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11. 8 주역과 글쓰기 수업후기와 공지

작성자
고원
작성일
2020-11-11 23:59
조회
208
주역팀은 이번주에 무려 6개의 괘를 배웠습니다. 늦게까지 강의하느라 샘이 어지러울 정도로 에너지를 쏟으셨고, 덕분에 저희들은 지난주에 모르겠다는 아우성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괘 해석하기 전에 우리가 이 어려운 주역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말씀해 주셨지요. 우리가 살면서 어떤 상황을 만나든 동시에 해결책이 있음을 알려주고, 앞뒤의 변화 국면을 보여 주는 것이 주역이라 했습니다. 이런 변화의 국면을 읽는 것이 때를 읽는 것이고 인간이 때를 읽으면서 변화에 맞춰 살면 그것이 지혜롭게 사는 삶이겠지요. 사람이 살면서 기쁨이 무엇이냐고 지혜를 터득하면서 살아 갈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절대적 자유, 절대적 기쁨을 누리는 것에 주역도 한자리를 차지한다고 하니 힘을 내봅시다요.

<수산건>
주역이 보여주는 변화 국면은 굉장히 구체적이라고 했습니다. 어려움도 어떤 상황에서 오는 어려움인지에 따라 다르고 해결책도 각기 다릅니다. 어려움이 나타나면 구체성을 가지고 나타나는 데 그걸 보지 못하고 어렵다고 퉁치고는 조급해 하는 게 문제라 했지요. 주역의 4대 難괘가 수뢰둔, 중수감, 수산건, 택수곤이라 합니다. ‘蹇’은 ‘절름발이, 절뚝거리다’라는 뜻입니다. 일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그만 절름발이 상황이 되고 만겁니다. 이럴 때는 일단 멈추어야 한다고 합니다. 단전에서는 ‘건은 어려움이니, 험함이 앞에 있으니 험함을 보고 멈추니 지혜롭다.’하였습니다. 인간이 모든 어려움을 자신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양 도전하고 헤쳐나가라는 사고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체 성실함이나 부지런함은 누구의 성실함이냐는 것이죠. 어려울 때는 멈추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효에서도 ‘가면 어렵고 와야 한다(往蹇 來~)’는 말이 여러 번 나옵니다. 온다는 것이 숙고하고 기다리는 것이라 했지요. 상전에서 군자는 어려움 속으로 돌진하는 게 아니라 ‘자기 몸을 돌이켜 덕을 닦습니다(反身修德).’ 어려울 때일수록 진실한 믿음을 보이는 것 밖에 없으며, 도움을 받을 능력을 닦는 거라 하였습니다. 어려울 때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것이 큰 능력이라는 말이 남습니다.

<뇌수해>
이어서 어려움이 끝나고 문제가 풀린다는 뇌수해괘가 옵니다. 그런데 문제해결이라는 것이 흩어지는 것입니다.(解者 散也) 문제해결이 해산, 해체, 정리해고 등 파산의 형태로 드러나기도 하고, 은퇴처럼 일에서 놓여나는 해방감을 가져오는 것도 解입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괘사에서 ‘와서 돌아옴이 길하니, 갈 바가 있거든 빨리하라’고 했듯이 해산 후 정리할 것은 빨리 털어버리고 남은 사람들과 잘 추슬러야 합니다. 갈 사람은 가고 전부 해산한 마당에 남은 사람과 다독이며 가야지, 책임을 따져 묻거나 각박하게 하면 안됩니다. 정이천도 어려움과 괴로움이 떠났으니 까다롭고 엄하고 급함으로 다스리지 말고 관대하고 쉽고 편안함으로 구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합니다.

<산택손, 풍뢰익>
산택손과 풍뢰익괘는 아래 백성들이 위를 도와주기도 하고, 위에서 아래로 이익을 나누는 국가경영의 원리이기도 하고, 내 것을 덜어 남을 도와주고, 이익을 전체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주역이 말하는 손익은 우리시대 무한대의 이익추구나, 손익계산이니 하여 플러스 마이너스로 계산하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 손은 덜어주는 것으로 이익을 얻기 위해 더는 것이 아닌 나를 덜어서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덤을 행하라는 것입니다. 괘사에서는 두 그릇만 가지고도 제사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제사는 정성이 있을 뿐이라는 합니다. 덜어냄은 많고 적음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덜어내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가진 것을 덜어주고도 남은 것을 가지고도 잘 살 수도 있고, 내 마음이 풍요로우면 덜어냄으로 채워지는 것이 됩니다.

익괘의 이익은 공익의 관점에서 말해집니다. 내가 얻은 이익이나 권력도 결코 나만의 힘으로 얻은 사적인 이익이 아닙니다. 익괘는 전체의 이익일 수밖에 없는 이익을 사람들에게 이롭게 쓰라는 것이지요. 익괘가 끝나가는 상구효는 자기 이익만을 궁극적으로 쫓는 자인데 당연히 흉하다고 나옵니다. 공자는 논어 이인편에서 ‘이익을 추구하면 원망이 많아진다(放於利而行 多怨)’고 했습니다. 주역의 손익의 관점만큼 우리시대와 확연히 다른 개념이 또 어디 있을까 싶었습니다.

<택천쾌>
택천쾌의 상을 보면 맨 마지막의 음효는 아래에서부터 양효에 점점 밀려 겨우 하나 남았음을 볼 수 있습니다. 강한 양들이 다섯 개나 있고 하나 남은 음이 무슨 문제이길래 결단까지 하나 싶지만 마지막 하나 남은 음을 결단하지 못하면 다시 아래로 내려와 세력이 확장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택천쾌 괘사는 ‘揚于王庭 孚號有厲 - 왕의 조정에서 드러냄이니 지성으로 호령하여 위태롭게 여기는 마음이 있게 하여야 한다’로 결단의 조건은 상육의 문제를 널리 알리고 결단하는데 위태롭게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상육의 문제는 인간으로 치면 고질적인 결함이나 단점을 말합니다. 샘은 단점이 열 개가 있는 게 아니라 고치지 못하는 단하나의 단점 때문에 발목 잡히지 않냐고 했지요. 고질적인 결함은 혼자서는 고치지 못하기 때문에 강한 양이라고 하는 친구나 타인을 동원해서라도 고쳐야 하는 것이고, 이럴 때 결단한다는 것은 뚫어주는 것입니다. 결단은 억압이나 못하게 하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막혀 있는 것을 뚫어서 순환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상전의 군자는 녹을 베풀어서 아래에 베풀고 금기 사항을 법제화 합니다. 연못이 하늘 위에 있어 백성에게 이익이 미치지 못한 것을 뚫어서 아래로 흐르도록 하는 것이죠. 금기사항을 법제화하는 것도 제도를 만들어 사회적으로 뚫어주는 겁니다. 효에서는 결단할 때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첫째는 결단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진단을 하고 결단할 마음을 확실한 후 실행해야 합니다. 칼을 빼들었는데 이기지 못하면 더 문제가 심각해지겠죠. 두 번째는 결단할 때는 주도면밀하고 사려 깊게 해야지 성급하게 결단하게 되면 결단의 결과에 대해 두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세 번째는 결단하기로 했으면 어떤 방법을 써서든 결단해야 합니다. 결단의 문제는 상육의 음이 하나 남았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되며 끌려가지 않도록 경계하고 단호하게 결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천풍구>
천풍구는 미리 약속된 미팅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만남, 우연성이 들어가 있는 만남입니다. 만남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닌거죠. 점을 쳐서 구괘가 나오면 재수 없이 걸리는 거라고 합니다. 천풍구을 보면 쾌괘와 달리 초효에 음효 하나가 있어 이제 막 음이 시작되는 괘입니다. 음이 점점 자라날 것을 보는 것입니다. 음이 자란다는 것은 강건한 분위기가 음유하게 흐를 거라는 인간사로 따지면 소인이 득세하여 자기 밖에 모르고 이익 다툼으로 힘들어질거라는 의미입니다. 괘사는 ‘여자가 건장함이니 여자를 취하지 말라’고 합니다. 여자는 음의 기운을 상징하는 말이죠. 음을 취하지 말라는 것은 음의 기운과는 더불어 오래하지 못해서입니다. 주역이 음의 기운을 경계하는 것은 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천체의 기운은 강건하니 투명하게 드러내면서 운동한다면 음은 감추는 속성으로 잉여를 낳고 오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음은 양의 강건함에 순응하여 항상하려고 애써야 합니다.
초육효를 보면 음효를 약한 돼지에 비유하면서 쇠말뚝에 꽁꽁 묶어두라고 합니다. 소인들은 초장에 잡아야 한다고, 처음 미약할 때 길들이지 않으면 어디서 어떻게 튀어 오를지 모른답니다. 그러고보니 구괘는 아래 음효 하나 때문에 양효들이 들썩 들썩합니다. 구괘 효를 보면 만남의 괘인데 정작 만나는 괘는 하나도 없습니다. 초육을 만난 구이도 손님에게 내놓지도 못하는 이상한 만남이 되고 맙니다. 잘못된 만남인거죠. 초장의 음 하나가 어떻게 망해 먹을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했지요. 구괘에서 하도 웃다 보니 수업이 끝났습니다.

이번주는 택지췌(수정, 규창), 지풍승(고원, 영주) 택수곤(정옥, 혜원, 소정)을 배웁니다. 외울 분량이 택천쾌, 천풍구 2개로 가뿐하네요. 간식은 혜원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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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3 10:43
    이렇게 보니 괘 여섯개를 한번에 달린 그날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어지러움이 절로...ㅋㅋㅋㅋ 이번 괘들은 공동체들이 어떻게 와해될 수 있는지 종류별로 볼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