. 또한 언제나 무리를 배려하고 하나하나 돕는 ‘선행’을 행하는 특징을 갖습니다. 세미나 때 이러한 푸코가 묘사하는 사목권력의 형태와 지금의 우리의 선한 정치가 조금 섬뜩할 정도로 유사성을 갖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소수자를 배려하고 독려하고 보살피는 것이 정의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한명도 남김없이 보장하라’는 요구 속에서 모두를 헤아리며 케어하는 복지국가 모델이 우리의 이상향이 되었습니다. 권력은 무시무시함이 아니라 안전을 보장하는 보호자로서 작동하지요. 그러나 푸코가 보여주는 것은 이러한 권력은 당시 그리스 로마 문화에서는 매우 이질적이고 이해할 수 없으며 한편으로는 천박한 권력 형태였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 힘을 과시하는 사회에서는 언제나 선만을 행하는 권력자나 신은 굉장히 나약해보입니다. 니체는 착한 일만 하는 신 혹은 권력자의 이미지가 그 민족의 약함을 표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복지중심사회 속에서 저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그러한 통치 아래서 우리가 무능력해지는 지점입니다.

 

횡설수설하다보니 후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다음 주가 기대되네요! 그럼 이만 마치겠습니다.
전체 2

  • 2019-08-26 13:28
    안전장치에서 정상화란 가장 적합한 정상성을 설정하는 것인데요, 무엇을 기준으로 설정하는지를 저는 놓치고 있었네요. 시장의 원리, 즉 경제의 원리로 설정됨을 민호가 상기시켜줬네요. 인구의 자연성도 다시 정리해주시고~ 민호!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19-08-28 10:45
    지나치게(?) 꼼꼼한 후기 잘 읽었슴돠. 6, 7, 8 강을 읽고 나니 앞에서 푸코가 논한 생명관리권력이 무엇인지, 푸코가 왜 이것을 연구하려 한 건지 좀 더 와닿았습니다. 인간을 길들이는 기술, 전체화하는 동시에 개인화하는 권력이 그리스도교 사목으로부터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