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글쓰기

9월 13일 주역과 글쓰기 후기

작성자
소정
작성일
2020-09-14 23:51
조회
189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님의 침묵>

아! 주역시험 백점의 기억은 첫 키스의 추억처럼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첫 키스로 으른이 되듯이 첫 백점으로 변변한 주역 학인이 되었습니다. ^^

이번 주 1교시 수업은 주역 상전의 마지막 괘인 중수감과 중화리괘의 공부였다.중수감괘는 험한 구덩이에 빠진 상황에서 신뢰를 구축한 친구의 도움으로 빠져나옴을 뜻하는 괘이다. 이 괘를 점사로 뽑으면, 신뢰하는 사람이 있는 이는 위험에서 빠져나온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신뢰하는 사람을 구축하지 못한 이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험한 구덩이, 즉 위험한 상황은 무엇일까? 의외로 가장 안정된 때일 수도 있고, 한번에 모든 문제를 무마시키려는 행동일 수도 있고, 번뇌가 발생하는 모든 순간일 수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삶에서는 항상 같은 문제 상황에 멈춰있지 않고 물과 같이 흘러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중화리괘는 불을 뜻하는 리괘 둘이 붙어있어서 서로서로 비추어주는 쉬지 않는 운동을 뜻한다. 그런데 중화리괘는 육이효와 육오효의 빔에 항상 다른 것이 와야 그것을 연료로 해서 밝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까 나의 존재를 계속 이어나감에 타자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괘이다. 때문에 점서로 이 괘를 만나면 만나던 사람과 헤어지던가, 일의 성공과 만나던가, 실패와 만나던가 하는 상황이 변화된다는 점괘를 얻을 수 있다. 서로의 관계로 빛나는 이러한 중화리괘가 빛을 잃을 때는 기존의 습관과 분별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어 타자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일 때 일어난다.

어떻게 나를 비우고 빛을 이어갈까하는 문제는 모든 문명과 모든 삶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2교시 수업은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 1장에 관한 탐색이었다.

먼저 형상과 개체화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시몽동은 형상이란 관계의 한 한계(경계)임을 말한다. 여기에서 형상은 위상학적 조건이 된다. 때문에 개체화는 형상화된 질료(내재적 형상)와 질료화된 형상(위상적 조건) 그리고 장인의 동작 모두 각각의 특이성을 함축하며 그것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개체화는 이러한 특이성의 만남 위에서 체계전체가 평형에 도달할 때(죽을 때)까지 매순간 에너지 교환을 통해 정보의 전달 즉 형태 갖추기를 실현하는 작용이다. 그렇다면 중화리괘의 빈 중간을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메꾸면서 변화되는 과정이 개체화의 과정과 같은 리듬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시몽동은 에너지 교환을 통해 형태 갖추기를 실현하는 개체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은 “내재적인 것과 외재적인 것 사이의 능동적 관계이자 교환이다.”라고 개체를 역동적 활동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존재는 경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개체는 환경과 연합함으로써 존재하기에 개체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리고 이 모호함은 퍼지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주역의 중수감괘라는 형태 없이 흐르는 상으로 퍼지 상태를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몽동은 모든 것은 퍼지인 경계에서 이루어지고 내부와 외부는 없고 마주침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역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관계만이 있을 뿐 확정된 것은 어떤것도 없다.
전체 4

  • 2020-09-16 16:52
    주역 100점 축하 ㅎ~~ 보기드문 빠른 주역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감괘에서 문제는 늘 물과 같이 흐르고 또 물처럼 흘러 들어온다는 게 남습니다. 시몽동의 에너지교환을 통한 형태 갖추기가 이번주 함괘와 연관되는 건 아닐까 때려맞추기 하고 있어요.

  • 2020-09-17 15:56
    날카로운 첫키스ㅋㅋㅋㅋ중수감과 중화리괘 모두 흘러감과 자기비움, 끊임없는 운동에 관한 괘였던 것 같습니다ㅋㅋㅋ흘러가는 물과 같이, 시험 만점을 향해 가 보지요~!!

  • 2020-09-17 18:05
    주역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른 내용일 수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요. 점서로 읽으면 한없이 무기력해질 것 같은 것들도, 명리적으로 해석하면 전혀 다르게 읽을 수 있더군요. 주역을 다채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뭔가 계속 말이 안 나온단 말이죠. 앞으로도 몇 번이고 읽을 만한 것 같습니다.

  • 2020-09-17 20:38
    주역셤 백점의 짜릿함과 속상함을 이렇게 갖다 붙이는 천연덕스러움이라니요. 와 진짜 태미님 커피 마시다 뿜을 뻔했습니다.
    "생성, 되어감"에 대해 3학기 내둥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건만 이번 강의들으며 여전히 저는 "존재가 있음"을 무척이나 견고하게 전제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개체를 개체이게 하는 원리는 개체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개체는 매번 마주하는 차이들을 끊임없이 정보화, 구조화하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개체의 형태도 개체의 원리도 동시에 만들어진다. 따흑! 알것 같다가도 또 모르겠고....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