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S

절차탁마S 8월 12일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0-08-06 12:23
조회
67
다음 주 공지할게요. 《맹자》 〈공손추〉 상, 하를 읽으시고 군자가 정치를 하기 위해서라도 왜 수양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정리해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는 5장 역량까지 읽고 들뢰즈는 역량을 어떤 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한 단락 정도로 정리해 오시면 됩니다. 간식은 정수쌤께 부탁드릴게요.

 

스피노자와 같이 고대 중국의 사상들을 같이 읽으니 여러 가지가 보이더군요. 특히 《맹자》는 다르게 읽을 수 있는 여지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에 〈양혜왕〉장을 가지고 토론했는데 본성에 대한 이해라든지, 여(與)라는 글자에 주목한다든지 저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토론 내용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이(利)가 정말로 유익한지를 논증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를 추구하는 것은 공동체의 역량을 증대시키지도 못하고, 천하통일을 이룰 수도 없습니다. 양혜왕을 만난 맹자의 주장들은 그가 ‘이’를 넘어가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사유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인정(仁政)이 뭔지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맹자의 치열함에 대해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채운쌤은 ‘이’나 ‘인정’을 시대적인 조건에서 구체적으로 그려내야 한다고 하셨죠. 고대 중국의 사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농경민이라는 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됩니다. 특히 유가는 농경사회에 기초한 철학입니다. 맹자가 왕도정치의 구체적인 목표로 상사(喪事)를 얘기한 것이 그런 점을 보여줍니다. 인류학적으로 농경사회는 구성원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의례가 있습니다. 농경사회에서 한 구성원의 죽음은 생산력의 손실을 의미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죽은 자를 다시 공동체에 복속시키는 의례들, 땅에 묻고 제사지내는 의식을 유지했습니다. 이 외에도 정전제, 가족관계에서 출발하는 윤리, 전쟁을 해야 하는 때 등은 모두 유가의 사유가 농경사회에 기초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확실히 다시 ‘이’, ‘인정’에 대해 추상적으로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이’나 ‘인정’ 일반이 어디 있는 것처럼 토론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다음에는 제 나름대로 시대적 배경을 정리해간 다음에 수양론에 대해 얘기를 나눠봐야겠습니다.

들뢰즈의 ‘표현’ 개념은 강의를 들어도 어렵더군요. 펼침(explict)과 접힘(implict)이 동시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개념이 ‘표현’이라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비슷한 내용을 채운쌤이 여러 번 강의를 해주셨고, 여러 텍스트에서 접하기도 했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개체는 단순히 개체를 구성하는 환경에 영향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함으로써 자신을 구성하는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스피노자뿐만 아니라 《주역》, 《차이와 반복》에서도 하고 있는데 말이죠....

일단은 개체가 매우 역동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관념의 출발점은 나의 의식이 아니라 신의 관념입니다. 강의 때 채운쌤은 우주에 무한히 많은 파(波)가 있다고 하셨는데, 신의 관념은 이러한 파들의 총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것이 반복되지 않는 우주에서 우리가 세상을 무료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파에 관성적으로 접속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이 관념의 출발점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접속을 다르게 함으로써 얼마든지 다른 관념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왜 운동, 생성, 발생, 차이 등 어려운 개념들을 이해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으음... 어렵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다시 넓어진 책상 배치입니다. 내년에는 더 넓어지기를!



책상이 많이 깔린 만큼 간식도 풍~~~성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간식은 좀 많았던 감이 없지 않네요. 다음부터는 제가 간식을 사고 영수증을 청구하는 시스템으로 가겠습니다.



월요일에 같이 사전 세미나를 하자고 꼬시는 정옥쌤과 당황하시는 진성쌤의 투샷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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