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11.1 주역과 글쓰기 후기

작성자
임영주
작성일
2020-11-03 13:56
조회
253
“왜 이렇게 열심인 건데? 근데 왜 이렇게 안 느는 건데?”

맘대로 들어올 순 있어도 맘대로 나갈 수 없는,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군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소수정예 주역강좌는 4학기 시작과 동시에 팀원들이 매주 경쟁하듯 에피소드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매주 과제에서 멋진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란 점 분명히 해두고 가겠습니다. 우선 지난 주에는 4학기부터는 ‘완전히 달라진 나’를 보여주려다 깜지 역풍을 맞으신 J.OK샘을 시작으로 ‘공부의 리듬을 놓쳤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과제 안 하고 수업 왔다가 후기 덤탱이를 맞은 J.LIM샘이 그 다음을 이었습니다. Team 주역의 aka가 終日乾乾임에도 열심과 해이함 사이를 여전히 방황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행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공부가 몸에 붙지 않는 저희가 답답하셨는지 채부장님은 몸져 누우셨네요.ㅠㅠ

하지만 저희들이 누굽니까? 우리 주역 어벤져스들은 스승님의 빈자리가 무색할 정도로 (왠진 모르겠지만) 열띤 토론과 엄청난 양의 간식을 먹어치우면서 늦은 시간까지 규문각의 불을 밝혔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는 세 개의 괘사 시험과 네 개의 괘 토론, 시몽동님, 다음 괘 낭송, 깜지 나머지까지 일찍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빡빡한 일정이 이어졌습니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는 蹇, 解, 損, 益 이렇게 네 개의 괘에 대해서 글을 쓴 것을 나누고 토론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등대, 채운샘의 마무리 등판이 없으니 괘들은 여전히 많은 질문을 남겼는데요. 특히나 저는 글도 쓰지 않았으니 괘의 이해도는 더욱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각 괘의 단전과 상전만을 중심으로 괘들이 어떤 상황과 때에 있는지를 빌헬름의 주역 영문판과 함께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건(蹇)괘는 어려움과 고난의 시대입니다. 난(難), 험조(險阻)의 때이죠. 상괘에 水(坎, 험함), 하괘에 山(艮,그침)이 있습니다. 위험한 심연이 앞에 딱 놓여 있고, 뒤에는 가파르고 다다를 수 없는 높은 산이 솟아 있습니다. 이렇게 장애물로 앞뒤로 둘러싸인 형국은 동시에 이런 때를 어떻게 넘어갈지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산의 그침처럼 ‘무조건 Go!’를 외치면서 위험한 강을 무턱대고 건너가려 하지 말고, 일단 돌아와서 멈추어 있으라고 합니다. 그래서 괘사에도 ‘동남은 이롭고, 동북은 이롭지 않다(利西南 不利東北)’고 합니다. 동북방은 험한 곳을, 서남방은 평이한 곳을 의미합니다. 蹇의 어려운 때에는 험한 곳은 가지 말고 쉽고 평이한 곳을 가라고 하네요. 하지만 여기서의 ‘평이한 곳’이란 흔히 생각하듯 언제나 나에게 좋다고 느끼는 것에 집착하는 태도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작전상 일시적인 후퇴인 것이죠. 이럴 때는 무작정 가지 말고 우선은 물러서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래서 건의 효사들에서는 가지 말고 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가면 어렵지만(往蹇) 오면 명예가 있고(來譽), 제자리로 돌아오고(來反), 연합하고(來連), 벗이 오고(朋來), 여유롭다(來碩)고 합니다. 앞 뒤에 장애물을 마주한 이런 때는 준비 없이 이런 상황을 ‘잘’ 넘어갈 수 없죠. 상전에서 ‘자기 몸에 돌이켜 덕을 닦는다(反身修德)’는 말과 같이 우선 쉼호흡 크게 하고, 돌아와서 체력단련과 같이 앞으로 맞이할 험함을 위한 내공을 쌓아야 합니다. 그래야 장차 나아가서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강철체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혼자서는 어려움을 건널 수 없습니다.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다(利見大人)’에서와 같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뜻을 같이 하는 벗들이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해(解)괘는 상괘의 우레(雷)와 하괘의 물(水) 즉, 비로 이루어져 있는 형상이죠. 건의 험난함 다음에 와서 해괘는 장애나 위험에서 풀려나고 해소되는 때를 보여줍니다. 구름으로 꽉 막힌 답답한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이어 비가 내리면 하늘이 쾌청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는 계속되지 않습니다. 아래 험난한 물을 깔고, 위의 우레가 움직이는 것처럼 해괘는 ‘험난한 곳에서 움직이는(險以洞)’ 상입니다. 즉, 여전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있었던 긴장이나 대치상황이 일시적이나마 해소되기 시작한 때입니다. 이것을 괘사에서 ‘서남쪽이 이로우니 나아갈 필요가 없다(利西南, 无所往)’고 합니다. 또한 우레와 비가 일어나서 초목의 싹이 열려 터지는 것도 해의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빌헬름은 이런 시기에는 만약 긴장이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면 얼른 문제를 해결하고, 최대한 빨리 일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문제가 절로 해결될 이런 때는 필요 이상으로 오버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괘사에서 ‘와서 회복하는 것이 길하’다고 하는 것은 그 잘되는 것에 취해서 그 자리에 머물지 말고 중도로 돌아와 바름을 지키라고 합니다.

蹇괘와 解괘와 같이 손(損)괘는 익(益)괘와 짝꿍 괘입니다. 주역에서의 손익(損益)계산은 내것이 줄어들면 손해, 늘어나면 이익으로 생각하는 방식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덜어내는데 오히려 더해지고, 보태고 더해주었는데 그것이 쌓이지 않고 널리 퍼져간다는 것과 같이 말이죠. 이것은 손익을 나에게 손해가 되거나 이익이 된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것이 나를 맺는 관계에서의 손익에 영향을 주게 되는 식이었습니다. 즉 덜어내거나 더해주는 역량이 높은 것을 손과 익이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손괘는 상괘인 산은 높고, 하괘인 澤은 깊은데, 아래가 깊으면 위는 더욱 높아지니 아래를 덜어 위에 더하는 뜻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아래에 있는 백성이 위에 있는 임금이나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덜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화려하지만 공허한 외면은 내면의 강한 믿음(有孚)으로만이 빛날 수 있지 있는 체 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빌헬름의 상전의 해석이 재미있었는데요. 산의 아래에 놓인 연못의 수분으로 인해서 산은 촉촉하게 되고 만물을 풍성해진다고 하였습니다. 연못이 아래에서 받쳐주지 않았다면 산의 험함과 고집스러움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손괘의 상전은 ‘분노를 억제하고 욕심을 자제한다(懲忿窒欲)’입니다. 그래야만 산에 생명이 자랄 수 있다는 거지요.

익(益)괘는 위에 巽괘 아래에 震괘가 있어 우레와 바람은 모두 움직임이 강한 것이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더해주는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익괘는 상효의 양효를 덜어 아래효에 더해주는 것으로 덜어서 아래를 더해서 후하게 하는 것이 결국은 위도 편안해지게 된다고 합니다. 토론에서도 나왔듯이 손과 익은 서로가 서로에게 맞물려 있는 것이지, 우리가 지금 생각하듯 손익이 딱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더하고 키우는 시기는 큰 일을 할 수 있는 때입니다. 그러므로 그대로 있으면 안 되고 최대한 이런 기운이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활용하라고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시몽동의 『개체화 이론의 이해』를 함께 읽어나갔는데요, 요거 후기는 반장 샘께서 주역 시간에 나왔던 질문과 함께 정리해서 올려 주실거라 믿고 저는 요기까지 하겠습니다. (살려주세요!) 다음 주에 만나요!
전체 5

  • 2020-11-03 16:02
    이것은 후기 인가 공통과제인가 ㅋㅋ 퇴근할 자유는 있지만, 일이 너무 많아 퇴근 할 수 없는 것은 첫 번째 회사 (월-금)나 두 번째 회사(토-일)나 똑같네요. 언제 퇴근해 하며 울며 불며 하기 싫어도 누구 한 사람 포기하지 않기에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는지 뒤로 나아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끊임없이 뭔가를 하는 것은 맞겠지요. (살려는 드릴 게요 다음 주에 만나요 !)

  • 2020-11-03 16:10
    주역팀 어벤져스의 기상이 느껴지는 후기입니다. 감동 또 감동... 쓰러지신 채부장님께서 당장 자리 털고 일어나셔서 달려오실 것 같은^^ㅋㅋㅋㅋ
    이번 시간은 영주림의 특별후기와 학습반장님의 공지에 업혀갑니다~

  • 2020-11-03 16:27
    이것은 후기인가 푸념인가 ㅋㅋ 후기가 이렇게 내면 없기 쉽지 않은데... 또르르......
    깜지 카톡에 인증할께요

  • 2020-11-03 19:15
    그러니까 임티는 과제를 안 했다는 거지? 흠흠...
    그리고 이 팀은 언제부터 어벤져스가 된 거야? 봉숭아 학당이랑 어벤져스는 극과 극인데? 정하여라 길하리라!

  • 2020-11-04 11:16
    終日乾乾 팀주역은 어떻게 이렇게 강해지기만 하는지... 일요일마다 규문각의 그 뜨겁고 습하고 진한, 만두냄새 섞인 한증막 공기에 놀라게 됩니다. 팀주역의 기운을 받아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